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공지영, ‘난산’ 끝에 찾은 사랑

예전엔 위선 떤다며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억울했다. 그런데 지금은 감사하다.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더 분발하고 열심히 쓸 수 있었다…. 공지영이 27번째 작품 <수도원 기행2>를 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나 ‘영원’이라는 걸 믿음으로써 얻은 위안이 현실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고 고백한다.

작가 공지영. 27년 동안 27권의 단행본을 냈다. 공지영은 두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고백’과 ‘위안’이다. 가식 없이 솔직한 그녀의 ‘고백’을 읽고 나면, 독자는 책을 펼칠 때 예상했던 것보다 깊은 ‘위안’을 얻는다. 공지영의 소설은 쉽게 술술 읽힌다. 평론가의 해설은 오히려 부담스럽다.

‘웃고 있는 사람이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듯이, 울고 있다고 언제나 슬픈 것은 아닐 것이다…. 불행한 건 어쩌면 오늘 일어난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고등학교 졸업 기념 교지에 ‘한 마디’씩 남기라고 했을 때, 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나오는 이 구절을 썼다. 수능시험을 망친 내게 적잖은 위안을 준 문장이었다. 독자로서 공 작가를 만난 지 20년, 오늘 그의 27번째 작품 <수도원 기행2>를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순간, 이상 문학상을 받았던 <맨발로 글목을 돌다>를 다시 펼쳤다. 연필로 밑줄을 그어 놓았던 부분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 ‘운명의 부름에 답하겠다고, 내가 계획했던 모든 희망을 버리고 가보겠다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인간은 언어로써가 아니라, 영혼으로 소통한다.’

이번 책은 밑줄 그은 이 문장들에 대한 답이었다. ‘새 천년이 온다! 새 천년이 온다!’는 소리가 ‘미친년이 온다! 미친년이 온다!’라는 소리로 바뀌어 들리는 여인. 피 흐르는 맨발을 끌며 간난아이는 포대기에 둘러업고, 걷는 아이는 손을 잡고 세상의 벼랑 끝에 선 여인. 그녀가 사는 동안 내게 올 거라 믿지 않았던 평화를 만나는 이야기였다.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운명의 부름에 답하겠다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 떠난 고행 길에서 영혼으로 소통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나 ‘영원’이라는 것을 믿음으로써 얻은 위안이 현실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고 고백한다.

새 작품 <수도원 기행2>를 펴낸 공지영 작가. 작품에는 격렬한 고통을 일상으로 버텨내야 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메시지가 많다.

난산 끝에 하늘나라에 태어난 아이들
“엄마, 오늘 우리 성당 미사에서 신부님이 바로 며칠 전 일어난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시면서 ‘이 세상이 끝이 아니라 저 세상이 있다는 믿음이 있는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어쩌면 죽는 것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러시는 거야. 사람들이 순간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수군수군했어. 나도 너무하시다 생각하는데 그 신부님 말씀이 ‘방금 하나뿐인 제 조카가 그 배에 타고 있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신부님이 되고 싶어하던 아이였습니다’ 이러시는 거야” 하며 딸이 엉엉 울었다.

내 가슴이 팍 메어 왔다. 이제는 나뿐이 아니라 우리 딸이 이 사건에서 받았을 상처도 위로해 주고 싶었다. 내가 말했다.

“위녕, 엄마가 생각해 봤는데, 할머니가 엄마 낳을 때 엄청 난산이셨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죽을 뻔하셨대. 그런데 거꾸로 말이야. 아기였던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겠니. 편안한 자궁을 나와서 좁은 산도 안에서 몇 시간을 고통스러웠을 거 아니야. 그렇게 오래 고통을 겪고 태어나면 사람들이 기뻐하잖아. 난산의 시간을 생각하며 울진 않잖아. 만일 하늘나라도 그렇게 가는 거라면, 순산이 있고 난산이 있겠지. 그 친구들 난산 끝에 하늘나라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냥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 178쪽>

지난 23일, 세월호 유족들을 찾아가서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이 부분을 낭독하는 공 작가와, 어린아이처럼 숨죽이고 듣는 고 이승현군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SNS에서 보았다. ‘공 선생님이 남자였다면 한 번 안아달라고 하고 싶다’고 그가 고백하는 장면도 담겼다.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그녀의 글을 통해 얻은 위안이 얼마나 큰지, 언어를 넘어선 영혼의 소통을 느낄 수 있었다.

