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솔로대첩’ 악몽 재현될까

“한겨울에 제대로 남탕.” “내년부터는 고추대첩이라고 불러야 할 듯.”

12월 초순, 신촌에서 열리는 한 대회 포스터를 본 커뮤니티 반응이다. 대회는? 공식 이름은 ‘제2차 새마을미팅 프로젝트 신촌산타마을’이다. 그런데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신촌 솔로대첩.jpg’. 위 커뮤니티 포스터 게시자가 붙인 이름이다.

위와 같은 누리꾼 반응이 나온 까닭은 2년 전 홍대에서 열린 ‘솔로대첩’의 처절한 실패 기억 때문. 우려대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쏟아져나온 솔로들은 거의 대부분 남성이었다. 커플? 숱한 뒷소문만 남기고 끝났다. 이 코너에서도 당시 왜 솔로대첩이 ‘폭망’했나 다뤘다. 그런데 저 ‘새마을미팅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기자가 솔로대첩 기사를 쓴 후, 비슷한 이벤트를 알리는 보도자료가 몇 차례 들어온 적 있다. 그 중 하나였다. 이번에도 폭삭 망할 것이라는 누리꾼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누리꾼에게 과거 ‘솔로대첩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신촌 새마을미팅 프로젝트 안내 포스터.

“아무래도 솔로대첩 이미지가 강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행사를 주최하는 ‘MOVE’ 손승우 대표(29)의 말이다. 소셜데이팅 벤처회사다. 과거 솔로대첩과 다른 것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된다는 점. 기자가 처음 확인했을 때는 참가자 신청이 여성 170명, 남성 150명으로 오히려 여성 참가자가 더 많았다. 기사를 쓰면서 확인해보니 남성 신청은 마감. 여성은 500명 중 493명이 신청했다. 500대 500으로 총 1000명이 참여하는 행사다. 참가비도 있다. 처음 확인했을 때 여성은 1인당 2만9000원이었고, 남성은 3만2000원이었다.(그런데 기사를 쓰면서 확인해보니 참가비가 더 올라 있었다) 기본적으로 동성끼리 둘씩 짝을 찌어 2대 2 미팅을 하는 개념이다. 행사 당일 미리 선정된 가게에 각종 이벤트가 세팅되어 있고, 1인당 최고 6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과거 솔로대첩처럼) 커플을 따로 선정하지는 않아요.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은 자기 의지인데 보통 1인당 평균 2건 정도인 것 같습니다.” 행사 당일 슬리퍼나 추리닝 차림은 안 된다고 되어 있는데. “그래도 미팅인데 첫인상이 중요하잖아요. 다른 분은 갖추고 나왔는데, 다른 참가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죠.”

언더그라운드. 넷

아이디어는 일본의 마치콘에서 따왔다. 지역상권도 활성화시키면서 젊은층에게 미팅 기회도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왜 뜬금없는 ‘새마을’일까. 새마을운동 부활을 꿈꾸시는 ‘레이디가카’ 정권 덕도 본 걸까.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새마을운동이 농촌 부흥운동이잖아요. 새미프가 침체된 상권에 젊은층을 모은다, 그런 뜻에서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 사용했는데, 거기에다 여러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손 대표는 ‘새마을’ 네이밍으로 득된 것은 딱히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과거 솔로대첩을 제안했던 님연시(님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운영자의 경우 솔로였다. 손 대표는? “아, 저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행사를 하면서 만난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팅행사에 참여할 수는 없어요.” 이건 뭔가… 기만이다.(농담)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