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붓 대신 ‘잘린 손’ 쓰는 현대미술작가

“허락받고 잘라다 쓴 것이겠죠? 아니면 시체 훼손에다 고인 모독에….” 한 ‘예술작품’을 본 누리꾼 평가다. 얼핏 봐서 별다를 게 없다. 그냥 현대 추상화다. 문제는 작업도구다.

이 화가의 이름은 모르텐 비스컴(Morten viskum). 1965년 생이니, 올해 50세다. 1월 1일, 한 커뮤니티에 그의 작품들과 그림을 그리는 광경을 담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그림의 제목은 ‘손’(Hand)이다. 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문제는 그 손이 자신의 손이 아니라, 누군가의 잘린 손이라는 것. 손을 붓 대신 사용했다.

누리꾼의 화제를 모은 덴마크 출신 현대예술과 모르텐 비스컴이 잘린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 | 루리웹

작품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선 작품 자체보다 그 도구를 어디서 얻었는지, 혹 불법은 아닌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앞서 한 커뮤니티에 작품을 소개한 이도 이렇게 덧붙여 놨다. “저거 근데 누구 손이지? 무덤에서 가져왔나?” 답은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취합해보면, 비스컴은 서구권에는 꽤 알려진 현대예술가다. 앞의 손 시리즈의 정식 프로젝트 이름은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 손’ 시리즈다.

비스컴의 작품전을 개최했던 한 갤러리에 따르면, 그가 노르웨이와 국제미술계에 논란을 일으킨 작가로 처음 알려진 것은 1995년이다. ‘쥐/올리브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전시다. 노르웨이의 주요 대도시 20군데 상점의 ‘병에 담긴 올리브’를 ‘새끼 쥐가 담긴 병’으로 교체해 전시했다. 비스컴은 실제 올리브 병을 만든 회사로부터 고소당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한 평론가의 평은 이렇다. “그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이슈를 자극했다. 논란은 예술에 의해, 그리고 예술 안에서 흔히 소중하다고 간주되는 삶의 신성함을 조롱할 수 있는 권리가 예술가에게 있으며, 예술은 그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이 비평은 그의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뚜렷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스컴의 다음 프로젝트가 1998년부터 시작된 위에서 언급한 ‘손’ 프로젝트다. 비스컴은 지난 2010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업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제 여섯 번째 손 작품인 ‘금반지를 낀 손’을 봅시다. 우선 캔버스를 동물 피로 페인트칠을 합니다. 절단된 손을 붓으로 사용해서요. 다음 저는 절단된 손의 손바닥에 반짝이는 금가루를 놓습니다. 그런 다음 그 반짝이는 것을 피 위에 불어넣지요. 마지막으로 저는 그 금가루 위에 다른 색의 물감을 역시 절단된 손으로 칠하고.” ‘인터뷰어’도 이 손의 ‘출처’가 궁금했던 것 같다. “작품을 위해 죽은 사람의 신체 조각을 얻어내는 일은 쉽습니까.” 그의 답. “그것은 이 프로젝트의 비밀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에서 관련된 논란을 찾아보면, 그의 작품에서 동물 피가 사용된 것처럼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절단된 손은 진짜가 아니라 정교하게 만들어진 SFX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있다. 비스컴은 자신의 그림과 함께 그림을 그린 ‘손’도 공개하고 있는데, 찬찬히 살펴봐도 가짜로 만든 손으로 보이진 않는다.

언더그라운드. 넷

참고로, 작가의 홈페이지 작품 소개에는 이렇게 되었다. “비스컴이 손의 출처와 관련해 공개하고 있는 유일한 정보는 손이 60세 이상 산 남자로부터 취해진 것이며, 그림을 그릴 때 비스컴은 그 손이 퍼포먼스의 일부로 남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후일담도 있다. 덴마크에서 이뤄진 한 전시에서는 한 관객이 대낮에 낙서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같은 전시기간에 전시되었던 ‘손’을 도난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