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주거문화 개선을 위한 ‘오픈소스 건축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이제는 건축물도 오픈소스로 만들어지는 시대가 됐다. 오픈소스 건축물을 이용하면 건축업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공개된 건축물의 설계도면을 이용해 직접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 건축자재는 구매하거나 3D프린터로 출력할 수도 있다.

런던의 건축가 칼 터너는 홍수와 같은 수재가 발생했을 때 물에 떠다닐 수 있는 조립식 형태의 오픈소스 건축물 ‘플로팅 하우스(Floating House)’를 만들어 공개했다. 플로팅 하우스는 하단에 장착된 부력판을 통해 물에 떠다닌다. 2층 집 크기에 침실 2개, 거실, 욕실, 주방, 서재, 난방 및 전기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외부에 장착된 대형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빗물 저장시설을 통해 빗물을 정화한 후 식수로 사용한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플로팅 하우스와 같은 건축물은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오픈소스 기반의 건축물인 플로팅 하우스

‘위키하우스(WikiHouse)’는 아두이노와 각종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를 지원하고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오픈소스 건축물이다. 위키하우스는 설계도면, 건축방법, 집 짓는 과정을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따라하면 건축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집을 지을 수 있다. 위키하우스는 나무를 조립해 집의 뼈대를 만드는데, 건축자재는 플로팅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3D프린터로 출력해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3D 모델링 도구 스케치업(SketchUp)과 위키하우스 플러그인을 이용해 건축물의 모델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스케치업을 통해 기존 모델을 수정하거나 자신이 직접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다.

위키하우스를 이용해 집을 지을 경우, 기존의 방법으로 비슷한 규모의 집을 짓는 것과 비교해 대략 절반 정도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키하우스는 건축가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개발자, 엔지니어, 일반인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 또한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변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오픈소스 건축물 제작에 참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저 공개된 자료들을 다운로드해 활용하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해 공부하고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위키하우스 재단의 경우에는 상업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업자를 인증하고 수익의 일부를 기부받기도 한다.

위키하우스의 창시자 알라스테어 파빈은 TED 2013에서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건축(Architecture for the people by the people)’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는데, TED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발표 동영상은 30개국의 언어로 자막이 만들어지고 120만명 이상이 시청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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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하우스는 버전을 높여가며 계속 발전하고 있다. 위키하우스4.0은 스마트홈으로 설계돼 집안의 각종 시설이 자동화돼 있으며, 모바일 기기로 각종 장치를 제어할 수 있다. 에너지도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위키하우스4.0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는 사용자 스스로 어떻게 활용하고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건축과정에서 얻은 시행착오와 교훈은 타인과 공유되고, 그런 내용들이 쌓여서 오픈소스 건축물의 콘텐츠는 계속 발전하게 된다. 향후에는 여러 오픈소스 건축물들이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인프라와 연결돼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취합되고,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람들의 주거문화를 개선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ryu@peoplew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