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평창비엔날레 ‘첩첩산중’

지난해 처음 열린 평창비엔날레가 남긴 파장은 컸다. 2012년 7월 설립지원조례가 제정되었음에도 조직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은 채 서둘러 강행한 결과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고, 강원문화재단 이사장과 사무처장 등 문화계와는 거리가 먼 이들이 총괄하는 등 내용과 형식 면에서 졸속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물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강원도의 야심 역시 총체적 부실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그렇다면 두 번째 평창비엔날레인 2015강원국제미술전람회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뭐 하나 변변히 진행된 것이 없다. 막연하게 내년 가을쯤 열 계획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정확한 개최 일정이나 장소 하나 확정짓지 못했고, 전시형식, 전시주제 또한 설정되지 않았다. 1년도 채 안 남았지만 행사를 실질적으로 총지휘할 예술감독마저 미정이다. 지난 8일에서야 뒤늦게 총감독 채용 공모를 냈을 뿐이다.

2013평창비엔날레 전시작품인 김창환의 <상어> | 강원문화재단

더딘 진행과 미흡함도 그렇지만 홀수 해에 개최되는 평창비엔날레와 짝수 해에 펼쳐지는 민속예술축전을 관장하는 조직위원회 구성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상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 번갈아가며 행사를 지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직위 이사장도 이 두 단체에서 나눠 맡고 있다. 이는 강원도가 애초 공론의 장 없이 민예총과 예총에게 덜컥 두 행사를 각각 주도하도록 한 것이 원인이다.

민속예술과 현대미술 전문가 20여명이 섞여 있는 운영위원회 또한 기이한 구성이라는 평가다. 한 자리에 모여 행사에 대해 상의하지만, 위원들 간 전문분야가 달라 유구무언인 상황이 잦은 탓이다.

실제로 민속예술축전 관련 안건이 있을 때는 현대미술 전문가들은 거의 입을 닫을 수밖에 없고, 반대로 평창비엔날레를 주제로 할 경우 민속 권위자들은 의견을 개진하기가 어렵다. 이런 현상은 지난 10월 4일 개막해 6일 동안 치러진 민속예술축전 준비과정에서도 되풀이됐다.

박선기의 | 강원문화재단

이에 일부 운영위원들은 행사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통합된 운영위원회를 민속예술축전과 평창비엔날레 각 행사별로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운영위원회나 총감독이 해야 할 일까지 관여하는 조직위의 역할에 선을 긋고, 전문성 제고 등의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내부에서 성찰론이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평창비엔날레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갈수록 따갑다. 진영 논리를 떠나 명망 있고 검증된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지, 지금처럼 양 단체에서 돌아가며 조직위원회 이사장을 맡는 식의 행정편의적 후진성은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두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예술가들은 소외당할 수밖에 없어 ‘그들만의 잔치’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문화내시경

이처럼 평창비엔날레 주변에는 난제들이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민속예술축전이든 평창비엔날레든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2018년 이후에는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고작 5년만 치를 두 개의 행사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를 사용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떠도는 이유다.

<홍경한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