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우체국 네트워크의 공익적 가치

우정사업본부의 전국 네트워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국 네트워크를 이용한 공익 목적의 우정사업본부 비즈니스가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숫자는 기업 성과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우체국알뜰폰 가입자가 20만명을 돌파했다. 3월 3일 현재 가입자 수는 20만280명이다. 2013년 9월 판매를 개시한 이후 하루에 608명이 가입했다는 얘기다. 특히 30대 이하 점유율이 17.9%(2014년 12월)→18.3%(2015년 1월)→19%(2월)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알뜰폰 수탁판매업체로 선정된 SKT·KT망이 4%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선정된 업체가 없는 LGU+망은 8% 감소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의 신뢰성과 상품가격이 판매 확대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렇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기관으로서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는 공공성과 기업의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 유일한 정부기구이다. 그에 따른 신뢰성이 매출 신장에 밑받침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 3300여개 우체국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네트워크 외부성’의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학에서 어떤 재화의 가치나 효용이 그 재화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수에 따라 상승하는 현상을 ‘네트워크 외부성’이라고 말한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오른쪽)과 보건복지부 김원득 사회복지정책 실장이 지난 5일 장애인 등록증 우편배송 등 복지분야 정부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네트워크 외부성은 스스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다. 폭발적 인기를 얻는 제품은 실제 가치보다 높은 효용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말한다. 우체국에서 하루 평균 600여대가 팔리던 알뜰폰 매출이 민족 대이동이 있던 지난달 설 연휴를 지난 뒤 1일 구입자가 960명으로 급증했다. “나도 알뜰폰을 쓴다”는 입소문을 탄 것이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가 확인될 때 선순환 구조는 더욱 공고해진다. 설 연휴를 지나면서 알뜰폰 통신비가 이동통신 3사의 3만6468원(2014년 3분기 기준)보다 69.5% 저렴한 1만1132원으로 연간 가계통신비를 600억원 절감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또 지난 1월부터 청소년 전용요금제 출시와 반값 무약정 요금제 출시로 데이터 상품까지 보강한 것도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알뜰폰 구매와 우정사업본부의 다른 행정서비스도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브랜드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이런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다른 정부부처의 업무 대행사업이 최근 크게 늘어났다. ▲가정이나 직장으로 배달해주는 장애인 등록증 우편배송 서비스 확대(보건복지부) ▲장애인에 대한 무료도서 대출·반납 서비스 실시(문화체육관광부) ▲법원의 특별송달 문서의 전자우편 연계서비스(법원행정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지난 5일 업무체결을 한 ‘장애인 등록증 서비스’는 장애인이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등록증을 신청하면 신청인이 요청한 주소로 배달해주는 우체국 서비스다.

종전에는 5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실시되던 게 101개로 늘어났다. 그동안에는 장애인 등록증을 신청하거나 받으려면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했다. 이번 협약 체결로 등록증을 신청할 때 한 번만 방문하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 또 발급기간도 15일에서 4일로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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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251만여명(2013년 12월 현재)이다. 전체 인구의 4.9%다. 이 중 90.5%는 질병, 사고 등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를 겪고 있다. 특히 지리정보 활용과 이동활동에 불편을 겪는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이 가장 많다. 장애인 등록증 업무협약 업무를 담당한 김정희 국내우편담당 사무관은 “더 많은 장애인이 우체국의 행정편의 개선서비스를 통해 조금이라도 생활이 나아지길 기대한다”면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사업을 더 많이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