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실리콘밸리엔 없고 서울에만 있는 것

한국은 서울이 거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나라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에서 서울이 중심이 아닌 것이 없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정치를 말한다면 수도인 워싱톤 DC가 가장 중요한 도시다. 금융을 말한다면 당연히 월가일 것이고, 산업도 각 부문별로 발달한 도시가 다르다. 실리콘밸리는 IT뿐 아니라 기계, 에너지 등 각종 하이테크 산업이 밀집된 곳이다. 이건 굳이 한국이 작은 나라고, 미국이 큰 나라여서는 아니다. 한국이 중앙집권화된 데 비해, 미국은 각 주의 자치를 인정하는 연방제의 전통을 갖고 있어 양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실리콘밸리는 국가적 현상이 아니라 지역적 현상이다. 미국 내에서도 실리콘밸리 같은 곳은 실리콘밸리밖에 없다. 실리콘밸리 현상은 날씨·문화·자본·노동·기술이 모두 결합되어야 하는데, 그 조건을 다 갖춘 곳은 이곳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실리콘밸리 무작정 따라하기 전략이 투자 시간과 비용 대비 보장하는 게 없다면 더 나은 전략은 무엇일까.

서울의 IT산업을 대표하는 지역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전경. |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선 실리콘밸리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실리콘밸리를 이용하려고 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진출해 자리 잡은 중국인들, 인도인들은 이미 실리콘밸리에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엔지니어 그룹뿐 아니라 경영진, 법률·회계·정치 영역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을 볼 수 있다. 한국도 최근 비슷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현지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그곳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교두보를 마련하면 더 쉽게 자본과 기술, 인력이 상호 이동할 수 있다. 이제 와서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은 방안은 이곳의 열린 환경과 문화를 이용해 더 많은 걸 더 빨리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배운다고 한다면 디테일한 걸 깊이 배우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은 실리콘밸리의 몇몇 중요한 기업이나 대학에 들러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패키지관광 온 것처럼 둘러봐서는 실리콘밸리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베이 에리어 지역은 전통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강한 곳이다. 인종차별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기 어렵고, 성적 다양성을 가장 일찍부터 인정한 곳이다.

간단한 회식에서도 채식주의자를 배려해 음식을 만든다. 직급은 있어도 상하는 없으며 배경에 관계없이 전문성을 인정한다. 이런 부분들이 1년 내내 화창한 날씨와 함께 미국과 전 세계의 인재들을 실리콘밸리로 부르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확히는 서울에는 있고 실리콘밸리에는 없는 걸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실리콘밸리 대비 서울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대중교통이다. 출·퇴근길의 지옥철은 사양하고 싶지만, 전반적으로 서울의 대중교통은 실리콘밸리에 비해 잘 돼 있다. 베이 에리어를 연결하는 전철인 바트는 아직 실리콘밸리가 있는 사우스베이까지 확장이 안 돼 있다. 버스를 제외하면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어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서울은 공공시설이 잘 확충되어 있는 데다 수도권까지 합쳐 2000만명의 시장을 갖고 있다. 이건 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테스트해보기에 나쁘지 않은 시장이다. 서울에 주요 대학들이 몰려 있어 각지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다는 장점까지 있다. 전반적인 비용은 낮은 편이고, 성장 잠재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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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더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실리콘밸리에 건너가고, 서울과 실리콘밸리 양 지역의 교류가 강화되고, 다양성의 문화까지 정착된다면, 서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새로운 혁신 도시의 가능성으로 실현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실리콘밸리와 다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김재연 대학사용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