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버드맨-삶의 바람을 담은 희비극

20세기폭스 코리아

제목 버드맨 (Birdman)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14분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개봉 2015년 3월 5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대형 흥행작 시리즈 <버드맨>의 주인공으로 잘나가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중년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 하지만 팬들은 그를 잊은 지 오래여서 지금은 무명이나 다름없다. 피폐한 삶에 지쳐 있던 그는 혼신의 열정과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쏟아부어 연극을 준비하며 재기를 꿈꾼다. 하지만 리허설부터 공연 준비는 삐거덕거리고 그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쉴 새 없이 벌이는 소동은 그렇잖아도 심란한 무대를 더욱 걱정스럽게 만든다.

이 작품 <버드맨>은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코미디 영화다. 아쉬운 것은 할리우드의 스타 시스템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주를 이룬다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관객들 입장에서는 아는 만큼만 즐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주인공 리건 역을 맡은 마이클 키튼이 자신이 꾼 악몽을 이야기하며 조지 클루니를 언급하는 장면이 그렇다. 실제로 마이클 키튼은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2편까지 배트맨 역을 맡았지만 상업영화 연기에 회의를 느껴 이후 속편의 출연을 고사했다가 연기인생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배트맨 역을 이어받았던 배우 중 한 사람이 조지 클루니다. 어떤 대상을 대놓고 비난하긴 쉽지만 영민하게 풍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런 내부를 향한 질책과 애정 어린 자기비하는 단순히 우스꽝스럽게만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이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높게 평가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또 하나 평단의 칭찬을 이끌어내고 있는 부분은 유려한 촬영과 독특한 전개 방식이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는 마치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도록 촬영하고 편집됐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공을 들여 완성한 티가 역력한데, 이런 시도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연극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특성과 더해져 효과적인 극중 몰입까지 유도한다.

자신의 능력을 최상으로 발휘하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도 큰 즐거움이다. 제각각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조합이므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지만, 이들 대부분이 슈퍼영웅을 소재로 한 흥행작에 출연한 경험들이 있다는 공통점은 영화 외적인 흥밋거리다.

주인공 리건이 마주하는 배우로서의 열망과 갈등의 양태는 당연히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 삶과도 병치된다. 리건이 분장을 위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거울 안에는 언제나 <버드맨> 포스터 액자가 함께 보인다. 화려했던 과거의 환영에서 벗어나고자 그것을 사납게 내던지기도 하지만 액자는 망가져 초라해질지언정 결코 그의 곁에서 사라지진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용하는 거울 밑에는 이런 글귀가 꽂혀 있다. “모든 것은 타인의 판단이 아닌 그 자체로서 빛난다.”

과연 지금 나와 당신의 인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히 빛나고 있는가?

터치스크린

공교롭게도 최근 연이어 아카데미 후보작의 리뷰를 계속 이어서 쓰게 되었다. 절대적으로 타인의 판단에 -그것도 매우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우열을 가리는 시상식 후보작들이라니 영화가 전하는 교훈과는 참으로 모순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어떻든 <버드맨>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인 9개 부문 수상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작품, 감독, 각본상 등의 주요 부문을 포함하고 있는데, 쇼 비즈니스계를 소재로 삼고 있기도 하니 수상 여부를 떠나 이번 아카데미가 가장 사랑할 만한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