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몽키 킹: 손오공의 탄생-드디어 부활한 손오공

제목 몽키 킹: 손오공의 탄생(西游記之大鬧天宮/ The Monkey King)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중국

러닝타임 119분

장르 액션, 판타지

감독 정 바오루이

출연 견자단, 주윤발, 곽부성

개봉 2014년 12월 10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잊지 못할 첫 영화경험의 대상을 <이티>라 말하는 대다수 동년배들과 달리 나는 손오공을 기억한다. 어린 조카들의 성화를 못 이긴 외삼촌은 아이들과 길을 나섰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청계천이란 동네도, 입으로만 익숙했던 아세아극장도 처음 가봤다. 거대한 건물을 겹겹이 둘러싸 줄을 선 인파에 합류해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 우리들은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못내 아쉬워 눈물까지 쏟는 조카들을 달래기 위해 삼촌은 영화스틸을 엉성하게 베껴 제본한 색칠공부 책과 극장 앞 포장마차에서 산 튀김을 손에 쥐어주었다.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게 된 그 제목은 <손오공대전비인>이다.

수년이 지난 후 비로소 그 작품을 보았지만 TV였는지 비디오였는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작품 전편에 넘쳐나던 뜻밖의 괴기스러움은 뚜렷이 기억한다. 중성적 이미지의 삼장법사와 마초적 요괴 삼총사는 꽤나 피학적인 모험 길을 누빈다. 나중에 이 작품을 국내 대부분 영화검색 사이트가 한국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지만 역시나 실상은 대만작품이었다. 전후로도 일본 TV만화 <별나라 손오공>, 허영만 원작의 <날아라 슈퍼보드>, 장황함에 두 손을 든 <드래곤볼>, 주성치의 <월광보합>, <선리기연> 시리즈까지 손오공은 끊임없이 생명력을 이어가며 대중 곁에 머물렀다.

최근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황금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자국 내 영화 점유율도 만만치 않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동분서주하는 슈퍼영웅이나 신출귀몰하는 변신로봇의 활동무대가 결국 판타지란 장르 안에 규합된다는 사실을 중국 내 영화제작자들도 주목했을 것이다. 손오공의 부활은 언젠가는 벌어질 당연한 올 것이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최신판은 원작소설의 도입부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영화화했다. 최근 대작들의 경향인 성공 여부에 따라 속편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이 읽히는 기획이다. 이 연출을 맡은 정 바오루이는 중국 태생으로 작품 목록을 보면 저예산 공포영화와 코미디로 입지를 굳힌 후 대작을 전문으로 하는 요즘 흥행감독들의 패턴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한화 5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작품은 말 그대로 글로벌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는데, 영화 대부분에 CG가 사용된 만큼 미국과 한국 회사가 특수효과를 맡았고, 캐스팅 역시 현재 중화권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국, 홍콩, 대만의 배우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반가운 것은 손오공 역할을 맡은 견자단의 연기이다. 그의 뛰어난 무술실력이야 이미 앞선 수많은 작품을 통해 공인된 것이지만, 대부분 액션배우들의 전형적 한계라 할 수 있는 굳은 표정과 낮게 읊조리는 대사 외에는 딱히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 천방지축 원숭이를 표현해 내는 그의 모습은 이전까지 보여줬던 어떤 연기보다 폭넓고 다채롭다.

터치스크린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화 내내 롤모델이 되었을 만한 작품들의 잔재가 끊임없이 목격된다는 점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나름의 장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분일 것이다. 원래 3D로 기획되고 개봉되었지만 국내에는 2D로만 개봉한다. 과연 삼장법사와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는 속편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떻든 손오공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계속 우리 곁에 머물겠지만 말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