[주목! 이 사람]부르키나파소의 젊은 ‘춤꾼’ 사누 “춤으로 사회현실 표현하고 싶어”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에서는 만딩고(Mandingo)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말리 왕국을 건설한 사람들의 후손. 서아프리카에 살고 있으며, 만데어(語)를 사용한다. 또 하나, 만딩고는 서아프리카 만뎅 민족의 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엠마누엘 미가엘 사누(Emmanuel Migaelle Sanou·38)가 추는 춤의 뿌리도 ‘만딩고’이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젊은 ‘춤꾼’ 사누는 2012년 한국에 왔다. 그가 서게 된 첫 무대는 경기 포천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 하지만 불행히도 포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은 좋은 일자리가 아니었다. 월급여는 60여만원 수준이었고, 숙소도 끔찍했다. 박물관 측은 유통기한 지난 쌀을 지급하기도 했다. 사누가 겪은 ‘노예노동’은 ‘포천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 노동착취 사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누는 “공연이 끝난 뒤에 관객과 나누는 대화마저 박물관 직원들이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인간으로서 대우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이란 나라에 정이 떨어질 만도 했지만 사누는 이 땅에 남았다. 그는 다시 춤을 택했고, 2014년 공연팀 ‘쿨레칸’을 한국 문화단체 ‘에스꼴라 알레그리아’와 함께 결성했다. 쿨레칸이 춤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는 인간의 ‘자유’다. 지난해에는 포천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에서 꿨던 ‘악몽’도 무대에 올렸다. 작품 이름은 ‘데게베(Degesbe)’로, ‘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엔 아무 것도 없어’라는 뜻이다. 올해는 여성 성기 훼손(FGM)을 소재로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은 ‘이리코로시기(Yirikorosigi)’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가 춤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것들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변화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인식해야 하는지를 춤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요”

사누의 춤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은 ‘사람’이다. 사누가 추는 만딩고 춤은 전통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해왔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강화도 ‘꿈틀리 인생학교’의 청소년과 서울 노들 장애인 야학 학생들, 춤을 통해 활력을 얻고 싶은 시민들 모두가 사누의 춤판에 초대된 춤꾼들이다. “제가 추는 춤의 가장 큰 특징은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음악과 춤, 댄서와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누구든 춤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요. 춤에 빠져든 순간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진짜 자신과 조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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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공연팀 ‘쿨레칸’의 의미는 ‘뿌리의 외침’이다. 어딜 가든 자신의 뿌리와 존엄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한국에 정착한 지 6년. 사누는 대한민국 서울에 두 번째 뿌리를 내렸다. 마주칠 때마다 안부를 묻는 수색동 식당의 아주머니와 이모들, 에스꼴라 알레그리아 동료들과 이주노조, 쿨레칸 팀 멤버들. 그리고 함께 즐겁게 춤추고 있는 친구들 모두가 그의 단단한 뿌리가 됐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