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예능 유망주로 뜬 ‘국보급 센터’

2015년 1월 현재 방송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새 얼굴은 누구일까요. 대한민국 예능은 10년이 넘게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의 MC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때 각광을 받았던 MC 유망주들이 이들의 자리를 위협했지만 각종 사건·사고로 활동을 접거나 줄여 출연자의 층이 줄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비연예인 출연 예능이 늘면서 새 얼굴 수급은 더욱 힘들어졌죠.

이 시점에서 한때 ‘국보급 센터’에서 ‘예능 공룡’이 된 서장훈(41)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의 요즘 행보만 보면 쾌속질주라는 말을 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3년 3월, 15년 동안 뛰었던 프로농구 무대에서 벗어난 그가 그해 7월 MBC <무한도전>에 처음 출연할 때만 해도 지금 그의 모습을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겁니다. <무한도전>에 야금야금 출연하던 그는 MBC <사남일녀>와 SBS 파일럿(시범) 예능 프로그램 <일대일-무릎과 무릎사이>에서 말솜씨를 선보이더니 급기야 이번 개편에서 MBC 간판 예능 <일밤>의 새 코너 ‘애니멀즈’의 고정 MC를 따냈습니다. 불과 1년 반도 안 되는, 그야말로 삽시간에 안방의 가운데를 차고앉은 것입니다.

서장훈 | MBC 제공

서장훈과는 스포츠 분야를 취재하던 시절 자주 만났습니다. 한창 농구 취재를 하던 2011년 그도 현역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당시 인천 전자랜드 소속이었던 그는 매일 프로농구 통산 최다득점 기록과 통산 최다 리바운드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그를 인터뷰실에서 만나면 항상 그의 달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웬만한 코치 이상으로 경기 상황을 꿰고 있었고, 다른 팀의 전략도 넘겨다봤습니다. 그는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에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선수였지만, 한 번 말을 시작하면 인상적인 코멘트를 많이 하는 선수였습니다. 당시 한 행사에서 만났을 때 “이제 레전드(전설)라고 불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자 “나 같은 선수가 레전드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던 그 말은 농구 팬들 사이에서 꽤 오랫동안 회자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그가 은퇴를 한 후 어떤 일을 할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물론 농구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그 외의, 그 이상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달변 때문에 해설자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은 했지만 사실 예능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예능 캐릭터는 독특합니다. 2m7㎝가 넘는 큰 키에 압도적인 외모가 있지만 은근히 소심하고 세심합니다. 낯을 가리지만 가식은 없습니다. 좋은 상황에는 활짝 웃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표정에 드러납니다. 거기다 자신을 ‘예능인’으로 규정지으려는 주변의 이야기에 손사래를 치는 모습도 있습니다. 너도나도 주목받는 예능인이 되려고 애를 쓰는 마당에 “나는 그냥 유명인일 뿐이다. 인기에 연연할 때가 지났다”라며 차별화를 합니다. 서장훈이 주는 이미지는 여러 가지로 새롭습니다. 많은 선수 출신 예능인들이 TV를 두드렸습니다. 실제 강호동처럼 성공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운동선수로서 판단이 빠른 서장훈에게 예능 프로그램은 적절한 도전의 장일지 모릅니다. 그는 최근 방송일을 도와줄 매니지먼트사도 구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인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예능인보다는 아직도 농구인이라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제 완연한 방송인이 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거의 없을 겁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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