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장애극복 우정인의 실화 영화화

‘인간 현존의 최대 행복은 장애 극복이다.’

염세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쇼펜하우어의 <행복의 철학>에 나오는 명언이다.

장애는 핸디캡이라고 한다. 인생의 핸디캡은 절망이 아니라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의욕과 투지를 가진 사람에게 장애는 도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루게릭병에 시달리는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에게는 그것이 학문이다. 팔 다리가 없는 닉 부이치치에겐 연설이다. 네 개의 손가락을 가진 이희아에겐 피아노다. 아마도 그들이 장애를 즐기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성취였을지도 모른다.

장애를 즐기면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이승미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과 주무관(44)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평생 걸음을 걸을 수 없는 장애를 짊어졌다. 그는 장애를 핸드사이클로 극복했다. 2009년 핸드사이클에 입문한 지 2년 만인 2011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돼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2013년에는 스페인 UCI(장애인 도로사이클) 월드컵 대회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지난해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열린 2014 스페인 UCI 장애인 도로사이클 월드컵 대회에서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이승미 선수에게 이탈리아 선수가 축하인사를 해주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제공

이 같은 훌륭한 성적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월드컵 대회과 아시안게임 메달,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누구나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그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꿈, 그리고 상상하지 못했던 경험이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인생을 연출했다. 경이롭다”는 그의 말이 아니어도 “진정으로 나로서 살 때 행복하다”(쇼펜하우어)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초등학교 때까지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부모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늘 그의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스스로 휠체어를 몰고 바깥 세상에 나가 본 일이 없는 소심한 소녀였다. 처음으로 홀로 한 외출은 대학시험에 낙방하고 낙심에 빠졌을 때다. 그의 말로는 ‘2시간의 가출’이었다고 한다. 그 외출도 산책로의 턱에 걸리고 말았다. 어느 순간 그 턱을 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었다. 최초의 승리였다. 최초의 장애 극복이었다.

그는 운동과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사이클이란 두 다리가 멀쩡한 사람만이 하는 것으로 알았다. 지인의 소개로 핸드사이클 동호회를 찾았다. 연습 삼아 잠실경기장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았다. 처음에 맛봤던 승리의 쾌감을 다시 느꼈다. 즉시 핸드사이클을 구입했다. 그것이 그의 꿈의 시작이었다. 그때가 그의 나이 38세 때였다. 이 선수는 “그때 꿈은 평생 진행형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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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꿈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와 손잡고 제작한 정윤철 감독의 <바이크 레이디>가 그것이다. 지난 5월 27일 네이버를 통해 이 영화가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연출을 맡아 완성했으며, 지난해 제6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또 제17회 쇼트쇼츠국제단편영화제(Short Shorts Film Festival & Asia)에 초청받았다. 쇼트쇼츠국제단편영화제는 아시아의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단편영화제로 6월 4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