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국내 핀테크 산업 ‘안착’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의 정부기관, IT업계, 금융업계의 핫이슈는 무엇보다 ‘핀테크’(Finance+Technology)다. 1998년 미국에서 페이팔이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해외에서는 수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했고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내는 이제서야 첫 삽을 파기 시작한 상태다. IT시장조사업체 벤처스캐너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1월 기준으로 핀테크 산업에는 17개 분야에 1027개 업체가 존재하며 이들 업체에 총 129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후발 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한 페이팔은 지난 10월 이베이로부터 분사를 결정했고,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페이는 국내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애플은 미국에서 애플페이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상태다. 2003년에 설립된(날짜를 주목하라) 독일의 온라인 전문은행 피도르(Fidor)는 인터넷 커뮤니티 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계좌를 신청할 수 있고 고객이 금융상품의 개발 및 유통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또한 커뮤니티를 통해 타인에게 조언을 하거나 제안된 아이디어가 선정되면 금전적인 보상도 한다.

금융과 게임을 융합한 핀테크 적용 서비스인 '세이브업'의 구동화면. | 세이브업

기존 은행도 변하고 있다. 스페인의 대형은행 BBVA는 2014년 2월 온라인 뱅킹 서비스 심플(Simple)을 1억17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한 BBVA는 금융과 게임(Gamification)을 융합한 서비스인 ‘세이브업’(SaveUp)에도 투자를 했다. 아예 핀테크 벤처 투자를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BBVA는 이러한 행보를 통해 투자 수익도 얻고 신기술 습득도 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실제로 BBVA는 홈페이지에서 금융 기반의 게임을 제공해 젊은 층에게 호감을 얻었고, 이로 인해 고객의 온라인 서비스 접속 건수가 16배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또한 2014년에 BBVA가 개최한 유망 핀테크 발굴 콘테스트에는 전 세계 56개국에서 850여팀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해외 업체들의 핀테크 성과를 국내 업체들에게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중국의 은련카드와 제휴해 모바일 결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콘텐츠와 융합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던 MSC 조직을 해체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핀테크는 삼성전자가 잘할 수 있는 사업 분야가 아니다. 주목받는 시장이니 구색을 맞춰 시도는 하겠지만, 성과가 나지 않으면 언제나 그랬듯이 이내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로 온·오프라인 결제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 중에서는 다음카카오만이 핀테크 시장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규제 문제가 해결되고 금융기관들의 저항이 심각하지만 않다면, 카카오톡이라는 킬러앱을 기반으로 핀테크 서비스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국내 벤처들이 성과를 내기는 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는 다른 벤처에 비해 많은 투자금과 엘리트 창업자를 필요로 한다. 초기 투자금 및 엘리트 창업 인재의 확보는 우리 문화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금융기관도 기대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회장과 은행장이 맞선 KB금융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금융기관에 만연한 사내정치와 상명하복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에서 과연 BBVA와 같은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정부다.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규제를 없애고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과연 정부기관이 규제 권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까? 언제나처럼 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불필요한 규제는 남겨두는 식으로 규제 권력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올바른 길을 가길 바랄 뿐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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