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제2의 <슈퍼맨~>을 꿈꾸는 ‘파일럿 프로’ 들

언제부턴가 우리는 명절 연휴 TV에서 비슷비슷한 특집 프로그램들을 보지 않게 됐습니다. 명절 기간이 방송사들의 파일럿 프로그램 각축장이 됐기 때문이죠.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쉽게 말하면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처럼 ‘한 번 띄워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반응이 좋을 경우에는 이후 개편철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도 합니다.

원래 방송사들은 봄과 가을, 계절의 시작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편을 했습니다. 6개월 정도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못 받는다 싶으면 다음 개편에 프로그램을 폐지했죠. 하지만 요즘은 이 주기가 짧아졌습니다. 시청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받는 이 시대에서 단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 MBC제공

외국인 노래자랑, 스타 씨름대회 등 그저 그런 특집들이 계속되던 명절은 파일럿을 띄우기에는 좋은 시기입니다. 특집 프로그램을 만드는 돈으로 파일럿을 띄우고 명절 이후 개편 시기에 성공작을 끼워넣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3년 추석 연휴 방송됐던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지금 가장 인기를 끄는 예능프로그램이 됐습니다.

KBS2는 이번 설 연휴 기간에 스타들이 나와 자신의 장기를 강의 형태로 전달하는 <스타는 투잡 중> 한 프로그램을 내놨고, MBC는 복면으로 가린 가창자를 알아맞히는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과 인터넷 방송과 오디션을 결합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준비했습니다. SBS는 <불타는 청춘>과 <썸남썸녀> <아빠를 부탁해> <영재 발굴단>까지 4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SBS ‘아빠를 부탁해’ | SBS제공

파일럿 프로그램 전쟁의 결과를 시청률 수치로 알아볼까요. 시청률 조사업체 TNmS의 집계 결과 SBS에서 방송된 <아빠를 부탁해>가 12.4%의 전국 시청률로 1위에 올랐습니다. 2회로 나눠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2회 역시 11.7%를 기록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의 가족을 등장시키고 가족 간의 유대를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육아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자녀의 나이를 현재 유행보다 부쩍 올려 20살이 넘는 딸들로 채웠습니다. 게다가 예능에서 집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이경규와 예능에 처음 출연하는 조재현, 강석우 등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 MBC제공

2위는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었습니다. 12.2%를 기록했는데, 이 프로그램 역시 복면에 가려진 가창자를 찾는다는 점과 이들이 경연을 한다는 점이 모 종편 채널의 <히든싱어>와 MBC <나는 가수다>를 섞어놓은 모양새입니다. 나머지 상위 프로그램들은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아이돌 스타 육상 농구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처럼 기존 인기 콘텐츠를 변형시킨 프로그램입니다. 새로운 형식을 만드는 일은 이렇게 어렵습니다.

제가 특히 주목한 것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가 인터넷 방송의 운영자가 돼서 시청률 대결을 벌이는 형식입니다. 출범한 지 10년이 넘은 인터넷 방송이 제작진 특유의 B급 정서, 오디션의 긴장감과 결합해 오묘한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육아도, 스타의 가족도, 관찰 카메라도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예능을 지배하는 요소를 넣지 않고도 참신한 예능을 만들 수 있다는 길을 제시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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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중 몇몇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이 될 듯합니다. 이들 중 제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영광을 가져갈 프로그램은 무엇일까요.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