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한국여성의 지위 통계 23등과 115등, 뭐가 맞나

성불평등지수와 성격차지수 ‘극과 극’… 양성평등 제도 개선 필요

23등과 115등. 국제사회에서 한국 여성 지위 통계다. 전자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Gender Inequality Index)의 순위이고, 후자는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의 순위다. 지난달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후 벌어진 논란에서 이 통계자료들은 각각 다른 근거로 ‘동원’되고 있다. 언론에 주로 노출되어온 것은 후자다. 가장 최신의 자료인 2015년 통계에서는 그 전 해(2014년, 117등)에 비해 두 단계 올라선 순위이지만 세계경제포럼이 조사대상으로 삼은 145개국 중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지위가 악화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에 인용된 이 수치에 대해 UNDP의 성불평등지수는 하나의 반박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한국은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현저하게 개선된 나라이며, 이제는 실제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나타나고 있는 단계”라는 주장의 근거로 이 통계자료가 인용되기도 한다.

실제 UNDP의 인간개발보고서 2015년판의 성불평등지수 항목을 보면 순위가 매겨진 전 세계 188개국(북한, 마샬군도, 모나코, 나우루 등 7개국은 자료 미비를 이유로 순위에 미포함)은 저(Low)개발과 중(middle)개발, 고(High)개발군으로 나누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그 윗 단계인 최고로(Very High) 개발된 49개국에 들어간다. UNDP 기준으로 성평등국가 1위는 슬로베니아다. 2위는 스위스, 3위는 독일이다. UNDP의 지표는 2010년부터 발표되어 왔다. 한국은 발표 첫해에 20위를 기록하고, 2011년에는 11위, 2012년도에는 27위를 기록했다. 성불평등지수가 발표된 이래 한 번도 최고개발국을 벗어난 적이 없다.

수많은 여성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한국 사회에 ‘여성혐오’가 만연해 있다는 데 공감해 행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월 20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17일 새벽 인근 공용화장실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을 추모하는 글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 강윤중 기자

성격차지수에 대한 남성들의 불만
그런데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에서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06년 첫 발표 때 115개국 중 92위를 차지했고, 이후 97위(2007년), 108위(2008년), 115위(2009년)를 기록했다. 2010년 104위로 살짝 올라섰지만, 다시 107위(2011년), 108위(2012년), 111위(2013년), 117위(2014년)로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성불평등 또는 격차를 다룬 국제지표가 왜 이런 상반된 양상을 보이는 것일까.

“세계경제포럼의 지표가 매년 10월 말쯤에 발표되는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주로 남성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의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 아니, 한국 사회가 이렇게 여성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었는데, 성불평등이 악화되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주은 입법조사관의 말이다.

왜 두 지수 사이에 차이가 이렇게 벌어지는 것일까. 일단 각각의 지수를 내는 지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확인된다.

UNDP 성불평등지수의 근거가 되는 지표는 총 다섯 가지다. 모성사망비, 청소년 출산율, 국회의석 중 여성의원 성비, 중등교육 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비율, 그리고 경제활동참가율이다. 한국의 경우 보건이나 청소년 교육 수준이 높기 때문에 앞의 두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통계의 근거가 된 2013년 임산부 사망률은 10만명당 27명으로, 미국(28명)보다 적다. 청소년 출산 역시 2.2%로, 상위국 중에서도 기록적으로 낮다.

반면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의 지표는 상대적으로 많다. 성격차지수는 크게 여성의 경제참여와 기회, 교육성취도, 건강과 생존, 그리고 정치권한 등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구성된다. 영역별로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UNDP의 성불평등 지수(2015). 한국은 성불평등 지수에서 188개 국 중 23위를 차지해 ‘최고로 개발된 국가 군’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 UNDP

지표들 역시 국가 순위를 매기고 있다. ‘여성의 경제참여와 기회’는 다시 경제활동참가율 성비, 유사업무를 했을 때 임금성비, 추정소득 성비, 행정·관리직 성비(공직뿐 아니라 민간 포함), 전문·기술직 성비의 지표로 구성된다. ‘교육성취도’는 문해율(Literacy rate), 초등·중등·고등 취학률 성비로 집계된다. ‘건강과 생존’은 출생성비·건강기대수명 성비로, ‘정치권한’은 국회의원 성비·내각에서 여성 비율·최근 50년간 국가나 주(州)에서 여성 수반의 재임기간 세 지표로 구성된다.

