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호황 이어갈까? ‘글쎄’

최근 4~5년간 연 20%대 성장세… 신규 항공사 취항, 유가·환율 상승 발목 잡을 수도

직장인 김모씨는 오는 5월 김포~오사카 왕복 항공편을 4만5900원에 구입했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연초 반값 이하로 일부 좌석을 판매하는 초특가 행사에서 산 것이다. 항공운임이 갈 때 4만원, 올 때는 5900원밖에 들지 않는다. 무료 수화물 혜택은 없기 때문에 입국 시 짐을 부치는 수수료를 추가하고 공항사용료(5만9000원)까지 더해도 12만5000원이라 매달 2~3일씩 수시로 일본을 간다.

1948년 민간항공기가 취항한 이후 68년 만인 지난해 국내 항공여객은 처음으로 연간 1억명을 넘었다. 저성장과 내수불황에도 불구하고 김씨처럼 항공편을 이용해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이뤄낸 성과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이 수시로 싼 표들을 풀면서 전통적인 성수기와 비성수기 구분도 옅어져 인기 관광도시로 향하는 여객기들은 연중 높은 탑승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는 제주, 외국은 일본·중국·동남아를 중심으로 세를 넓힌 LCC는 최근 4~5년간 연 20%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중·단거리 비행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LCC의 호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규 항공사 취항과 유가·환율 상승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열해진 가격경쟁이 심화돼 ‘치킨게임’이 본격화될 경우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소속 항공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하고 있다./진에어 제공

올해 6개 LCC 17대 추가 항공기 도입 예정

국토교통부의 ‘항공운송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제선 여객 중 국적 LCC 비율은 22.1%까지 뛰었다. 2012년 8.4%였던 LCC의 국제선 분담률은 2014년 12%로 10%를 넘어 2015년 16.2%로 증가했다. 지난해 8월(20.4%) 처음으로 20%를 넘은 이후에도 꾸준히 비중이 확대돼 이제는 해외로 나가는 승객 5명 중 1명 이상이 저비용항공을 이용하는 셈이다.

국내선은 국적 LCC의 비중이 2014년 이미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는 56.6%까지 늘어나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43.4%)과의 격차를 벌렸다.

수요 증가와 맞물려 저비용항공사들은 항공기와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이번 동계 항공일정(2016년 10월 31일~2017년 3월 25일)을 보면 LCC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전년 동기(주 694회) 대비 47.3%나 증가한다. 전체 항공 국제선(92개 항공사·387개 노선) 성장률(10.5%)의 4배가 넘는 수치다. LCC의 국내선 역시 21개 노선에서 주 1866회로 전년 동기(1814회) 대비 2.9%(주 52회) 확대됐다.

여기에 올해 6개 LCC는 17대의 추가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신규 노선도 제주항공이 9개, 티웨이항공도 일본·동남아 등에 7개 정도를 늘린다. 이스타항공은 필리핀·괌 등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역시 중국·일본·동남아 중심으로 증편을 검토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올 한 해는 누가 먼저 단독·신규 노선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LCC들이 발굴한 노선에서 새로운 수요가 형성돼 시장 규모를 키운 데 이어 외국 LCC와 노선을 공유하거나 항공동맹을 통해서 새 노선을 만드는 형태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점이다. 7번째 LCC ‘플라이양양’이 오는 8월 첫 취항할 예정이다.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서울~양양, 양양~제주 등 국내선을 띄운다. 포항을 거점으로 한 ‘포항에어’ 등의 신규 취항도 거론되고 있다.

신규 항공사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기존 대형 LCC들이 큰 영향은 받지 않겠지만 사업자 확대는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국내 단거리 시장의 출혈경쟁을 부를 수 있다. 결국 가격싸움으로 치달으면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일부 항공사는 도태될 수도 있다. KTB투자증권 이한준 연구원은 “에어서울에 이어 8월 제7 LCC 신규 취항 등 LCC 경쟁 격화가 예상된다”며 “기존 LCC 5사가 17기를 추가해 보유 항공기가 전년 대비 18% 늘어나는 등 공급 증가로 인한 단가경쟁이 심화되면 유가 상승과 더불어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가와 환율도 ‘복병’이다. 불황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환경 속에서도 LCC가 고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요인은 가격경쟁력 덕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밑도는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연료비 부담이 줄었고,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붙지 않아 항공요금이 낮아졌다. 원·달러와 원·엔 환율도 떨어지면서 해외여행 수요를 부추겼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를 웃돈다. 2017년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55달러 수준이 예상돼 항공원가 부담은 불가피해졌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강세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연말 1300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7.6%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나 환율 변화로 요금이 다소 오르더라도 항공수요는 크게 줄지 않겠지만 이 같은 외부요인은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고속성장률도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영향 중국 정부 변화도 숨은 악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변화도 숨은 악재다. 중국 노선은 일본 노선과 함께 국적 LCC들의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민항국은 한국 항공사들이 신청한 중국발 한국행 부정기 항공기편에 대한 운항을 불허했다. 제주항공의 6개, 진에어의 1개 노선과 아시아나항공의 1개 노선이 대상이었다. ‘전세기’라고 불리는 부정기편은 정규 노선 이외에 항공사들이 계절적 수요에 따라 신청해 운영하는 노선이다. 여행사들이 성수기 고객 유치를 위해 항공사와 협의해 노선을 만들어 패키지 등으로 묶어 팔기도 한다. 이번 노선들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날)에 맞춰 유커(중국인 관광객) 맞이를 준비하던 ‘대목용’이었다.

중국 당국은 불허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조치일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통 전세기는 매월 20일 항공사가 중국 민항국에 신청해 다음 달 운항을 허가 받는데, 운항이 임박한 시기에 이번처럼 불허 통보가 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저가 여행상품을 단속하겠다며 현지 여행사에 한국행 중국인 관광객 수를 전년 대비 20% 줄이라는 지침도 통보한 바 있다.

한·중 전세기로 오가는 관광객은 전체 인원의 3% 수준에 그치지만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파장은 클 수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중 항공회담이 미뤄지기도 해 중국 정부가 새로운 방식의 규제로 압박수위를 높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14년 4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만들어 민간항공업 육성에 나서면서 자국 저비용항공사들이 세계 최저가 수준의 항공편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중국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중국 내 국내선을 확장하는 한편 한국을 오가는 단거리 국제선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중국 여객기는 10개 항공사의 4만1514편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가 늘었다. 승객 숫자도 610만여명으로 25%나 증가했다. 2013년(9개 중국 항공사)과 비교하면 항공편은 58%,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은 74%나 급증한 수치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주요 도시와 인천·김포를 연결하는 노선은 그동안 한국인(인바운드)과 중국인(아웃바운드) 수요 모두 한국 항공사들이 우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중국 LCC들의 저가정책에다 당국의 노선 제한이 심해지면서 시장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bomi8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