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설계]즐거운 식사, 소화불량 예방

증권사에서 일하는 40대 직장인 ㄱ씨는 요즘 머리가 복잡하다. 불황 여파로 증권업계가 침체된 것만 해도 심적 부담이 큰데, 아내와 아이도 자꾸 사소한 문제를 일으킨다. 아침은 거르기 일쑤이고,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식사를 하고 난 뒤에 소화가 잘 안 된다. 속이 더부룩하고 명치 아래가 꽉 막힌 것같이 답답하다. 자꾸 트림과 신물이 올라와 병원 진료까지 받게 됐다.

ㄱ씨처럼 소화기능이 나빠져 결국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은 위벽은 정상인데 위장의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위장의 활동성이나 효소 분비 등 여러 가지 소화와 관련된 다른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ㄱ씨 같은 증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위장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장기다. 소화가 되지 않으면 위장관 증상을 비롯해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기도 하고 오한이나 열도 날 수 있다. 등이 아프기도 하다. 심하면 팔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이 축 늘어지는 경우도 있다. 소화 장애는 심장병이나 고혈압 환자들, 그리고 호흡기질환자들에게까지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 요인이 될 정도로 위장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잘못된 식생활 습관과 스트레스가 대표적이다. 한방 이론 중 사즉기결(思則氣結)이란 것이 있다. 즉 ‘생각을 너무 곰곰이 많이 하면 기가 뭉친다’는 뜻으로, 이로 인해 특히 위장의 활동성이 떨어진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위장으로의 혈류가 줄어들고 위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소화효소의 분비가 줄어든다. 음식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고민이나 잡생각을 많이 한다든지, 화가 난 상태나 너무 우울한 상태, 심신이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소화가 잘될 리 만무다. 이런 생활이 계속 반복되면 만성 소화불량이나 만성 위장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바쁘고 급해도 식사를 할 때만큼은 식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잡한 일은 잠시 접어두고 조금은 느긋하게, 음식 맛도 음미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웃으면서 식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위장병 치료는 물론 부교감 신경의 작용으로 긴장이 이완되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니 말이다.

<변희승 여의도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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