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스마트원전이 창조경제의 모델?

업계 관계자 “실용성 없어 사장 직전”… 국내 건설 없이 사우디와 MOU 체결 막후 논란 예상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선순환구조를 조성하여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를 구현”, “창조경제의 대표적 모델”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3월 3일 낸 보도자료의 일부다. 박근혜 정부 3년, 핵심 어젠다로 내세운 ‘창조경제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세간의 논란에 대해 마침내 주무부서가 답을 찾은 모양이다.

3월 3일 미래부의 보도자료 제목은 ‘중소형 원자로 SMART 해외수출길 열리다’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SMART 파트너십 및 공동인력 양성을 위한 MOU’를 설명하는 자료다.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보도의 중심에는 SMART(이하 스마트) 원자로가 있었다.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가를 받은’, ‘전력생산, 해수담수, 지역난방이 가능한 다목적이면서 10배 이상 안전한’ 등의 수사(修辭)도 붙어 있다. 한마디로 양국이 맺은 양해각서에 따라 지어지면 세계 최초로 지어지는 중소형 원자로이며,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한 똑똑한 원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일이 진행돼서 놀랐다.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업계 전문지인 <원자력신문> 김소연 기자의 말이다. 계속되는 김 기자의 말. “스마트 원전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물어봤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사실상 컨소시엄의 중심이었던 한전과 관련 회사들이 발을 뺀 상황이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3월 3일 오후(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에르가궁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참관하는 가운데 하쉼 야마니 킹 압둘라 사우디 원자력·재생에너지 원장과 스마트 공동파트너십 및 인력양성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

핵심관계자 “MOU 추진 몰랐다”
다시 보도자료로 돌아가자. 스마트 원전 MOU 보도자료는 이날 22시, 그러니까 밤 10시 엠바고가 걸려 있었다.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양국 정상회담과 관련해 현지시간에 맞춰 엠바고를 거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런데 <주간경향>이 확인해본 결과 이 ‘엠바고’는 종전의 관례를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SMART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의 말. “사우디와 MOU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정작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우리도 몰랐다. 원자력연구원 쪽에서 그에 관한 사전 언급도 일절 없었다. 우리도 보도가 나온 다음에야 처음 알았다.”

이번 성과 발표는 미래부가 주도했지만 원전 관련 정부부처는 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다. 아예 전담하는 부서도 있다. 산업부 원전수출진흥과다. 스마트 원전과 관련해 거둔 ‘성과’와 관련해서 산업부 원전수출진흥과 쪽은 조용하다. 이튿날 ‘한·사우디 원자력 협력 제2라운드 돌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나왔을 뿐이다. 이 보도자료에는 ‘스마트’가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그간의 원자력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음”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만 나온다. 산업부는 APR1400, 그러니까 한국형 원전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부가 자기 일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순방단에는 산업부 장관뿐 아니라 원전수출진흥과 관계자들도 같이했다. 스마트 MOU는 산업부 관계자들에게도 ‘보안’ 대상이었다.

<주간경향>은 다수의 산업부 관계자들을 접촉해봤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산업부에서는 APR1400 축소모형도 만들어 가지고 갔다. 말하자면 완전히 헛물을 켠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1월에 야마니 원장이 원전 도입계획을 2040년 이후로 늦춘다는 이야기를 그쪽 언론에 살짝 흘렸다. 그렇다고 준비를 안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스마트와 관련해선… 해외 수출·홍보까지 다 미래부로 넘긴 것으로 정리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쪽의 진행상황과 관련해선)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원전수출진흥과에서는 스마트 관련 미래부와 협의업무는 ‘원자력정책국 소관’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자력정책국 담당 사무관은 “솔직히 스마트나 우리 부서 관련 과거 일에 대해서 답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산업부의 관할을 받는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이야기 끝에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지금 미래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원전은 사실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 저희는 알아도… 지금 상황에서 대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

