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어르신에게 따뜻한 밥 한끼 ‘효 나눔활동’

우리 민족에게 밥은 단순히 생명유지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밥은 우리 민족 문화의 근간이며 민족성의 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은 “밥은 하눌님”이라고 말했다. 밥 한 그릇에서 만사지(萬事知·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라는 의미다. 시인 김지하는 만사지를 “사는 것이 먹는 것이고 먹는 것이 사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이식위천(以食爲天), 즉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끼니를 해결하는 것 그 자체가 백성들에게는 고통스런 일이었다. 권력자의 통치 목적도 백성이 배를 곯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

밥은 백성의 생활 뿌리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권위였다. “밥 한 알이 귀신 열을 쫓는다”는 속담이 그 권위를 상징한다. 귀신이 들 정도로 몸이 허약해져도 삼시 세 끼 밥만 먹으면 병도 낫는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밥심이다. 이 같은 권위를 지탱하게 하는 것은 밥에 대한 경외감이다. “누워서 밥을 먹으면 가난해진다”, “밥알을 버리면 3대가 빌어먹는다”는 속담은 우리 조상이 밥을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오른쪽)을 비롯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 ‘효(孝) 나눔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제공

시대는 변했다. 식습관 변화 등으로 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옛날만큼 밥을 진지하게 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함께 어울려 먹는 밥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았다. “식사 한 번 하자”는 게 우리의 인사법이다. 함께하는 식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함께 먹는 것은 곧 나눠 먹는 것과 같다. 밥을 나눠 먹으면서 정도 함께 나누는 게 보통이다. 온기와 정성이 가득 담긴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해 주고 정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것이다. 식사를 함께하는 행위는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토대임은 물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외된 어른들에게 대접하는 한 끼의 식사는 단지 사회적 약자에게 베푸는 관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행사가 쌓이고 쌓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정신의 터전이 될 것이다. 특히 노인들은 국가 발전의 역군이었다. 하지만 지난 세대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거나 소외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하릴없는 노인들이 공원에 모여 소일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선 노인들은 점심 한 끼니를 챙기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대접하는 우정사업본부의 ‘효(孝) 나눔활동’의 의미는 각별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어버이날과 연계해 지난 6일 220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했다. 5월의 행사는 서울청과 부산청 소속의 우체국 행복나눔 봉사단이 주도했다. 9개 지방우정청이 특정 월에 특정 테마를 선정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우체국 행복나눔 릴레이’의 일환으로 서울청과 부산청이 이번 행사를 맡았다.

독거노인을 위한 우정사업본부의 무료급식은 올해로 7년째를 맞는다. 지난 2008년부터 가정에서 소외된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해 매달 한 차례 서울 노인복지센터에서 ‘한사랑 나누기 무료급식’을 실시해 왔다. 지난해까지 누계 수혜인원은 10만명을 넘어섰다. 김은정 보험기획관 주무관은 “이번 ‘효 나눔활동’은 자원봉사자들이 매월 실시했던 ‘한사랑 나누기 무료급식’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서 특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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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은 “비록 작은 마음, 밥 한 끼일지라도 지속적으로 어르신과 함께하겠다”면서 “조금이나마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우체국 직원들이 나눔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