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생명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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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의 바다는 목성의 기조력이 지속적으로 데워주니 생명이 살기 어려울 만큼 혹한은 아닐 것이다. 대양 바닥에 해저 화산의 열수구들이 있다면 지구에서와 같이 그러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이 다수 살 수 있다.

2016년 7월 초 NASA 탐사선 주노가 목성궤도에 진입했다. 일찍이 1990년대 말 NASA가 향후 25년간 태양계 탐사에 무인탐사선 수십 대를 띄우겠노라 밝혔듯 주노는 그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다. 화성은 기본이고 태양계 최외곽의 혜성이나 명왕성까지 이 구상에 포함되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이미 실행에 옮겨졌다. 주노는 20개월간 임무를 마치고 나면 2018년 목성의 짙은 대기로 진입해 마지막 정보를 전송한 후 파괴될 예정이다. 이는 만에 하나라도 주노에 묻어 있을 미생물이 목성 위성 유로파를 오염시키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유로파는 본격 탐사가 따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원시생명이나마 존재할지 모르는 이 위성의 환경에 주노가 간섭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NASA 연간 예산 185억 달러 중 3000만 달러를 유로파 탐사에 배정했다.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의 예산 25억 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유로파 탐사를 앞둔 워밍업 예산이 1차 확보된 셈이다. 추후 예산 확보만 순조롭다면 2020년대 중반 유로파 전용 탐사선이 발사된다. 유럽우주국(ESA)도 2022년 유로파 탐사선 ‘주스’(Juice)를 띄울 예정이다.

7월 4일, 우주탐사선 주노가 목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나사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7월 4일, 우주탐사선 주노가 목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나사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물의 총량이 무려 지구의 2~3배나
지구에서 6억2800만㎞ 떨어진 유로파는 목성의 60개 넘는 위성 중 하나지만 지금까지 수집된 얄팍한 자료만으로도 과학자들과 SF 커뮤니티를 흥분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크기는 지구의 달보다 약간 작지만, 두꺼운 얼음 표층 아래 지구가 품고 있는 물의 총량보다 무려 2~3배나 많은 물이 있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유로파가 태양계에서 지구를 빼면 그 어디보다 생명의 존재 가능성이 높은 곳이란 뜻이다.

태초의 지구 역사를 돌이켜봐도 대양(大洋)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원시 어류, 그리고 해저 바닥에 붙어사는 갑각류의 낙원이었다. 화성에서 물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표토 안에 언 채로 상당량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기압이 너무 낮고(지구의 0.6%) 공기는 희박하며 평균기온이 섭씨 영하 60도에 지나치게 건조하다 보니 화성의 대지에서는 박테리아조차 살길 기대하기 어렵다. 30여억년 전에는 화성 지표의 3분의 1을 거대한 바다가 에워쌌던 모양이지만, 설령 그 속을 원시생명체가 휘젓고 다녔다 한들 대가 끊긴 지 오래라는 뜻이다. 화성(동토의 왕국)과 금성(작열지옥)의 민낯이 드러난 이상 태양계 안에서 외계생명이 서식할 만한 후보지로는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처럼 지표 아래 물을 잔뜩 머금은 목성과 토성의 위성들밖에 남지 않았다. 토성의 또 다른 위성 타이탄 또한 짙은 대기를 뚫고 내려간 탐사선이 지표에서 무수히 많은 호수들을 발견했다. 하지만 대기의 주성분이 질소와 메탄인 데다 호수는 액체상태의 메탄과 휘발성 탄화수소로 채워져 있으니 섭씨 영하 179도의 지표에서 생명이 살 확률은 희박하다. 만에 하나 타이탄에 생명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존립방식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반면 유로파의 바다에는 생명이 살지 모른다. 유로파는 태양에서 너무 멀어 지표 기온이 섭씨 영하 150도에 지구의 달처럼 공기가 거의 없다. 처음에는 이 위성의 속이 겉처럼 단단한 얼음덩어리라 여겨졌다. 이러한 선입관을 뒤엎은 계기는 1990년대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가 레이더로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지각 아래 수심 100~160㎞에 달하는 거대한 대양이 존재하리라는 유력한 증거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가 수심 1만1000m인 데 비해 유로파의 바다는 그보다 10~16배나 깊다. 최근 허블 우주망원경의 관측 또한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허블은 유로파 표면에서 대량의 수증기가 물기둥처럼 치솟는 광경을 관측했다. 초당 3톤의 힘으로 분출된 이 물기둥은 높이가 200㎞ 상공까지 다다랐다.

