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소극장 뮤지컬의 묘미

작아서 더 재미있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소극장 뮤지컬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깝기에 더욱 생동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손만 뻗으면 배우들과 악수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에서 숨소리까지 느끼며 감상하기에 더욱 특별한 무대적 체험이 가능하다. 공연장이 작으니 흥행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도 선입견이다.

무대가 작은 대신 제작비도 적게 든다. 롱런을 통해 착실히 벌어서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허세 가득한 대극장 뮤지컬보다 실속이 있다. 규모가 작으니 제작비 압박도 대극장 무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자본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만큼 예술가들의 실험성과 파격의 도전정신도 소극장 뮤지컬의 덕목이다. 유난히 소극장 뮤지컬에 ‘B급 컬처’를 표방하는 작품이 많은 배경이자 이유이기도 하다. ‘골 때리고, 발칙하고, 적나라하고, 익살스런’ 재미는 그래서 작은 뮤지컬들의 매력이다.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은 바로 그런 매력이 듬뿍 담겨 있는 무대다. 물론 제목은 <백설공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난쟁이가 주인공이라서 붙여진 것이다.

무대 위에선 소극장 뮤지컬의 재미를 담아내기 위해 동화 속 이야기의 재연을 넘어서는 파격과 실험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찰리는 공주와 만나 인생 역전을 꿈꾸는 야심찬 난쟁이이다. 백설공주를 만난 후 오매불망 그녀를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 빅과 함께 두 난쟁이들은 숲속의 마녀를 찾아가 긴 다리를 얻게 된다.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3일, 그 안에 공주와 키스를 하고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하면 ‘인어공주’처럼 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만다. 그로부터 뮤지컬에는 난쟁이의 공주 꼬시기 프로젝트와 촌철살인의 유머가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백설공주>를 무대에서 활용한 창작 뮤지컬은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공주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일곱 난쟁이 중 한 명인 반달이의 이야기를 그린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있다. 줄여서 말하기 좋아하는 요즘 세대들에겐 <백사난>이라는 애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눈물을 쏙 뺄 만큼 애틋하고 아름다운 짝사랑 이야기를 그려내 인기를 모았다. 엇비슷한 소재지만, <난쟁이들>은 <백사난>과는 사뭇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훨씬 직설적이고 과감하다. 무대에는 시종일관 19금 외설스런 대사와 직설적인 표현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공연의 부제로 쓰인 홍보문구 역시 ‘어른이 뮤지컬’이라는 익살스런 표현이다. 어린이의 ‘린’에 X자를 그리고 ‘른’으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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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뮤지컬답게 설정 자체가 파격이고 충격이다. <난쟁이들>은 동화 속 판타지 대신 현실적인 재해석들을 과감히 덧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장남자 배우가 맡은 ‘신데렐라’는 진정한 사랑보다 재력을 더 따지는 속물로 그려지고, ‘백설공주’는 보석탄광에서 삽질을 하며 꿈틀대는 근육을 자랑하던 난쟁이들의 남성미를 잊지 못하는 야한 인물로 묘사된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우스꽝스럽고 허접스러운 왕자들은 ‘끼리끼리’를 노래하며 연인관계에서는 신분과 계급이 중요하다고 풍자한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들이지만 폭소 속에 담겨 있는 ‘뼈 있는’ 농담 한 마디는 이 작품만의 별스런 재미와 웃음을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 웃자고 만든 작품이다. 일상의 번잡스러움을 잊고 가볍게 즐기기에 아쉬움이 없다. 특히 뮤지컬 하면 서양의 드레스 입은 궁중 무도회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라면 꼭 공연장을 찾으라 권하고 싶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