세월호의 아이들이, 난산 끝에 하늘나라에 태어났다고 생각하자… 작가의 생각이 아니라, 마치 신의 말을 받아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많이 위로가 되었대요. 그런데 다음날 미사를 갔더니 신부님이 이런 성경 말씀을 전하셨어요. ‘여인이 아이를 낳기 전에 심한 고통에 휩싸였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나서 모두 기뻐했다.’ 소름이 쫙 끼쳤어요. 그냥 내 생각이 아니라, 마치 하느님이 전해 주신 듯한 느낌이었어요. 사실 우리들 모두가 깊은 상처를 입었잖아요. 위로라도 해야지. 어떡해. 우리는 살아야 하는데.”

격렬한 사고가 지나간 후, 일상으로 그것을 버텨내야 하는 이들을 위해서 전하는 메시지가 많아요. 아이를 잃은 고통을 먼저 경험한 소피아 언니의 이야기를 전하는 부분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 같아요.
“가까운 죽음을 겪으면 누구나 내세에 대해 한 번쯤은 희망이라도 잡아보려고 하잖아요. 신앙하고 아무 상관없이 내세를 생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평안이 분명히 있어요. 낭독을 듣고 난 후 승현이 아버지가 이 책이 읽고 싶어서 잠이 안 왔대요. 오늘 아침 10시에 안산에 있는 제일 큰 서점에 갔는데 아직 입고가 안 돼서 <수도원 기행2> 달라고 난리를 쳤대… 그래서 출판사에 전화해서 퀵 서비스 비용 내가 낼 테니 안산으로 10권 빨리 배송하라고 했어요. 아버지가 혼자서 세 아이를 정성껏 키웠는데 막내를 잃었어요. 진짜 그 마음이 어떨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책을 내기 전에 태몽을 꾸고, 산통을 겪는다구요. 산통이 가장 심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글 쓰는 사람들이 힘들다는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 자신이 글 쓰는 고통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죠. 모든 노동에는 얼마의 고통이 항상 필요한 것이잖아요. <의자놀이>를 쓴 후에 내 인생 최고의 휴유증을 겪었어요. 사적으로는 별의별 일이 다 있었지만, <의자놀이> 이후 처음으로 공적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죠. <의자놀이> 콘서트에 가야 하는데 몸이 퉁퉁 부어서 신발을 신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두려웠어요. 웬만한 댓글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었는데…. 우리끼리 싸우는 상황이 힘들었어요. 20일쯤 뒤에 추석은 다가오고, 쌍차 친구들은 걱정되고… 몸은 회복이 안 됐지만 오기로 다시 나갔어요. 그때 믿었던 선배에게 피소까지 당하면서 초대형 태풍이 한꺼번에 몰려왔죠.”

‘공짜 여행’ 논란이 있었죠? 무혐의로 승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2심에서 승소했죠. 책이 나온 오늘, 변호사 비용 960여만원도 전액 보상 받을 수 있다는 판결문을 받았어요. 오늘 페이스북에 ‘인생엔 참 버릴 게 없다’라고 썼는데요, 진짜 그런 것 같아요. 그 사건들로 인해서 제가 안으로 움츠러들면서 <높고 푸른 사다리>와 <수도원 기행2>를 쓸 수 있었어요. 그때 내가 뒤로 물러섰기 때문에 또 나는 나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감능력이 발달한 분 같아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잖아요.
“공감능력… 그거 벌을 받은 거야.(웃음) 중1 때부터 고3 때까지 6년간, 매주 일요일에 온종일 봉사활동을 했어요. 옛날에는 마르크스로 인해서 내 인생이 변화했다고 생각했는데, 봉사활동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교도소, 요양원, 고아원, 시립병원, 안양 빈민촌에 가서 심부름도 하고 그랬죠.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정말 뿌듯한 고3 1년을 보냈다. 나 죽을 때도 이런 느낌으로 죽고 싶다’고 일기에 썼죠. 그 당시 우리 집이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서 집이 기울어졌어요. 그때 우리 엄마가 불쌍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봉사하고 온 날은 공부도 더 잘 되더라구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봉사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신의 축복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남을 위해 봉사를 할 때 내 자신의 삶이 훨씬 윤택해지는 요소가 들어 있어요.”

