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페이스북의 네이버화’ 좋은 게 좋은 거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지금 전 세계의 웹은 뒤늦게 시작한 ‘네이버화’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인에게 네이버는 포털 그 이상이었다. 포털이라고 하면 현관, 그 현관을 지나면 온갖 삼라만상이 함께 모인 웹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네이버는 현관 안쪽에도 다시 네이버가 여전히 등장하는 ‘대안적 웹’을 일찍이 선보였다. 웹은 기술의 요소로 활용되었을 뿐, 엄밀히 웹은 아니었다. 링크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좋은 게 좋은 거였다.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기보다는 네이버의 한 칸을 임대하는 편이 간편했고, 효율도 좋았다. 독립 블로그 대신 네이버 블로그가, 독립 사이트 대신 네이버 카페가 퍼졌다. 웹에서의 링크 갯수와 그 신뢰도보다 파워블로거나 우수카페 배지가 중요했다. 스타트업보다 카페 하나 잘 키우는 것이 짭짤했다.

편리함과 자립심은 그렇게 교환되었다.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개별 언론사 대신 네이버의 뉴스란이 대세가 되어 갔다. 타인에게 의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결국 이들 언론사가 증명했다.

광고주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다양한 광고 기법 및 효율적인 매체 집행 방안이 해외에서는 고민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별 상관없었다. RTB(Real Time Bidding) 등 새로운 광고 집행의 조류도 한국에서는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머리 아프니 네이버에 맡기는 것이 효과적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덕에 온라인 광고가 줄 수 있었던 21세기적인 혜택, 즉 나의 고객에 대한 조금 더 정확한 첩보, 그리고 이를 통한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마케팅을 놓치게 되었다.

네이버가 곧 인터넷이었고 웹이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었다. 이 훌륭한 모델에 세계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네이버화’가 진행 중이다.

그 주역은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페이스북은 네이버가 걸어 온 길, 폐쇄적 대안 웹을 만들어 간다. 인터넷 그 자체가 힘든 개발도상국에는 드론까지 띄워가며 접속환경을 보급하기로 했다. 그 혜택을 받은 이들은 연결된 세상의 가능성에 깜짝 놀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인터넷이란 페이스북일 터이다. 마치 한국의 대중에게 웹과 인터넷이란 네이버였던 것처럼 말이다.

웹은 개방이 대전제였다. 이 열린 시장을 통해 정보는 유통되고 평가되며 오늘의 인터넷 문화를 만들었다. 애초에 웹이란 두루마리처럼 긴 논문을 링크로 상호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 이러한 텍스트는 ‘tl;dr’이라는 유행어로 깔끔히 무시당한다. 너무 길어서 안 읽었음(Too long; didn’t read).

대신 정보를 퍼와 짧게 감상을 남기는 SNS적 공유가 유행한다. 더 편하고 힘이 들지 않는다. 굳이 무언가를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이조차 귀찮으면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린다. 허세에 필요한 것은 사진이었다. 글이 아니었다. 아니면 만사 귀찮으니 아예 실시간 생중계를 하고 치우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미어캣이나 페리스코프처럼 외국에서의 최신 유행은 이를 증명한다. 아예 이 닫힌 공간 그 자체를 가상현실로 만들어 버리면 더 편할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은 이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 고민 끝에 가상현실업체를 2조5000억원이나 주고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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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인터넷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이 현상이 ‘퇴화’는 아닐지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먼저 웹의 ‘네이버화’를 겪은 국민으로서 세계인을 향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