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아날로그 실버에서 디지털 실버로

몇 세부터 노인일까?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70~74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법에서는 만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도록 되어 있고, 노인복지법에도 만 65세 이상에 대한 경로우대 조항이 있다. 법규상으로는 60세 이상이면 노인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60대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 정도다. 하지만 통계청에서는 2030년이 되면 그 수준이 현재의 두 배인 32%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실버’로 통칭되는 60세 이상 인구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러 산업영역에서 실버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버시장은 현재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까? 현재의 실버는 전후 세대로 궁핍한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보통신에 있어서도 기술친화적이기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버시장의 특징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10년 내에 실버가 될 현재 50대는 베이비 붐 세대로서 전체 인구의 약 14.5%에 해당되는데, 이들은 현재의 실버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실버’라 불리는 이들은 현재의 실버와는 달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회활동에 대한 관심도가 높으며, 기술 친화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실버세대의 스마트폰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열린 ‘스마트 시니어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 노인이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서성일 기자

현재의 실버와 뉴실버는 ICT 제품의 구매 및 이용행태에 있어서 어떤 차이를 보일까? kt경제경영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동통신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현재의 실버는 아날로그적인 성향을, 뉴실버는 기술친화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다. 현재의 실버는 피처폰을 주로 이용하며(54.6%), 앞으로도 피처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면 현재 50대인 뉴실버는 피처폰보다는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고(86.3%), 무선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활용하고 있었다. 또한 현재의 실버가 음성통화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데 비해, 뉴실버는 스마트폰으로 검색(65.8%), 메신저(75.9%), SNS(60.8%), 이메일(39.2%) 등과 같은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에 무선인터넷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둘째, 현재의 실버는 이동통신사를 전환한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앞으로 전환할 의향도 7.8%로 매우 낮은 충성고객들이었다. 반면 뉴실버는 이동통신사를 전환하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이 낮고, 실제로 한 번쯤은 이동통신사를 전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76.4%)였다. 셋째, 현재의 실버는 이동통신사 선택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가족, 주로 자녀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현재의 실버들이 수동적이고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본인보다는 젊은 자녀들이 통신이나 기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뉴실버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향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 이동통신사 가입 관련 의사결정을 ‘본인이 직접’(84.3%)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칼럼 구독

현재의 실버와 지금 50대인 뉴실버는 동시대를 살아왔지만 겪어온 경험이 다르고 성향 또한 크게 다르다. 2030년쯤 실버시장에 편입될 현재 40대들은 현재 60대, 50대들과는 그 성향이 또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실버시장에 접근할 때는 실버시장의 속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실버를 기준으로 실버시장의 니즈를 판단하고 이것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버시장 역시 유연하게 대처할 때 공략할 수 있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