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일을 못한다]“상식적인 일터와 삶의 형태를 바꿀수 없을까”

“지나고 보니 항상 앞선 경험들은 그 다음 경험에 대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어떤 일이라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호기심과 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다.”

지난번 인터뷰이 모집 시에 미리 신청을 받아둔 팝아티스트 김태훈씨, 인터뷰를 하려 쪽지를 보내니 기억을 못하는 눈치였다. 프로필 사진은 그림이었고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개인일상 사진이 없었다. 인터뷰가 힘들어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다. 카페에서 만나자마자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그를 만나고 나니 헛된 우려였음을 깨달았다. 팝아티스트로서의 ‘일못’은 무엇일까 들어보자.

내 주변의 세상을 엿보다 | 릭킴 제공

자기소개 부탁한다.
“방송국 FD,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개발 PM(프로젝트 매니저)과 비주얼 디자이너, 게임 콘텐츠 기획자로 약 10년 정도 지내다 지금은 Rick Kim(릭킴)이라는 이름으로 팝아티스트 및 프로젝트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겉보기엔 일못이 아닌 듯한데, 왜 일못 유니언에 가입하게 되었는가.
“아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전형적 일못이었다. 직장에 들어가게 된 것이 본래 내가 정말 바라고 노력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더 그랬던 듯하다. 회사를 나오면서 자유인으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하게 되었는데, 신기한 건 직장인이었을 때보다 덜 일못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결국 일못이냐 아니냐는 나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자기가 일하는 일이나 일터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직장 다닐 때보다 좋은 점은 무엇인가.
“일단 스스로 나의 삶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자유와 즐거움이 제일 좋다. 나에겐 월요병이 없다. 무엇보다 세상이 재미있어졌다. 전에 직장인이었을 때의 말버릇이 ‘아, 지겨워. 뭐 재미있는 거 없나’였다. 지금은 ‘재미있다. 신기하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 사는 게 재미있어졌다는 것이 제일 좋다.”

그림이 무척 밝아 좋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나는 인간을 하나의 세상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그 세상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그 세상의 모습을 띨 수밖에 없다. 목소리, 말투, 행동, 글이 그렇고 그림 역시 그렇다. 내 그림에서 밝음을 느꼈다면 그건 내 세상에서의 밝음이 그림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경력이 다양하다. 게임디자이너, 프로듀서 등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호기심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직관을 믿고 행동하는 편인데, 많은 경우 내가 재미있을 것 같은 일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덤비다 보니 이렇게 된 거 같다. 지나고 보니 항상 앞선 경험들은 그 다음 경험에 대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어떤 일이라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호기심과 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다.”

그럼 지금 가지고 있는 호기심은 무엇이며 무얼 진행하고 있는가.
“‘현재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일터와 삶의 형태를 깨뜨리고 새롭게 만들 수는 없을까?’이다. 그것을 위해 현재 FREEKey(프리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새로운 개념의 일터를 만들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래, 나는 일을 못한다

당신에게 직장이란.
“직장에 대해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직장은 자신의 인생 목표에 도움이 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되었다. 직장은 ‘반드시’ 자기 인생의 장기적 목표점에 맞닿아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직장은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IMF사태 이후 많은 한국 직장인들이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다. ‘직장은 내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란 거다. 세 번째, 직장이라는 기차가 공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당당하고 용감해졌으면 좋겠다. 모든 직장인들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종수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