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세금 회피 꼼수 안 통해!

아일랜드, 애플에 17조원 부과… 국내서도 구글세 부과 등 다각 검토

애플과 구글. 첨단기술로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름잡는 혁신기업의 대표이면서, 한편으로는 ‘조세회피의 달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두 얼굴의 글로벌 공룡들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이들 해외기업으로부터 제대로 된 법인세를 징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130억 유로(17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일랜드 정부에 내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에서도 이 같은 여론이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일(현지시간) 애플이 내년 초부터 130억 유로의 세금을 아일랜드 정부에 추가 납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파스칼 도노후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이날 “애플과 세금 납부와 관련한 원칙에 합의했다”며 “계좌 운영과 자금 관리 주체를 결정하는 대로 내년 1분기부터 세금을 거둬들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연간 영업이익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물론 애플의 세금 납부 결정은 ‘흔쾌히’ 이뤄진 일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8월 애플이 법인세율 특혜를 받는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를 둬 세금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최대 130억 유로 규모의 법인세 추징을 결정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애플에 연간세율 0.005~1%만 적용함으로써 애플이 130억 유로가량의 세금을 사실상 빼돌리도록 방조했다는 해석이었다. EU는 올 1월을 납부기한으로 정했지만, 이를 넘기며 세금 징수가 늦어지자 아일랜드 정부를 유럽 법원에 제소하며 양측을 압박해온 끝에 애플 측의 일단 항복을 받아내게 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X’를 소개하고 있다. / 쿠퍼티노/AP연합뉴스

EU, 법인세율 특혜받는 애플 압박

아일랜드는 애플의 유럽 본부가 있는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프랑스(34.43%), 독일(30.18%), 영국(19.0%) 등 유럽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애플이 유럽 본부를 아일랜드에 설립한 이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애플은 어느 국가 소속이 아닌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헤드오피스’를 따로 뒀다. 아일랜드는 애플 법인으로 신고되는 수익 중 상당 부분을 ‘헤드오피스’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 애플은 아일랜드 정부의 묵인 하에 유럽에서 올린 수익의 상당 부분을 과세 대상 국가가 아닌 헤드오피스로 빼돌릴 수 있었다. 유럽연합이 아일랜드 정부를 애플과 동시에 압박한 것도 이 같은 아일랜드 정부의 묵인이 적절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애플은 ‘낮은 법인세율’과 ‘헤드오피스’를 통해 0.005~1%의 세금만 내왔던 것이다. 애플은 유럽 내에서 올린 수익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특허권으로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도 헤드오피스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꼼수는 구글도 애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도 최근 구글의 세금 납부 문제를 놓고 네이버와 구글이 정면으로 충돌한 적이 있다. 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이 지난 10월 31일 국정감사에서 구글을 겨냥해 “특정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발언하자 구글이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벌어들인 만큼 낸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는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구글코리아를 유한회사로 등록해 매출이나 자산 현황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는 탓에 매출이나 자산규모 자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 측의 해명은 ‘매출은 모르지만 세금을 내긴 낸다’는 설명에 그치는 셈이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가 발간한 ‘2016 무선인터넷산업 현황 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구글의 국내 앱 마켓 매출은 4조4656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구글의 국내 수수료 수익은 1조3400억원 규모가 된다. 시장조사기관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유튜브의 광고비는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742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구글이 한국에서 벌이는 서비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태평양유한회사’의 서버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구글플레이는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아일랜드 법인이 사업권을 보유했다.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고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법인에 수익을 이전함으로써 ‘세테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구글, 세금 납부 문제 정면충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애플코리아 대표는 일제히 “한국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애플과 구글을 대표적으로 해서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공룡들의 이 같은 조세회피 전략에 전 세계 각국 정부들도 수입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구글세’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우회수익세(diverted profit tax)’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은 2015년 4월 세계 최초로 ‘구글세’를 도입했다. 외국계 기업이 영국에서 번 돈을 다른 국가로 우회하면 이에 대해 25%의 세금을 부과한다. 호주는 지난해 1월 관련법을 발효해 올해 7월부터 구글세를 시행한다. 수익을 일부러 타국으로 우회하면 법인세(30%)보다 높은 40%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밖에 러시아는 지난달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앱 선탑재행위를 문제 삼아 구글에 780만 달러 과징금을 부과했다. EU 경쟁위원회도 검색, 온라인 광고, 안드로이드 OS, 구글플레이 등 구글 핵심사업 분야에 대한 반경쟁적 행위를 조사해 2015년 4월 경쟁법 위반 판단을 내린 상태다.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면서도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세금 문제를 비롯해 망 이용대가 무임승차 문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 등이 일제히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재부와 국세청 등 과세당국에서도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구글세를 포함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윤주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run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