“우리 모두 아프니까 위로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공지영 작가.

사회적 폭력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들의 입장에서 글을 쓸 땐, 그들의 심정에 빙의된 사람 같아요.
“신기한 경험을 계속했어요. <의자놀이>를 쓸 때였는데, 쌍차 친구들의 기록을 보면 장마철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분뇨 냄새’라고 돼 있었어요. 저는 체험하지 못한 고통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시골에 갔다 올 때였는데, 개가 아파서 차에서 설사를 했어요. 차가 밀리는 고속도로 위에서요. 심한 무더위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창문을 내리니까 습도를 머금은 공기가 절대로 냄새를 제거하지 않고 더욱 강화시켜요. 한 30분 정도 그 고통 속을 통과하면서 ‘분뇨 냄새’의 고통을 알게 됐죠.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쓸 때도 그런 경험을 했어요. ‘사회가 아이들을 범죄자로 만든다’는 내용을 쓰다가 우연히 창밖을 내려다봤는데, 공원에서 애들이 한 명을 패고 있었어요. 그래서 112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안 오는 거예요. 가슴이 오그라들면서 마치 살인의 현장을 보는 듯했어요. 그 장면을 나중에 소설로 썼죠. 하느님이 나를 글 쓰는 도구로 쓰시려고 이런 경험을 하게 만드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권 경력을 활자로 남기고 싶어한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오랜 시간 지켜보니 진심으로 공감하고 실천하는 작가, 사회적 폭력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작가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공지영이 위선 떤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좀 의아했어요. 저는 위선이라도 사람들이 좀 많이 떨었으면 좋겠어요. 앉아서 욕만 하는 사람들이 전 진짜 싫어요.”

<인간에 대한 예의>에도 쓰셨잖아요. 진심으로 직면할 것, 진심으로 기원할 것, 그리고 남은 시간은 견딜 것, 반드시 그 뒤에는 사랑을 통한 성숙이 온다는 걸 믿을 것.
“예전엔 위선 떤다고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억울했는데, 지금은 감사해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교만해졌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더 분발하고 열심히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진심’으로 행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SNS에 떠도는 악성 댓글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깊은 내상을 입었어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둘째는 친구들의 놀림 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어요. 앞으로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참지 않고 소송을 하겠다고 하니까 우리 애들 얼굴이 싹 밝아지는 걸 보고 충격 받았어요.”

‘막내 밥 먹는 거 보고 나갈게요’ 문자를 받고, 참 다정한 엄마구나 생각했어요.
“첫째, 둘째가 독립을 했어요. 제가 바쁘니까 고1 막내가 혼자 밥 먹을 때가 많아서 안쓰럽죠. 가능하면 밥 먹는 시간에 옆에 있어주려고요. 학원도 안 가니까 늘 집에서 밥 먹거든요.”

<즐거운 나의 집>에서 보니,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해요.(웃음) 세 명의 아이들, 꿈이 뭔가요.
“첫째와 막내는 작가! 둘째는 배우! 나는 무조건 찬성이야. 난 공부하란 소리 안 해 봤어요. 안 하니까 이것들이 당연한 건 줄 알아.(웃음) 나는 우리 애들이 평범해서 감사해요. 우리 둘째가 5학년 때 선생님이 나를 부르더니 애가 이 추세로 가다가는 고등학교도 못 간다고 그러더라구요. ‘선생님 저는 공부 잘했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요. 애한테 그런 거 강요하지 마세요’ 그랬어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요즘은 그 기도도 접었어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 한 명도 없어요. 우리 딸이 힘들다고 말하면 제가 답하죠. 누가 인생이 쉽다고 말하디? 인생이 행복으로 점철된다고 누가 너에게 말해주었니? 사랑하면 좋다고, 결혼하면 행복하다고 누가 이야기한 것이야? 저도 오랫동안 그 문제로 시달렸거든요. 누가 한 번만 이런 경고를 해줬어도 나는 현실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살았을 텐데…. 딸이 내 말을 듣더니 힘든 게 덜해졌대요.”

