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재난통신방식 ‘PS LTE’ 걱정된다

단말기 간 직접통신·기지국 중계 등 필수기능 없고, 즉각 응답속도 등 성능도 떨어져

정부가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의 통신기술표준으로 결정한 PS LTE(공공안전 롱텀에볼류션) 방식에 대한 기능과 성능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이 지난 7월 전남 나주에 구축한 LTE 시험망을 활용해 PS LTE 방식으로 재난통신망 기능을 테스트해본 결과 꼭 갖춰야 할 몇 가지 기능이 아직 구비되지 않았고, 기능이 있다고 해도 실제 상황에서 이용할 정도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오는 2016년 1분기까지 주요 기능을 표준화하고,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정대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PS LTE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말기 간 직접통신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로 가까이에 있는 사용자들이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통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는 단말기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말기 간에 직접통신이 가능하게 하려면 단말기에 새로운 칩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이 칩은 국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 칩은 미국의 이동통신회사인 퀄컴만 생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필요한 단말기는 모두 합쳐봐야 30만대”라며 “국제 표준화가 지연될 경우 퀄컴이 한국 시장을 위해 먼저 단말기를 만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5월 30일 재난안전망 태스크포스(TF) 현판식에 참석, 현판을 보고 있다. |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기지국 중계기능도 안 된다. 기지국 중계기능이란 한 단말기가 이웃한 단말기들의 신호를 중계함으로써 멀리 떨어진 단말기들이 기지국 없이도 통신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이런 기능을 갖춘 별도의 중계기가 개발되어야 하지만 아직 제품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재난통신망에서 기지국 중계기능은 핵심 중의 핵심 기능”이라며 “이런 기술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지국 중계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단독 기지국 운영모드 기능도 개발 중이다. 일반 LTE 망의 경우 기지국과 교환기를 연결하는 망이 끊어지면 사용자들은 통신을 할 수 없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재난망은 기지국만으로 주위에 있는 사용자들에게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데, 이것이 단독 기지국 운영모드다. 현재 통신장비업체들은 이 기능을 갖춘 운영모드를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 중에 있다.

또한 기능은 있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여럿 있다. 단말기로 그룹통신을 할 경우 즉각 응답성이 테트라 방식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지휘부가 내리는 명령을 단말기 사용자가 0.5초 내에 받아서 응답해야 한다. 하지만 LTE 방식의 단말기는 이 정도의 음성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한 전문가는 “데이터 전송을 목적으로 개발된 LTE 방식의 단말기이기 때문에 음성 전송속도는 오히려 기존방식보다 느리다”며 “현재 LTE 방식의 단말기로는 즉각 응답성이 2∼3초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S LTE 방식의 서비스 반경이 기존의 방식보다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PS LTE 방식으로 통화를 할 경우 기지국을 중심으로 2∼5㎞를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테트라 TRS 방식은 20∼40㎞를 커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서로 주파수 대역폭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PS LTE 망을 통해 원활하게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망보다 기지국을 훨씬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지국을 많이 세워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도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가망을 최소한으로만 구축하고 SKT·KT 등 이동통신회사들의 상용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망은 재난용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신두절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안정성이 자가망보다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도 이런 이유로 상용망 사용을 검토했으나 포기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