대형 원전과 스마트 원전의 비교 그림. 스마트 원전은 대형 원전의 가압기, 펌프, 증기발생기를 모두 원자로 안에 집어넣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원전사업 완전히 물먹은 산업부
무슨 이야기일까. 2012년 8월 23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이 이 ‘의문’에 대한 많은 단서를 담고 있다. 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장에 내걸린 플래카드가 답이다. “세계 첫 국산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 사장되나?”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스마트 원전 관계자들은 ‘울분’을 털어놓았다. 1997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중소형 원자로 시장이 앞으로 만들어지면 선발주자가 되는 셈인데, 정작 표준설계 인가를 받고도 실증을 할 수 있는 실증로 건설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투자한 한전(KEPCO) 컨소시엄이 요지부동이라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의 하재주 당시 신형원자로개발연구소장은 이렇게 자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뇌관은 국내 건설이다. 국내에 지어보지도 않고 해외에 수출하기에는 제약이 크다.”

이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기자회견의 중심 발제자는 이은철 서울대 교수였다. 그는 현재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장이다.

한 달 전인 7월 4일, 원안위는 스마트 표준설계 인가 안건을 통과시킨다. 당시 원안위는 강창순 위원장 체제였다. 8월 ‘스마트 원전 사장’ 기자회견을 전하는 보도들에서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위원장은 이때도 원안위에 관여하고 있었다. 원안위 위원들이 의결하기 전, 사전에 검토하는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이었다.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말. “이 위원장이 그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은 부적절했다. 이 위원장으로서는 ‘원안위 위원장이 된 것은 그 이후였지 않느냐’고 반론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불과 한 달 전에 자신이 전문가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심사해 문제없다고 통과를 시켜놓고, 다시 ‘산업진흥이 왜 안 되냐’고 성토하는 자리에 나서는 건 당장 원안위의 심사가 적절했는지, 공정성 의문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자회견 전후의 언론 보도들을 살펴보면 중소형 원자로사업 중복투자 논란이 제기되었다. 오랫동안 국내 독자기술로 진행돼온 ‘스마트’가 있는데, 지식경제부, 그러니까 현재의 산업부가 미국에서 모델을 들여온 소형모듈형 경수로(SMR) 사업을 또 들고 나온 것이다. 실제 이 사업은 최경환 부총리가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 추진한 R&D전략기획단이 내놓은 7대 사업의 하나였다. 2013년부터 총 6년간 2320억원을 투입해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국가과학기술위는 중복 논란이 벌어진 SMR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당장 2012년 예산안에 편성해 놓았던 212억원을 0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경부 장관 후 다시 한나라당 의원으로 돌아갔던 최 부총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학교수 논문을 초등학생들이 말이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지경부의 SMR는 그 후 자취를 감췄다. 산업부 원자력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불과 3~4년 전 이야기인데도 “그 당시 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입을 다물었다.

중소형 원자로를 둘러싼 교과부와 지경부의 갈등은 미래부와 산업부로 부처가 바뀐 뒤에도 계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원자력연구원의 핵심 관계자는 사우디와 스마트 추진 ‘뒷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원전 관련 부처가 산업부와 미래부로 나뉘어 있는 걸 모른다. 사실 스마트(SMART)는 우리가 독자개발한 고유명사다. 반면 SMR는 소형모듈원전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다. 그쪽(사우디)과 장관 회담에서 지경부 쪽이 자신들이 추진하던 SMR를 이야기하니 사우디 쪽에서 오히려 당황한 것으로 들었다. ‘당신들이 해놓은 스마트라고 있지 않느냐, 그걸 가져와라’ 해서 이쪽이 불려간 적이 있다.” 원자력사업을 하는 한전이나 한수원은 산업부의 지휘를 받는다. 스마트 KEPCO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업체는 한전과 유관회사를 포함해 13개였다. 하나 둘씩 그 업체들이 떨어져 나간 이유는 산업부에 대한 눈치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인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산업부는 왜 스마트에 부정적이었을까. 단지 부처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서?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스마트가 표준설계 인가를 원안위로부터 받은 뒤인 2012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스마트 원자로는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2007년 원전산업계가 실시한 사전용역과 2008년 KDI가 실시한 재검증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소연 <원자력신문> 기자는 “대형 원전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중소형 원전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가 있다”고 전했다. “중소형이라고 해서 조그마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형 원전만큼이나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또 효율성이나 비용도 많이 든다는 지적이다.”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쉽게 말해, 기존의 원전은 원자로 밖에 증기발생기와 냉각재 펌프, 가압기가 따로 나와 있다. 이것을 하나의 용기 안에 다 집어넣는다고 가정해 보라. 당연히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나의 원자로 용기에 다 집어넣다 보니 기존 원자로처럼 많은 용량은 생산할 수 없고… 그러니 크기는 기존 대형 발전소와 비슷한데, 효율은 거꾸로 10분의 1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막같이 넓은 데라면 또 모르는데 한국처럼 송전망이 발달한 곳에서는 굳이 지을 이유도 없고.”

