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울음을 참고 있는 클라라?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제작보고회 기자간담회를 하는데, 기자가 그런 질문을 던졌어요. 민망했던 에피소드 같은 걸 말씀해주실 수 있냐고요. 감독이 생각난 에피소드를 말한 것뿐인데, 수위 높은 표현이 돼놔서….”

영화 <워킹걸> 제작발표회에서 누리꾼의 논란을 모은 배우 클라라의 울음을 참는 듯한 표정. | SSTV 유튜브 캡처

영화 홍보사 관계자의 말이다. 12월 10일, 인터넷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사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클라라는 내년 1월 개봉할 영화 <워킹걸>의 주연을 맡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그날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영화의 정범식 감독은 클라라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신상품 T팬티라고, 그러니까 진동이 있는 팬티를 테스트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전날 저는 많은 고민을 했죠. 실제로 그것이 있지는 않아요. 영화적으로 고안된 것인데, 어쨌든 본인이 그 영화적 느낌을 연기해줘야 하니까, 찍기는 찍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어지는 감독의 말. 클라라가 그 연기를 위해서 영화 소품이었던 ‘기구’를 빌려가 다음날 실제 그 기구를 사용한 느낌을 휴대폰으로 녹음해 자신에게 들려줬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르가즘을 느끼는 신이에요. 많은 남성분들이 매혹될 수 있는….” 캡처된 ‘눈물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은 이 다음에 등장한다.

누리꾼의 비난이 쏟아졌다. MLBPark의 ‘너의의미’라는 누리꾼이 남긴 한 줄 평. “감독이 ○○○ 맞네요.” 그러니까 저 감독의 말은 어떻게든 영화를 띄워보려는 ‘노이즈마케팅’의 일환으로 여배우의 수치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라는 비난이다. 이날 오전 ‘제작발표회장에서 농락당한 클라라’라는 제목으로 등록된 게시물은 조회수가 1만회가 넘었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울음을 참으려 하는 표정’이라는 것은 부인했다. “사진 촬영하면서 그런 순간이 우연히 캡처된 것일 뿐이에요. 제작보고회 끝나고 기분 좋게 웃으면서 헤어졌는데요. 클라라씨도 물론 당황하기는 했지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 충분히 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럴까. 동영상으로 봐도 분명 애써 웃음을 지으며 넘기려 하지만 당황하고 민망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선명하다. 게다가 감독과 배우다. ‘부장님 유머’에 억지웃음으로 비위 맞추는 일반 회사원과는 차원이 다른 권력관계다. 논란이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싶었는지 영화사 측은 감독의 사과문을 영화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과 글에서 감독은 “클라라씨가 촬영과정에서 보여준 열의와 열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의 성숙하지 못한 발언으로 의도하지 않게 클라라씨에게 실례를 하게 되었다”며 “클라라씨에게 연락을 취해 정중하게 사과 드렸고, 함께 자리했던 배우 분들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언더그라운드. 넷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화가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영화의 보도자료를 찾아 읽어보니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해고 당한 커리어우먼 보희와 폐업 일보 직전의 성인숍 CEO 난희의 엉뚱하고 후끈한 동업스토리를 그린 코미디’라고 한다. 일단 영화를 본 뒤, 더 비난을 해야 할지 판단해보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