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돌연변이 <프로듀사>

지난주 KBS2 새 금요극 <프로듀사>의 제작진을 만났습니다. <프로듀사>는 KBS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 전체를 봐도 굉장히 특이한 시도의 결과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방송의 유행 또는 그 유행이 나오는 근원이 명백하게 지상파를 떠났다고 인정하는 일종의 선언과 같았으니까요.

드라마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로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러브콜이 왔다는 대한민국 간판 한류스타 김수현(27)과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히트를 치며 특히 로맨틱 코미디에 강한 배우 공효진(35), 그리고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의 멤버이자 배우로도 인기를 쌓은 차태현(39)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가수로도 배우로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아이유(21)가 합류했죠. 방송가에서는 이들 4명이 모인 것을 놓고 영화 <어벤져스>급 캐스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도 그랬습니다. 가장 잡기 어렵다는 배우 김수현을 잡은 데다 공효진, 차태현이 도사리고 있고, 아이유도 포함됐습니다.

이미 김수현의 파워로 중국을 비롯해 선판매로만 전 세계 10여개 국에 판권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드라마는 방송사, 실제 KBS라는 실명을 쓰는, 예능국을 배경으로 실제 프로그램 <1박2일> <뮤직뱅크>를 연출하는 예능 PD와 출연 스타, 그리고 작가, 간부 등이 등장합니다. 초반에는 예능 PD들이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면 정장을 입고 찾아가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등장합니다. 다들 좋은 대학에 좋은 학점, 외국어 능력 등 스펙을 높게 쌓았지만, 예능국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이 모든 게 다 쓸모없어지고 결국 예능 PD로서의 고집과 끈기, 그리고 체력만이 중요해지는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풀어갑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프로듀사>의 핵심에는 KBS 예능국 서수민 PD와 박지은 작가가 있습니다. 이런 으리으리한 캐스팅도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서수민 PD는 실제 <뮤직뱅크>를 거쳐 <개그콘서트>를 연출했고, <해피선데이-1박2일>의 팀장도 지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PD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그리고 박지은 작가는 KBS 예능국 작가 출신으로 서수민 PD와 방송 유년시절을 동고동락한 사이입니다.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등 시리즈를 쓰다가,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시청률 40%를 넘겼고, <별에서 온 그대>로 스타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이들은 이후 <그들이 사는 세상> <호구의 사랑>을 연출한 표민수 PD까지 연출자로 영입해 화려한 제작진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KBS가 최근 만든 ‘돌연변이 존’이라 불리는 금·토요일 오후 9시대에 편성됐습니다. 그리고 KBS 드라마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12부작으로 방송됩니다. 짧은 드라마도 16부를 넘겼던 것을 보면 이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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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예능국이 매달려 드라마를 만듭니다. 이들이 모여 만든 프로듀사문화산업전문회사의 사장은 KBS 예능국장입니다. 드라마는 잘되면 시즌제도 계획 중입니다. 원래 이러한 구성은 케이블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형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최근 유행 형식을 지상파TV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우리가 원조이고 기준이다’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로듀사>의 도전은 가장 보수적인 방송사로 불리는 KBS에서 이뤄져 흥미롭습니다. 급변하는 방송환경에서 더 이상 지상파라고 성공을 보장받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말이죠. 여러 모로 <프로듀사>는 KBS가 만들어낸 가장 ‘돌연변이’된 작품입니다. <프로듀사>, 과연 새로운 물줄기는 생겨날까요.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