유로파의 수중 속 생명을 탐사하는 탐사선(상상도). / NASA

유로파의 수중 속 생명을 탐사하는 탐사선(상상도). / NASA

후속 연구결과 이 동토의 위성 내부가 물로 차 있는 주원인이 놀랍게도 목성의 무시무시한 조석력 탓임이 드러났다. 1970년대 목성을 지나던 보이저호는 위성 이오에서 화산재를 왕성하게 내뿜는 활화산을 발견했다. 목성의 가공할 조석력이 원인이었는데, 동일한 힘이 유로파 내부에 열이 생기게 만들었고 덕분에 거대한 바다가 생겨난 것이다. 유로파는 목성을 공전하는 동시에 자전하는데, 그 바람에 목성의 가공할 중력이 사방에서 유로파를 잡아당기게 된다. 위성 내부에서 마찰열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결국 유로파 지표의 얼음은 끊임없이 녹고 깨지며 지구 극지방의 빙산들처럼 떠다니다 다시 얼어붙길 반복한다. 수없이 많은 틈으로 갈라져 복잡한 그물무늬를 보이는 지표면은 바로 그러한 지각운동의 산물이다.

허블망원경이 관측한 대량의 수중기 기둥
유로파의 바다는 지구의 바다처럼 물이 주성분 같다. 지각을 이루는 얼음과 암석, 그리고 대양저에서 소금과 각종 무기질이 녹아 바닷물과 섞인다면 이를 양분으로 삼는 원시 박테리아들과 그것들을 먹는 작은 생물들, 그리고 그보다 상위의 포식자들로 구성된 자족생태계가 존재할지 모른다. 유로파의 바다는 목성의 기조력이 지속적으로 데워주니 생명이 살기 어려울 만큼 혹한은 아닐 것이다. 대양 바닥에 해저 화산의 열수구들이 있다면 지구에서와 같이 그러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이 다수 살 수 있다. 만일 유로파의 바다가 지구처럼 수십억년 전 생겨났다면 광대한 무기질 수프에서 태어난 생명이 어느덧 꽤 진화했을지 모른다.

이러한 의문을 밝히고자 NASA는 유로파 상공을 선회하며 사진촬영뿐 아니라 아예 얼음지각을 뚫고 수중탐사로봇을 내려 보내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2015년 NASA 지원 아래 미국 코넬대학 연구팀은 유로파 바다를 탐사할 오징어 형태의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부드러운 몸체에 촉수가 달린 오징어 로봇은 실제 오징어처럼 수중을 헤엄친다. 센서가 달린 촉수는 자기장을 끌어들여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해서 스스로 에너지를 조달한다. (바다 속에서는 탐사로봇이 지각에 가로막혀 패스파인더나 큐리오시티처럼 태양전지로 작동할 수 없다.) 로봇 몸체에는 발광하는 인공 피부를 입혀 어둠 속에서도 주위를 환히 밝혀 촬영을 시도할 것이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당신이 SF작가라면 어떤 생물을 상상해볼 수 있을까? 영미권 고전SF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서 C. 클락은 일찍이 <2010년 우주 오디세이(2010 Space Odyssey)>(1982년)에서 유로파에 또 다른 생명의 보금자리가 만개할 가능성을 상정했다. 여기서는 중국 유인탐사선이 연료 재급유차 유로파의 대운하 옆에 착륙했다가 조난을 당한다. 유로파의 물로 연료탱크를 채우려던 탐사팀은 미지의 토착생물과 충돌하는 통에 우주선이 완파되며 전원 사망한다. 누구도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터라 불상사를 당하고 만 것이다. 승무원 중 한 명인 창 첸 교수는 마지막 전문에서 유로파의 생명을 이렇게 묘사한다.

“…거대한 검은 덩어리가 깊은 데서 솟아올랐어요. 처음엔 물고기 떼라 여겼지요. 개체 치고 너무 컸으니까…. 거대하고 젖은 해초 타래처럼, 바닥을 따라 기었죠…. 천천히 움직였는데… 이동할 때 보니 결빙된 고체형태로 조각들이 유리처럼 부서져 내렸습니다…. 선체로 전진해옴에 따라 얼음터널 같은 것이 만들어졌어요. 추위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모양이었어요…. 무선 안테나, 그리고 착륙용 다리가 부서지기 시작했고…. 아마 그것은 향일성(向日性)을 가졌을 테고, 생물학적 나선 운동은 얼음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광선으로 조절되는 듯했어요…. 마침내 선체가 파괴됐습니다….” - 아서 클락, <2010년 우주오디세이I>, 국내번역판 86~89쪽 (국내에는 전동민의 번역으로 모음사에서 <2010년 오디세이 II>라는 제목으로 1983년과 1987년 펴냈다.)