그럴까. 원안위에 제출된 표준설계안을 보면 스마트의 내경은 36.0m, 높이는 68.4m, 체적은 56.390㎥로 기존의 대형 원자로(OPR 1000)에 비해 각각 82.2%, 84.4%, 63.0% 작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소형 원자로의 전기출력은 100Mwe(메가와트)로 기존 원전의 10분의 1(OPR 1000)이나 14분의 1(APR 1400)에 불과하다. 김긍구 원자력연구원 SMART개발부 부장도 일정 부분 동의하는 지점이다. “소형이라고 하는 것은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출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대형원전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맞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지어보려고 한 것은 해외수출의 발판으로 삼자는 차원이었다. 수출할 생각이 없는 사람은 그걸 왜 짓냐고 비토를 했던 것이고.” 사우디와 MOU 체결로 그동안 실증로를 지을 수 없어 답보상태에 머무르던 스마트 개발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는 것이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원인일까
그러나 스마트에 대한 과장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의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 쪽 주장을 보면 건설기간도 ‘매우’ 짧고 경제성도 높다고 하는데, 경제성은 낮고 건설기간도 그 사람들 말대로 하더라도 기존 대형 원전(48~58개월)에 비해 불과 1년 단축(36개월)될 뿐이다. 과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시 앞의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설계승인이라고 하지만, 그 실상은 국내 원전 규제기관인 원안위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일 뿐, 국제기구로부터 공인받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과연 비슷하게 SMR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SMR 즉, 중소형 상업원전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상용화된 곳이 없다. 미국이 2017년, 늦어도 2020년까지는 상용화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개발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에서 개발한 쇄빙선용 원자로(KLT-40S)가 현재까지 상용화에 가장 다가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김긍구 부장은 “사전 검토단계에서 러시아 쪽도 검토를 해봤지만, 증기발생기가 밖으로 나와 있는 등 우리가 개발하려는 방향과 차이가 있어서 독자개발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교 교수는 “MOU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과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양해각서는 이행강제력이 없는 문서다. 실제 추진과정에서 계약 상대방을 바꿔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장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국제적으로 원자력 시장, 특히 중소형 원자로 시장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뒤늦게 시장 참여를 선언한 모양새지만,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은 미국이다. 여기에 중국도 NHR 200이라는 이름의 중소형 원전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의 미국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싼 인건비의 중국이 제안해 계약을 엎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스마트 원전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인 스마트파워(박스 참조)의 김두일 대표는 “한국이 샌드위치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상세설계 단계에서 사우디 측이 여러 조건을 내걸며 브레이크를 걸고 다른 데와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고 싶다. 현대차가 만드는 제네시스보다 더 좋은 차가 많다. 기자님도 결혼할 때 세상에는 미인도 많은데 왜 보통여자와 결혼하셨나. 결국 양국의 ‘니즈’가 맞은 것 아니겠느냐.” 의문은 이것이다.

