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예능 CP와 기자와의 소통

최근 오랜만에 여의도 KBS 신관에 있는 예능국을 찾아갈 일이 있었습니다. 몇 명의 예능국 책임프로듀서(CP)들이 방송담당 기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책임프로듀서는 현장에서 방송을 연출하는 PD들의 직속 상사로 신문으로 따지면 일차적으로 현장 취재기자들의 기사를 살피는 데스크의 역할을 합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관리와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이날 이들은 기자들과 마주앉자 “소통하고 싶다”고 말해 왔습니다.

과거 연예계, 더 좁게 말해서 방송가는 연출자와 기자의 관계가 굉장히 가까웠습니다. 1990년대 초반이나 중반까지만 해도 방송 프로그램을 다루는 종합일간지가 손꼽을 만큼 많지 않았고, 연예 전문지 역시 수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온라인 기반의 인터넷 매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방송사 증가의 수보다 방송담당 언론매체의 수가 폭증하자 기자와 연출자의 관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도 물론 그랬지만 방송사 홍보담당자들을 거쳐야 하고, 최근에는 아예 프로그램들이 전문 홍보사를 고용해 홍보를 맡기기도 합니다. 한 프로그램의 연출자와 만나거나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몇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KBS 해피선데이 유호진 PD | KBS 제공

그러다 보니 기자도 연출자도 서로의 얼굴도 모르고 기사를 쓰거나, 연출의 변을 밝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다못해 연출자가 어떤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해도 그 기자를 직접 찾아 설명하기 힘든 시대가 된 겁니다. 기자들도 연출자의 성격이나 성향을 모르고 프로그램을 재단하게 되고, 연출자 역시 기자들의 성향을 모르니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고 취재진을 피하게 됩니다.

KBS 예능국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된 것 같습니다. 다른 취재영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방송담당 기자들에게는 방송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방송사 프로그램의 제작과정과 그 안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고충들을 일단 이해를 해야 그때부터 방송담당의 취재가 시작됩니다. 방송은 어떤 영역보다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파급력이 큰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소통이 자칫 유착으로 비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감정으로 서로 호소하다 보면 흔히 생기는 일이죠. ‘잘 아는 사이니까 그냥 좋게좋게 써달라’는 말이 나오기 십상입니다. 이 단계에서 얼마만큼 객관적으로 중심을 잘 잡느냐의 여부가 좋은 방송담당 기자를 가리는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BS 개그콘서트 김상미 PD | KBS 제공

KBS 예능국 CP들의 계획은 자세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날을 정해 일단 모든 담당기자들을 만나길 원했고, 프로그램 연출자와의 간담회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매체가 많아져 그 방식이나 일정에 있어서는 시간 배분에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요즘에는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경우는 숱하게 많습니다. 방송담당 기자와 프로그램 연출자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어찌 보면 명확합니다. 이들은 서로의 공(功)과 과(過)를 지켜봐야 하는 파수꾼이자 조력자이며 시각을 넓혀서 말하면 바람직한 방송과 방송문화를 만드는 동반자입니다.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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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여러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KBS 예능프로그램 PD들의 속내가 담긴 기사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서로의 왜곡 없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그게 기자와 연출가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국 기사를 보는 독자들의 기쁨으로 돌아오겠죠.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