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세계 1위 갑부 빌 게이츠의 근황은

지난해 의장직서 물러난 뒤 자선활동 전념… ‘MS의 변신’에서 그의 역할 주목

지난해 10월, 미국의 ABC뉴스는 “빌 게이츠가 지난 20년간 기부한 금액을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에 50억원을 기부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빌 게이츠가 기부한 총액은 350억 달러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2조원. 빌 게이츠는 지난 2008년 6월 27일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업에서 물러났다. 물러난 뒤에는 지난 2000년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활동에 주력해 왔다. 멀린다 게이츠는 빌 게이츠의 부인. 국제적 보건의료 확대, 빈곤퇴치, 그리고 미국 내에서 교육기회 확대와 정보기술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단이 운영하는 ‘참을성 없는 낙천주의자(impatient optimists)’ 블로그를 보면 앞서 언급한 각 영역별 재단의 활동이 나온다. 네팔 지진과 관련한 글을 보면 지난 4월 29일 미국 옥스팜을 통해 약 70만 달러의 긴급구호 기부를 했고, ‘루더란월드릴리프’라는 긴급구호단체를 통해서도 30만 달러의 긴급구호 기부를 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현재,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1위 갑부다.

빌 게이츠의 삶은 스티브 잡스의 삶과 흔히 비교된다. 두 사람 모두 컴퓨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 ‘애플2’를 만들었다면, 빌 게이츠는 프로그래밍 언어 베이직(MS-BASIC)을 만들어냈다. 빌 게이츠가 악당으로 인식된 것은 앞선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이 만든 베이직을 복사해 쓰는 것과 관련해 “도둑질”이라고 비난한 공개편지부터였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뒤 그가 보여준 사업수완 등을 두고 “개발자가 아닌 경영자일 뿐”이라는 식의 비아냥도 많았다.

지난해 2월 6일,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마이크로소프트 레드먼드 캠퍼스에서 직원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역대 CEO들. 왼쪽부터 1대 CEO 빌 게이츠, 3대 CEO 사티아 나델라, 그리고 2대 CEO를 맡았던 스티브 발머.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독재적 리더십
내부에서는 어땠을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현역 시절 빌 게이츠가 보여준 ‘리더십’은 스티브 잡스 못지않게 독재적이었다. 직원 면전에서 “당신에게 주는 월급이 아깝다”, “내가 직접 프로그램을 짜야 하나”와 같은 독설을 퍼부었다. 새벽에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퍼붓는 것도 스티브 잡스와 비슷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달랐던 점은 결국 그 독선적 리더십 때문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한때 쫓겨났지만, 빌 게이츠는 퇴임 시점까지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이다.

‘MS의 혁신’을 빌 게이츠가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다. 2008년 6월 퇴임한 뒤 의장직만 수행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던 빌 게이츠는 2014년 2월, 의장직에서도 물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반임원이 된다. 새로 맡은 직책은 신임 사티아 나델라 CEO의 기술고문. 빌 게이츠의 업무방식 중 1년에 두 차례씩 갖는 ‘생각주간(Think Week)’이라는 것이 유명하다. 일주일간 모든 업무에서 손을 놓고 외딴섬 같은 곳에 들어가 그동안의 업무를 성찰하고 미래계획을 다듬는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빌 게이츠가 의장직에서 내려와 그냥 임원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업무 중 20%를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해 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빌 게이츠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년에 한 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에 전 세계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한 곳에 모여 워크숍을 여는 조직문화가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렸다. 지난해 행사에 참여한 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은 다음과 같이 그 광경을 묘사했다. “수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한 곳에 모이기 때문에 도시 전체 호텔 방은 모두 동이 나고 버스도 인근의 다른 주에서 동원해야 할 정도다.” 앞서 기사에서 거론한 빌드 행사는 전 세계를 돌며 계속된다. 한국에서는 6월 초 진행할 예정이다. 7월 워크숍 역시 빌드 행사처럼 사티아 나델라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가 언급한 ‘빌 게이츠의 20% 기여’는 어떻게 가시화될까. 현재는 자선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