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위기의 <개콘> 절치부심

일요일 저녁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9시15분에 방송되던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옆에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가 오후 7시40분으로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오후 8시45분으로 편성을 바꾸면서 일요일에 불과 1시간30분 사이를 두고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3개가 모이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의 원인 제공자는 단연 <개콘>입니다. 원래 <개콘>은 방송가에서도 알아주는 시청률의 강자였죠. 한때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한 주 동안 방송한 모든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일렬로 세워도 <개콘>은 항상 5위 안에 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3사 통틀어 1위였죠. 하지만 지난 12일 결과를 봅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 집계에서 <개콘>은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12.6%를 기록했습니다. 전성기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수치입니다. 일부 시간이 겹친 <웃찾사>의 동일 기준 기록은 5.4%였습니다.

/KBS제공

<개콘>은 왜 이렇게 시청률이 떨어지게 됐을까요. 지난주 만났던 <개콘>의 한 관계자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개콘>은 한창 인기가 있던 2007년에서 2009년에는 매주 80분을 방송했습니다. 보통 한 코너의 길이를 5~6분으로 잡을 때 13개 정도의 코너가 방송됐던 겁니다. 그런데 KBS는 <개콘>이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좋은 성과를 내자 시간을 조금씩 늘립니다. 방송시간이 늘어나야 그만큼 광고를 붙일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고 이는 방송사의 수익 증대로 이어집니다. <개콘> 광고시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KBS의 다른 광고시간에도 광고를 넣어주는 조건을 지켜야 할 정도로 120~130%의 광고 판매율을 보이는 효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80분이었던 방송시간이 100분으로 늘어납니다. 다시 110분으로 늘고 최근에는 115분까지 늘어났습니다. <개콘> 한 프로그램으로 거의 두 시간을 방송하게 된 셈이죠. 이러한 경우 코너가 보통 18개 정도 필요하게 됩니다.

개그맨의 수는 정해져 있으므로 한 개그맨이 두세 코너에 출연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집중력이 그만큼 떨어지죠.

/KBS제공

코너 길이도 조금씩 길어집니다. 예전에는 5분도 길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7분을 넘는 것이 예사입니다. 웃음은 정말 적응이 빠른 감각이죠. 비슷한 패턴으로 7분을 웃기는 개그에 사람들은 잘 웃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콘> 제작진은 두 시간을 방송해야 하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코너 길이를 늘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짧은 길이의 음악 개그나 캐릭터 개그보다는 줄거리가 있는 ‘콩트’에 장르가 쏠리게 됩니다. 18개의 코너에 새 코너 3개 정도를 붙여 20개의 코너를 세 시간 녹화하면 방청객들도 힘이 듭니다.

최근 <개콘>은 2006년 <웃음충전소>를 연출한 조준희 PD가 새롭게 연출자로 왔습니다. 새 연출자의 공약은 ‘방송시간을 줄이겠다’입니다. 실제로 지금 방송시간은 100분이 좀 넘게 됐고, 제작진은 90분까지 줄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클릭TV

광고 수주에서 다소의 손해가 있더라도 시간을 줄여 개그맨끼리의 경쟁을 유도하고, 시청자의 피로도 줄여보겠다는 복안입니다. 과연 절치부심한 <개콘>의 봄날은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