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대박 실패해도 본전’ 해외자원개발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무차별 지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해외자원개발 금융지원방식이 있다. 성공불융자라는 제도다. 성공불융자란 정부가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및 탐사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성공불융자를 받는 기업들은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 성공했을 때는 대박이 날 수 있다. 기업이 융자 원리금과 함께 운영수익금 중 융자기여금의 일부(유전 20%, 광물 4%)를 특별부담금으로 내면 영원히 노다지를 차지할 수 있다. 자원개발에 실패해도 걱정 없다. 기업들은 탐사에 사용됐던 융자금 전액을 감면받기 때문이다.
성공불융자는 국민들이 석유제품을 소비할 때 부과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재원으로 한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서 지원된다. 사실상 국민혈세로 지원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성공불융자를 받는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기 돈을 한푼도 안 내고 자원개발을 해서 실패해도 본전이고 성공하면 대박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가 성공불융자로 개발한 브라질 BMC-8광구. | 경향신문 자료
이명박 정부 시절 무려 3700억원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이후 4년 동안 정부가 공기업과 대기업에 성공불융자를 지원했으나 해당 사업이 실패함으로써 감면해준 금액이 무려 3700여억원에 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부좌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2011∼2014년 기업별 성공불융자 감면액’에 따르면 기업들은 총 47건에서 3677억원의 혜택을 봤다.
에너지공기업인 석유공사가 224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가스공사도 202억원을 감면받아 상위권에 랭크됐다.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1조1582억원의 성공불융자를 받았다.
대기업들도 많은 수혜를 입었다. SK이노베이션 605억원, LG상사 152억원, 삼성물산 147억원 등을 감면받았다. 성공불융자에 대해 감면받았다는 것은 기업들이 참여한 유전개발 사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감면해줘야 할 성공불융자금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때인 2007년 말 석유공사(73.4%), 대성산업(8.9%), 삼천리(8.9%), GS홀딩스(4.4%), 마주코통상(4.4)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바지안 광구 개발 사업권을 따냈다. 이 사업으로 민간기업들은 정부로부터 283억원의 성공불융자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 광구에 대한 조사 결과 경제성이 떨어지고 불안한 정치상황 등의 이유로 사업이 종료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원유 매장량이 10억 배럴로 추정되는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를 인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사업에 석유공사를 비롯해 KMG, SK이노베이션, LG, 현대하이스코, 대성, 대우조선해양, 삼성물산, 아주산업 등이 앞다퉈 참여했다. 민간기업들은 이 사업에서 696억원의 성공불융자를 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도 현재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 사업의 실패로 민간에 지원된 돈만 고스란히 날린 것이다.
성공불융자를 받아서 성공한 기업들의 국내 에너지 자급 기여도도 크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성공불융자(160여억원)를 받아 개발에 성공한 브라질 유전광구를 2011년 덴마크 석유회사에 매각했다. 물론 정부는 대출액보다 많은 자금을 회수했지만 해외에서 개발·생산한 원유를 국내로 들여온다는 성공불융자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석유개발사업뿐만 아니라 광물자원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전정희 의원(새정치연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구리, 니켈 등 광물 개발에 참여한 GS에너지, 고려아연, ㈜서동 등 민간기업에 596억원의 성공불융자를 지원했다. 하지만 성공불융자를 받은 사업이 성공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성공률이 높을 리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업들이 성공불융자를 신청하면 거의 100% 지원받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정조사특위 최민희 의원(새정치연합)이 최근 해외자원개발협회로부터 받은 석유개발사업 융자심의위원회 개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총 209개 유전사업에 대해 성공불융자를 신청했고, 이 중 98%인 205건이 지원대상으로 결정됐다. 당시 성공불융자금 규모는 1조3422억원이었다. 신청하는 대로 성공불융자가 지원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융자를 결정해주는 ‘심판’과 융자를 신청하는 ‘선수’가 동일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성공불융자 심의는 해외자원개발협회가 산업부의 위탁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협회는 사실상 기업들의 이익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협회는 44개 자원개발기업과 17개 자문·협력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협회의 회장사는 석유공사가 맡고 있으며, 광물자원공사, 한전, 포스코, GS에너지 등이 부회장사를 맡고 있다.
융자심의위원회는 산업부 공무원, 대학교수, 컨설팅 전문가, 금융권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산업부와 해외자원개발협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이들이 심사를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초 회의자료는 융자를 받는 주체인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이 작성하고 있다. 자원개발과 관련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융자심의위원들은 이들 기관의 기술 심사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 “제도 폐지해야”
최민희 의원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해외자원개발협회의 융자 심의가 ‘맞춤 심의’, ‘셀프 심의’로 이뤄지면서 성공불융자가 ‘눈먼 돈’ 역할을 해왔다”며 “무모한 투자로 에너지 공기업을 부실화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적자금을 퍼주어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 핵심 인사들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공불융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성공불융자 방식을 출자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또는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가 자원개발자금을 민간 컨소시엄에 출자할 경우 투자비율에 따라 수익 및 비용이 분배됨에 따라 정부와 민간기업이‘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와 업계에서는 성공불융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자원개발의 경우 탐사에서 생산까지 성공할 확률은 10∼15%밖에 되지 않는다”며 “민간기업들의 입장에서 성공불융자 같은 유인책이 없을 경우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원탐사 사업은 실패를 통해 기술과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상기 기사와 관련하여 해외자원개발협회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공불융자는 고위험·고수익인 자원개발사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사업이 실패할 경우에는 원리금을 감면해주고 성공할 경우에는 원리금과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지원제도로 기업에게 사업비 전액이 아니라 일부(2014년의 경우 기업의 총 해외투자비 중 평균 30% 정도)만 지원하고 있으며 기업이 사업비를 사업운영권자에게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비례해서 분할하여 지급하고 있는 등 기업들이 오히려 더 많은 자체자금을 사업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 추진 시 실패해도 본전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도덕적 해이도 자부담이 크기 때문에 우려할 사항이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공불융자 지원 여부는 자원개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 학식, 경험을 갖춘 전문가(학계 및 연구원, 법무·회계, 공공기관 등)로 구성(석유분과 15명, 광물분과 12명)된 융자심의회가 기업이 제출한 자료와 기술·법률·회계 심사기관이 작성한 심사자료를 사전 검토하고 기업의 발표내용을 종합하여 심의하여 결정하고 있기에 융자심의회 위원이 자원개발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하여 심사자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24110300_14009801.jpg)
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