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핀테크, 한국에서도 이륙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청년층을 밀레니얼 세대라 부른다. 80~90년대에 태어난 이들 밀레니얼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지금 무엇이 변혁에 직면해 있는지 물은 자료가 있다. 밀레니얼 디스럽션 인덱스(Millennial Disruption Index) 즉 밀레니얼 와해 지표인데, 이 지수가 높을수록 혼란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이 지표의 최고치는 다름 아닌 금융이 차지했다.

응답자의 68%는 5년 내에 돈에 대한 접근법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70%는 돈을 지불하는 방식도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했다. 33%는 심지어 은행이 전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종래의 금융권이 아닌 구글, 애플 등 금융권 밖에서 찾아올 것이라고 73%가 믿고 있다는 점이었다.

변혁은 불안과 불만을 땔감 삼아 타오른다. 젊은 세대에 불안과 불만이 가득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작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USA 투데이의 조사에 의하면 밀레니얼 4명 중 1명은 식료품도 부모에 의존하고 10명 중 1명은 휴대폰 사용료를 받고 지낼 정도로 자립을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편 금융권은 금융위기를 일으켜 놓고도 그리 변하지 않았다. 약자의 편에 서주지도 않았다. 경기는 좋지 않았고 취직도 여의치 않았다. 금융권은 가진 이들의 자산운용에는 충성심 가득 응했지만, 나머지 고객은 수수료 한푼 깎아주지 않았다. 때는 서서히 스마트 혁명이 시작되는 시절. 스마트폰이 야기한 다양한 디스럽션, 즉 붕괴의 대상으로 금융이라는 기득권이 지목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를 위한 사회를 바꾸자는 오큐파이 운동이 벌어진 것도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그리고 누군가는 거리에 나서는 대신 코딩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핀테크라는 트렌드는 시작되었다. 이미 금융은 그 제도도, IT시스템도 무겁고 건드리기 힘든 돌덩어리가 되어버린 지 오래. 이 분야의 혁신을 금융권 자체로부터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이 팽배했다. 한편 페이팔이나 스퀘어 등 IT에서 시작한 금융업들은 변화의 희망을 주게 되고 이에 자극받은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결제도 하고, 저축도 하고, 또 없으면 없는 대로 자산관리도 할 수 있었다.

핀테크 서비스 사용자는 그 평균 연령이 낮다. 미국과 중국 등 이재에 밝고, 그 욕망을 IT로 푸는 데 거리낌이 없는 시장은 이미 내달리기 시작했다. 정글이 따로 없다. 반면 한국은 수많은 규제 덕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볼멘소리가 나오자 대통령은 “핀테크 산업 육성에 힘써 달라”고 한마디 하고, 금융위원회는 IT금융융합지원방안을 즉시 발표한다. 노력은 엿보이지만 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없었다.

관치금융은 달라질 수 있을까? 돌덩이 같은 17개 시중은행의 제도와 시스템. 그럼에도 최근 3년간 피싱 피해 건수와 피해 금액은 6만5267건에 약 3395억원이나 됐다. 은행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이러니 익숙지 않은 것은 더욱 불안하고 핀테크라는 건 듣도 보도 못한 불법대부업이나 유사수신업처럼 보인다. 국민들은 너도나도 가질 수 있는 신용카드로도 충분히 편하다 안주하고, 은행은 예대마진이나 송·수금수수료에 안분지족한다. 핀테크 따위 없어도 이 사회는 또 어찌어찌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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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각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다. 아니면 틀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도 핀테크가 이륙할지 알 수 없다. 핀테크 발상지의 특징은 혁신의 욕망이 강하고, 또 불안과 불만을 발판 삼아 일어나 대안을 만들고 적극 선택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특징은 한국의 것이기도 할까, 아니면 아닐까?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