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현실에 가상을 입히는 새 ‘아날로그 세상’

두 세상이 만나고 있다. 가상의 디지털 세상이 현실에 중첩되어 하나로 보이면 우리가 알던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 생활에 들어올 것이다. 이를 위한 노력은 가상현실 기술 또는 증강현실 기술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이 분야에서 최근에 나타나는 새로운 기기나 기술은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삼성전자의 기어VR은 같은 물체의 다른 이미지를 다른 각도로 양쪽 눈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3차원 입체 영상을 제공한다. 기어VR도 곧 시판이 될 것이고,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최근 개발자 회의에서 뉴스 피드에 360도 영상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오큘러스 헤드셋을 통해 새로운 비디오 경험을 주기 위함이다.

오큘러스나 삼성의 VR이 사용자들을 가상세계에 들어가게 하는 기기라면, 현실에 가상을 입히는 방식을 추구하는 기기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윈도10 발표장에서 우리를 더 놀라게 한 것은 홀로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홀로렌즈의 시연이다. 좀 더 자세한 정보는 4월 말에 있을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개발자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지만, 시연 영상만 봐도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우리에게 제공할 듯하다.

가상 현실을 구현하는 기기인 홀로렌즈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히트작인 키넥트를 만들었던 알렉스 킵맨의 야심작이다. 홀로렌즈는 키넥트 기술처럼 내가 있는 공간을 3차원 스캔한 뒤 공간에 디지털 개체들을 투영한다. 그가 말하는 미래의 컴퓨팅은 디지털 우주가 아니라 아날로그 우주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다른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이버스페이스가 아니라 바로 내가 있는 공간에 결합되어 서로 구분이 안 되는 세상을 경험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20억 달러의 가치 평가로 5억4200만 달러를 투자 받은 비밀스러운 스타트업인 매직 립이 공개한 기술 데모 영상도 온라인을 뒤흔들었다. 구글 글라스를 통해 뼈아픈 교훈을 얻은 구글이지만 매직 립에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미래 컴퓨팅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매직 립의 기술은 아직 완전 공개한 것이 아니다. 다만 아주 소형의 프로젝터로 눈에다 직접 빛을 쏘여 사용자들이 현실의 빛과 프로젝터의 빛을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을 이용한다. 이 기술을 다이내믹 디지털 라이트 필드 신호 기술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해 실제로 살아 있는 수준의 디지털 이미지를 현실에 투영할 수 있다고 한다. 매직 립은 게임 개발 전문가인 그래엄 디바인을 영입해서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하게 했고,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 제작으로 유명한 웨타 워크숍과도 게임 개발을 함께하고 있다. 구글 외에 인터스텔라 제작으로 유명한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도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바타와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SF 작가 닐 스티븐스를 미래학자로 영입한 것도 흥미롭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트렉 시리즈 중에는 홀로덱이나 홀로스위트 같은 홀로그램으로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는 휴게실이 나온다. 이제 우리 현실공간 전체를 가상현실화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런 기술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디자인, 영화, 관광, 교육, 공연 등 모든 분야를 완전히 새로운 혁신으로 바꾸게 할 것이다. 여러분이 사무실에서 홀로렌즈나 매직 립 기기를 사용하는 순간, 사무실이 지중해 또는 파리의 거리가 되는 경험을 한다면 이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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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은 더 이상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하는 것이 이상해지는 수준으로 될 것이다. 오큘러스가 우리를 가상세계로 들어가게 한다면 홀로렌즈나 매직 립은 아날로그 세계를 그냥 디지털 세계와 합쳐 인간이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게 만들 것이다. 나 역시 두 기기가 내 손에 들어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세종대 ES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