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인서전트-소녀 취향 상상력의 한계

조이앤컨텐츠그룹

제목 인서전트

원제 Insurgent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

배우 쉐일린 우들리_트리스, 테오 제임스_포, 케이트 윈슬렛_제닌

상영시간 119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5년 3월 25일

대학원 수업 때 교수가 물었다. 토마스 모어나 캄파넬라와 같은 유토피아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잠시 머뭇거렸다. 교수가 제시한 답은 ‘폐쇄계’라는 것이다.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닫혀 있어야 한다고.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나.

<인서전트>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은 <다이버전트>(2014). 베로니카 로스라는 1988년생 소설가의 3부작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영화에서는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배경은 근미래, 폐허가 된 미국 시카고다. 도시 주변에는 거대한 장벽이 쳐져 있고, 도시 거주민들은 16세만 되면 자신의 ‘성향’ 테스트를 거쳐 분파를 구성해 살게 된다. 분파는 대충 다섯 개로 구성된다. 추상적 가치, 이를테면 ‘용기’를 가진 돈트리스는 도시의 치안을 담당한다. ‘지능’을 상징하는 에러다이트는 학자, ‘정직’의 성향을 가진 캔더는 사법을 담당한다. ‘평화’를 가진 애머티는 농사, 그리고 이타적 성향을 지닌 애브니게이션이 담당하는 영역은? 정치다.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집단들이 기능적으로 잘 조화를 이루면 평화롭고 순조롭게 굴러가는 사회다. 낙오자들도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무분파가 이 도시의 하층민을 구성한다. 그런데 감춰진 비밀이 하나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모든 성향을 다 가진 사람들이 있다. 다이버전트다. 도시는 다이버전트가 결국 평화를 깨뜨리는 트러블메이커가 될 것으로 가정, 은밀히 ‘제거’해 왔다.

그리고 우리의 여주인공 트리스. 당연히 다이버전트였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일단 돈트리스를 선택해 무술과 무기사용법을 연마한다. 생존을 위해서다. 여기까지가 전작에서 뿌린 떡밥이다. <인서전트>에서 다루는 것은 ‘봉기’다. 작은 상자에 봉인된 과거의 메시지를 풀고자 이 도시의 지도자인 제닌(케이트 윈슬렛이 맡아 연기했는데, 그녀가 쌓아온 연기경력이 점점 더 망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은 지속적으로 ‘다이버전트’ 사냥을 지시한다. 메시지를 푸는 덴 모든 분파의 성향을 다 가진 다이버전트의 능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잡혀온 트리스. 메시지를 담은 상자도 그녀의 집에서 발견된 것이었으니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100%의 다이버전트 성향을 지닌 그녀가 마침내 해냈다. 해독된 메시지는 “도시 장벽 밖에서 당신들을 기다리겠다”는 것이고, “다이버전트는 그리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터치스크린

원작 소설 제목이자 영화 제목으로 쓰여진 <인서전트>는 ‘무분파’와 ‘다이버전트’가 결성한 반란동맹군의 이름이다. 사실 <다이버전트> 3부작은 만만치 않은 팬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봐도 각 분파를 상징하는 그림을 내건 커뮤니티, 원작 소설에서 다루지 않은 스핀오프, 즉 독자들이 만들어낸 분파 이야기 등이 여럿 나온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원작 소설이나 팬덤의 성향이나 소녀적 취향의 판타지를 담고 있다. <다이버전트>나 비슷한 혁명-반란 스토리를 담은 <헝거게임>, 그리고 이 코너에서도 리뷰한 <로스트>와 같은 10대 소녀 취향물의 특성은 ‘낭만적’이다. 사살 장면에서조차 핏덩어리도 비치지 않는 깔끔함을 보여준다. 전편부터 주인공은 종종 코피를 흘리고, 심지어 이번 편에서는 죽기까지(!) 하지만 관객들은 결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쉽게 눈치챈다. 분파에 대해 생각해보니, 우리식으론 ‘사농공상’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다이버전트 시리즈에는 아무리 유토피아라고 하지만 ‘공상(工商)’의 메커니즘이 눈에 띄지 않는다. 소녀적 상상력으로 쓴 픽션의 한계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