전체 145개국 중 115위를 기록한 2015년 한국의 성격차지수 표를 보자. 2015년이 현재까지는 가장 최신 자료다. 145개국 중 1위를 차지한 지표가 둘 있다. 문해율과 건강기대수명이다. 하지만 나머지 지표들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표 중 가장 최하위는 내각 여성 비율로, 130위다. 그 다음은 출생성비로 128위다. 유사업무 임금은 116위다. ‘경제참여와 기회’ 영역에 묶여 있는 지표들 중 국가 순위가 가장 낮은 것이 이 유사업무 임금 순위인데, 영역 전체 순위는 125위로 더 낮게 평가되는 것도 특이하다.

혹시 집계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실제, 인터넷 뉴스 댓글 등에서 쏟아져나오는 지표에 대한 비판은 UNDP의 여성불평등지수보다도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에 대한 것이 압도적이다. 이를테면 116위를 기록하고 있는 고등 취학률의 경우 한국 남성은 군입대로 인한 휴학도 취학이 유지되는 것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취학한 숫자보다 많이 계산된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인덱스의 경우 남성의 취학률은 109%로 제시되어 있다). 유사업무 임금의 경우도 비판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2015년 보고서를 보면 구체적으로 남녀 비율이 제시되어 있는 다른 결과물과 달리 이 지표에는 각각 성비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유사한 동일직종에 대해 동일임금을 받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세계경제포럼의 결과는 서베이, 즉 일정한 샘플링에 기반한 여론조사에 바탕해 수치를 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 한국 페이지. 2015년 한국은 0.651점으로 115위를 기록했다. / UNDP

성격차지수 비판 여성부가 먼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있다. 성격차지수에 관한 인터넷 비판들을 보면 이 자료를 활용하는 사람들로 ‘여성부와 꼴페미’를 호출한다. 여성가족부와 일부 여성학자 등이 이 자료를 근거로 한국에서 여성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신뢰할 수 없는 통계수치의 자의적 이용’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위의 성격차지수에 대한 ‘비판’의 출처는 다름 아닌 여성가족부였다.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가 2013년 10월 25일에 낸 ‘2013년 세계 성격차 보고서의 한국 순위(111위) 보도 관련 설명자료’의 붙임자료를 보면 앞서 누리꾼들이 제기한 ‘고등교육기관의 취학률 문제’와 ‘유사업종의 임금격차 문제’가 제기되어 있다. 이 설명자료에서 여성가족부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또한 정부는 성격차지수 산정 시 우리 상황과 다르게 평가되고 있는 유사업종 남녀 임금격차, 고등교육기관 취학률 등 통계지표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고 있음.”,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2013년 5월 31일 WEF(세계경제포럼)를 방문하여 클라우스 슈밥 회장 및 관계자와 면담하여 문제를 제기하였고, 여성정책조정회의(국무총리 주재) 산하 양성평등 TFT를 통해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통계지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WEF, 유네스코 등과 협의하고 있다.”

2014년 1월 7일, 다시 여성정책과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성격차지수를 발표하는 세계경제포럼과 연계해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제 세계경제포럼은 양성평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 등 3개국에서 양성평등 태스크포스 운영을 지원해 왔는데, 한국도 동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민관 합동으로 100명 규모로 구성해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그 후 2년이 지났다. 이 태스크포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성가족부에 확인해봤다. 이 TF는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로 이름을 바꿔 2014년 6월에 발족했다. 2017년 6월에 종료되는 한시적 프로그램이다. 정부와 민간기관을 포함해 참여한 기관은 117개. 홈페이지(www.genderparity.go.kr)도 있다. 성격차지수를 2014년 0.635에서 2017년 0.716, 약 8%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단체협의회 등 대표적인 여성단체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주로 참여하는 기관은 민간기업과 공기업이다. 14개 기업·기관·단체의 대표로 공동의장단을 구성한다고 되어 있지만, 공동의장단 명단에 여성단체는 없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쪽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기업 위주로) 그렇게 구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여성가족부 장관이 직접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는 아직 신통치 않은 수준이다.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과 2007년에는 90위권이었던 성격차지수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00위 아래로 떨어져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정부 성격도 지표는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지표를 들여다보면 알겠지만 점수는 꾸준히 상승해왔지만 순위는 하락했다. 점수가 오른다는 것은 성평등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뜻이 되는데, 순위가 밀린다는 건 다른 나라의 성격차가 감소하는 수준보다 한국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통계센터장 주재선 박사의 말이다. 국제기구가 매년 여성지위 관련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주 박사는 관련 연구작업을 진행해왔다.