앞의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원전을 지난 정권 당시 4대강 수질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대통령이 극찬한 ‘로봇물고기’에 비유했다. 실용성도 없고, 아직 실증할 수 있는 원전이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서 MOU가 추진되었고, 사우디 측이 받아들였느냐는 것이다. 정치권 출신으로 원자력 관련 기관 고위직을 역임한 한 인사는 ‘대형 원전을 추진하던 산업부가 물먹고, 미래부의 스마트가 완승한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결과에 대해 “사실 원전 관련 정보는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자력 관련 업계나 학계를 벗어나면 웬만한 사람이 들어도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누군가 대통령의 귀를 잡은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직 주어진 ‘단서’는 퍼즐 몇 조각에 불과하다. 막후 논란의 진상은 앞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전 총리가 스마트원전 회사 개소식에 간 이유?

지난 1월 29일 서울 광화문에 자리잡은 특수목적 법인 SMART파워사의 개소식. 참석자들 한가운데 김황식 전 총리가 눈에 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미래부는 사우디 스마트 원전 MOU 보도자료에서 이후 “양국 법인으로 구성된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해 사우디 내 추가 원자로 건설과 제3국 수출을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에 스마트 원전 수출을 전담할 한국 회사를 설립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서울 광화문에 자리잡은 이 회사의 개소식은 지난 1월 29일에 열렸다. 그런데 개소식 사진을 보면 눈에 확 띄는 참석자가 있다. 김황식 전 총리다. 얼핏 ‘스마트 원전’과 무관해 보이는 그가 개소식에 참석한 까닭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마트 원전이 처음 추진될 당시 교과부가 700억원, 민간인 KEPCO컨소시엄이 1000억원을 투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원래 인허가까지 주관할 예정이었지만, 막상 원안위에서 인허가가 나오자 ‘KEPCO컨소시엄’은 수출이나 국내 실증로 건설에서는 한 발을 빼 “결국 ‘스마트 원전’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13개 민간기업이 참여했던 KEPCO컨소시엄은 와해 직전이었다. 남은 기업은 포스코건설, 포뉴텍, 대우건설, 일진파워 등 4개. 12월 회사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2개의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일진전기와 성일에스아이엠이다.

미래부 측에 따르면 이 두 회사가 결합한 시기는 지난해 12월 회사 설립 시점이다. 스마트파워사에 따르면 출자금은 각 1억원이다. 그런데 일진전기는 어디선가 기시감이 있는 회사다. 일진전기 창업주 허진규 회장의 부인은 김향식씨다. 김황식 전 총리의 둘째 누나다. 2007년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김황식 총리의 딸 결혼식에 누나 측에서 1억원을 빌려준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총리 자녀의 해외유학자금 일부를 지원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김 전 총리의 총리 재임 당시 원안위의 ‘세계 최초’ 스마트 표준설계안 승인이 이뤄졌다. 당시 1기 원안위는 대통령 직속기구였지만, 김 전 총리는 총리실 산하에 ‘SMART지원협의회’를 만들어 지원했다. 이번 MOU 체결은 핵심 관계사, 심지어는 대통령과 순방을 같이 간 정부부처도 모를 만큼 철통보안 아래 진행됐다. 심지어 1월 29일 SPC 설립 당시에도 사우디건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게 당시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증언이다. ‘스마트 원전 MOU’의 완성된 그림을 아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극소수에 불과했다. MOU 체결대로 실현된다면 투자한 회사는 이후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김 전 총리와 특수관계 회사가 참여한 것을 좋게 이야기하면 총리 시절 자신이 간여한 사업에 ‘도움’을 보탠 것이지만, 반대로 ‘공직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특혜’로 해석할 수도 있다. 스마트파워사의 김두일 대표는 “김 전 총리와 함께 아데코라는 한국·독일 동문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김 전 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어 내가 초청했다”며 “(자신과 특수관계인) 일진전기가 지분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김 전 총리는 행사 당일 환담하는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