<아주 가벼운 깃 털 하나>에서, 촛불 시위에 나간 딸에게 소감을 묻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예뻐, 정말 예뻐” 딸이 말하자, “그 아름다움은 촛불이 제 몸을 태우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엄마가 답하는 부분. 참 멋진 모녀의 대화였어요. 딸에게 사랑에 대한 조언도 하시나요.
“시위 내내 오징어 굽는 냄새가 나서 먹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뒷사람이 든 촛불에 제 머리카락이 그슬리는 냄새였대.(웃음) 그 아이는 나의 든든한 친구이자 제1 독자예요. 페북 친구는 두 번 걸었는데 끊어버리더라고. 나도 삐쳐서 관뒀어요.(웃음) 딸은 엄마보다 강하고 현명해요.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빨리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해요. 복불복이다!(웃음) 결혼할 생각이 있다면 사람을 충분히 만나보라고. 너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죽음은 사형이다’ 그 문장이 마음을 흔들었죠.
“지금 11년째, 한 달에 한 번씩 사형수들을 만나러 가요. 사형을 집행한다는 말은 인권후진국이라는 말이에요. 인류의 발전은 신체적 형벌에서 자율 제한적 형벌로 변화해왔죠. 예전에 핀란드에서 47명 살해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에 대해 핀란드 총리가 이렇게 말했어요. ‘그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악한 복수의 감정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성숙하게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더욱 큰 포용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 것이다.’ 악이 원하는 건 우리가 악한 감정을 품는 거예요. 중요한 건 그들을 격리하고, 치안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거예요. 그리고 살아 있어야 회개할 확률이 있잖아요? 그들의 변화는 매우 더디지만 변화가 이루어져요. 격리와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 세 가지가 충족되면 가능해요.”

책을 읽고, 고민 상담을 해오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아요.
“마음 아픈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일일이 답해줄 순 없지만 한 가지는 약속하고 꼭 지켜요. 내가 아침마다 미사를 가고 우리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서 촛불을 켜는데, 그 이름 끝에 당신 이름 불러주겠다. 대신 당신이 괜찮아지면 꼭 연락해라. 왜냐면 부를 이름이 너무 많아서 좀 떼내야 하니까!”(웃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경망’과 ‘중후’의 파도를 넘고, ‘발효’의 바다를 건너 ‘경쾌’의 항구에 닻을 내리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발효’와 ‘경쾌’를 맛볼 수 있는 다음 글은 어떤 내용일까요.
“<해리포터> 같은 동양적 판타지를 써보고 싶어요. <지리산 행복학교> 다음 얘기도 쓰라는 사람이 많은데 ‘남녀상열지사’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쓰면 재밌을 거 같은데 명예훼손에 걸려서.(웃음) 다음 작품은 청소년 소설 <그 꽃들이 지기 전에>예요. 도가니만큼 어두울지도 몰라요. 삶의 슬픔에 압도되지 않고 웃음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죠. 그리고 언제나 찢어진 마음만 주었는데 오히려 나를 살려준 은인들, 독자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글을 써야죠.”

올해 남은 일정을 묻자 11월 28일엔 사형 반대 운동 가야 하고, 12월 17일엔 ‘도가니’ 행사에 가야 하고… 수첩에 일정이 빼곡했다. ‘그 친구들 커피숍 차렸잖아요, 요즘 그 아이들 진짜 잘생겨졌어. 애들 사진 곧 보여줄게요.’ 헤어지는 시간이 길어졌다. ‘대학 때부터 지켜본 공 작가는 한 번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잊은 적이 없어요. 그의 문학과 삶에는 진실이 있고 용기가 있어서 울림을 주지요. 꼭 필요한 글만 쓰고, 꼭 필요한 장소에만 가려고 하는 그를 도왔으면 좋겠어요.’ 김응교 문학평론가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작가 공지영의 깊은 눈빛이, 따뜻했던 손의 체온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글·사진 박상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