세계경제포럼 성격차지수의 스코어 비교표. 1에 수렴하면 남녀 사이에 격차가 없고, 0에 가까울수록 격차가 커진다. 한국의 경우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 격차가 많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세계경제포럼

보수정부서 100위권 밖 내몰린 까닭은
그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가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앞서 논란이 된 두 부분 이외에 출생성비도 문제다. 한국의 출생성비는 현재는 남성이 약간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 자연성비에 수렴되었는데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도 성격차지수 자료에 따르면 이 지표에서 한국은 0.94점을 기록해 128등을 기록한 걸로 되어 있다. “그 근거가 무엇인지 체크를 해봤더니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만든 월드팩트북의 자료였다. 2008년 이후에 업데이트되지 않은 자료인데, 그걸 그대로 세계경제포럼 측에서 사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측에 의견을 보낸 사안이다. 이미 국제기구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좋은 자료들이 많은데, 그런 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두 국제기구에서 성평등 부분이 정반대로 차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주 박사는 ‘수준과 격차’의 문제라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성불평등지수는 인적자원(human resources) 개발의 측면에서 불평등 때문에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는 ‘수준’을 측정하는 반면에,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는 개발 정도와 상관없이 남녀 사이의 ‘격차’를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만들어진다. UNDP의 성불평등지수는 0에 수렴하면 완전평등인 반면, 성격차지수는 각 나라의 남성의 지위를 1로 놓고, 그에 대한 여성의 지위를 평가하는 데서도 차이가 난다.

간단한 예로 전문기술직 항목을 보자. 한국은 남성이 55, 여성이 45로 0.83점을 기록해 86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이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문직 구성은 남성이 48, 여성이 52로 여성이 더 많아 스코어는 1점, 다시 말해 ‘격차 제로’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각 나라별로 교육편제가 달라 단순비교가 어렵다. 세계경제포럼의 경우 이것을 초등, 중등, 고등교육의 3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편향 덕분에 남성(109)이 여성(82)을 앞질러 0.75점으로 11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남성(28)보다 여성(32) 취학률이 높아 고등교육 취학률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체적인 동일 연령대에서 취학 수준은 한국이 중국을 압도하지만 해당 분야에서 취학률이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 국가별 순위에서는 중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성격차지수의 경우 남성이나 여성이 똑같이 불행하면 격차가 크게 안 난다. 이를테면 중동지역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나라로 분류되는데도 우리나라보다 성격차 지수에서 위인 나라도 있다. 방글라데시도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차지수는 의미가 있다. 한 사회가 달성한 수준에서 남녀 간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를 보여주고, 국제적 수준에서 비교 가능한 지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시 2015년 한국의 성격차지수를 보면 특히 점수가 낮은 항목을 보이는 것은 정치영역에서 내각 참여 여성 비율과 지난 50년간 국가·주의 여성 수반 비율이다. 각각 0.06점으로 130위, 0.07점으로 3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지표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보이는 것이 민간을 포함한 행정·관리직 성비 부분이다. 2015년 한국은 이 부분에서 0.12점을 받아 113위를 기록했다. 성별 비율을 보면 남성 89%에 여성 11%로 압도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사업종 임금격차와 관련,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실제 남녀 간 임금격차 부분은 다른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별 임금격차 통계에서 한국 여성이 받는 임금의 수준은 2013년 현재 36.6%로, 전체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남녀 임금격차서도 한국은 ‘꼴찌’
논쟁의 출발점은 강남역 살인사건이다. 사건의 성격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앞으로 보다 많은 조사나 분석이 필요하다.(<주간경향> 1179호 ‘강남역 추모를 보는 삐딱한 시선’ 기사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이 불안을 느끼고, “여성혐오에 노출되어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경험담’을 털어놓는 사회적 현상 또는 집단행동으로 발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성(gender)격차나 불평등 문제는 그 배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 ‘역차별론자’들의 주장처럼 이미 불평등은 상당히 개선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여성주의자나 ‘페미나치’들이 사건의 성격을 변질시켜 정치적인 기회로 활용하는 것일까. 통계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전반적으로 인간개발의 측면에서는 성불평등이 개선되었지만 남녀 간 격차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고, 특히 타국의 개선상황에 비해 한국은 남녀 간 격차가 더 크다는 것이다. 수치 개선보다는 실질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국제기구의 지표를 개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적 개선”이라며 “특히 취약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이를테면 여성이 고위직으로 더 많이 올라갈 수 있도록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거나, 여성 국회의원의 경우도 지역구 30% 할당, 공직선거법 개정 등의 현실적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그에 대한 입법요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남녀 간 격차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조 조사관의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