‘유로파의 생명’. <어메이징 스토리즈> 1940년 9월호. / F.R Paul

‘유로파의 생명’. <어메이징 스토리즈> 1940년 9월호. / F.R Paul

이러한 상상은 클락의 혼자 생각이 아니라 미국작가 리처드 C. 호글랜드(Richard C. Hoagland)가 잡지 ‘별과 하늘’에 발표한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호글랜드는 NASA가 화성과 달의 고대 외계인 유적을 은폐하고 있다는 음모론으로 유명해진 인물이지만, 적어도 유로파에 생명이 있을 가능성에 대한 그의 논리만은 천문학자들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는 NASA의 유로파 탐사 미션에 생명체 탐색도 포함되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유로파의 바다 속을 오징어 로봇이 돌아다닌다면 호글랜드의 주장이 맞는지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리라.

SF가 향후 탐사결과를 예측해야 할 당위성은 없지만 일정 조건을 전제로 한 사고실험은 나름 가치가 있다. 과학자들뿐 아니라 SF커뮤니티와 일반대중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고양하고 외계생명체 탐사비용에 대한 국민부담(세금)에 이해를 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우주개발에 대한 꿈과 기대를 자양분으로 흡수하며 성장한 어른들은 우주과학의 가치와 그 필요성을 훨씬 더 정서적으로 호응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천체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SF는 관련 과학기술과 상부상조 관계에 있다 하겠다. 다만 안타깝게도 대다수 과학소설들에서 묘사된 바와 달리 심우주 탐사는 사람이 직접 가기보다 로봇을 보내는 방식이 앞으로도 선호될 듯하다.

유인탐사 귀환에 대한 위험부담
무엇보다 유인탐사는 우주비행사들의 지구귀환을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고 예산도 훨씬 많이 들어가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더구나 유로파는 코앞의 목성으로부터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자기장과 방사능 세례를 받는 탓에 우주비행사의 선외활동이 그리 안전하지 않다. 주노조차 목성의 강력한 방사선과 자기장에 기능이 손상될까봐 이심률이 아주 큰 타원형 궤도를 돌 예정이다. 이는 2020년대 미국이 보낼 유로파탐사선도 예외가 아니다. 유로파에 아주 가까이 저공비행하는 동시에 가급적 아주 멀어짐으로써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유로파 탐사선은 (허블 망원경이 앞서 관측한 바 있는) 유로파 지각을 뚫고 나온 물기둥을 직접 관통하며 성분을 조사할 계획이다. 타이밍만 잘 맞으면 굳이 유로파의 얼음지각을 뚫는 대공사 없이도 위성의 내부성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 컬럼니스트 A. 베리는 심우주 유인탐사가 최소 500년은 더 있어야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그만큼 현실과 상상의 간극은 크다. 무인탐사는 임무수행에 실패한다 한들 들어간 돈이야 아깝겠지만 정치적 부담은 유인탐사보다 훨씬 덜하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로 미국의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한동안 숨죽여야 했던 아픈 과거를 떠올려보라. 영화 <마션(The Martian)>(2015년)에서처럼 화성이나 유로파에 발을 디딘 우주비행사가 낙오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른다면 누가 뒷감당할 수 있을까? 아폴로와 소유즈 계획처럼 우주탐사가 실익보다 체제우위 경쟁의 대리전 성격을 띠던 시대라면 모를까 NASA가 굳이 사람을 까마득히 먼 외계 천체에 보내느라 탐사예산을 몇 배, 몇 십 배로 부풀려가며 의회와 국민의 질타를 자초하기 쉬운 패를 고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영화 <아폴로 13호>는 미국 사회에서 우주개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생각보다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지 이해하는 데 힌트를 준다.)

앞으로도 심우주 탐사계획은 상당기간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화성 유인우주계획 정도다. NASA는 2030년대에 인간을 화성에 보낸다는 구상 아래 현재 단계별로 준비 중이다. 하지만 화성의 땅 위를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걸어 다니는 날이 온다 해도 이들의 행보가 아폴로계획처럼 단기 전시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영구기지나 식민지 건설을 위한 교두보가 되리라는 전망은 시기상조다. 그러니 2000년대를 조금 넘기면 태양계의 주요 행성들과 위성들 여기저기에 인류의 우주정거장과 식민지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리라고 예견한 대다수 SF작가들의 낭만적인 바람은 적어도 반세기쯤은 책상 서랍에 넣어두어야 할 성싶다.

<고장원 SF 평론가>

고장원의 미래의 속도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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