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 준비되셨나요

직구 고수의 ‘득템’ 노하우, 가격비교는 필수 적립금 챙기고 배송료 따져봐야

최은경씨(34)는 해외직구 6년차다. 시작은 결혼 전 옷과 액세서리, 구두 등을 사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선 드문 제품을 구하는 재미가 더 컸다. “미드(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이 신는 그 구두를 신어보지도 못하고, 사이즈 단위도 다른데 눈 질끈 감고 질렀죠. 비행기 타고 물건이 오는 그 며칠 동안 내내 설레다가 택배 받고 뜯어서 구두가 발에 딱 맞을 때, 그때가 최고조에 오르는 거죠.”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거쳐 아이를 키워오는 동안 소비품목은 변했다. 기저귀와 장난감, TV에서 가구까지 해외직구 품목이 점차 다양해진 이유를 최씨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해외배송비까지 더해도 더 싸니까요.”

한국 수입대리점에서 제품모델 확인
미국인들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은 11월 마지막주 목요일이다. 명절 연휴를 맞은 쇼핑 특수는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인 금요일에 절정에 달한다. 올해는 11월 28일인 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한국의 소비자들은 물론 유통·배송·금융 등 관련업계까지 들썩이고 있다. 영어로 된 미국 쇼핑몰 페이지 내용을 대략 파악할 정도의 실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번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구매대행 업체들을 활용할 수도 있으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가장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한 품목을 여러 곳에서 비교하며 사는 데 품을 들일 수 있는 ‘끈기’다.

2013년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을 맞아 미국 LA의 한 의류업체 할인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최씨가 이번 ‘블프’ 기간에 사기로 마음먹은 품목은 침대 매트리스와 냄비·프라이팬 등 주방용품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사려는 품목이 해외직구를 하면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더 싼지 확인하는 일이다. 나름 일가견이 있는 최씨도 매트리스 같은 대형 품목을 직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가 눈여겨본 미국 브랜드의 매트리스는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어 직접 대리점을 찾았다. “최고급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잘 나가는 것들은 가격대가 100만~300만원대에 걸쳐 있길래 예상보다 훨씬 비싸서 놀랐어요.” 제조사의 카탈로그를 확인해 대리점에서 점 찍어둔 모델과 비슷한 사양의 제품명을 확인했다.

다음 과제는 미국 현지 쇼핑사이트에 올라온 가격을 비교하는 일이다. 굳이 해외 검색엔진에 영어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찾을 필요 없이 한국어로 ‘미국 가격비교 사이트’만 검색해봐도 직구 선배들이 추천하는 곳이 추려진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는 구체적인 모델 이름이나 일련번호로 검색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구체적인 모델명을 확실히 정하지 않았다면 관세나 부가세를 피해 일정금액 이하로 제한을 두는 것도 선택을 돕는다. 매트리스는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일 경우 1000달러(현지 및 해외 배송비 포함)까지는 번거로운 원산지증명 없이도 8%의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품목이다. 최씨는 배송비가 합산될 것을 고려해 800달러대의 매트리스를 골랐다.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국내에서 샀을 때보다 3분의 1 정도의 가격으로 산 셈이다.

최저가로 판매하는 곳을 찾았으면 그 판매처에서 구매할 때 구매액수 중 일정액을 적립해주는지 확인한다. 역시 ‘해외 적립 사이트’만 검색해도 적립범위가 넓은 2~3곳의 해외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각 적립사이트마다 더 높은 적립률을 제공하는 판매처가 다르므로 가능하면 여러 곳에 가입해서 물건을 살 때마다 더 혜택이 많은 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적립률은 대체로 0.5~2% 수준인데 적립된 금액은 ‘페이팔’을 통해 한국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할 수도 있다. 적립사이트를 거쳐 원래 물건을 사기로 마음먹은 판매처에 접속하면 구매완료 후 구매액수의 일정비율이 적립계좌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국내 카드사의 이벤트 혜택도 점검
실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서 결제하는 과정은 국내 인터넷 쇼핑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드물게 한국 주소로 직배송해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현지에 있는 배송대행업체의 주소로 물건을 배송시킨 뒤 다시 한국에서 배송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배송대행업체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배송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물건을 파손 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보내주는 업체를 찾아야 한다. 최씨 역시 지난해 블프 당시 열풍이 불었던 TV를 구매한 뒤 50여일이 지나서 물건을 받은 경험이 있다. 게다가 매트리스는 부피가 커서 일반 품목의 배송비 책정법에 따라 계산하면 배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고정된 액수만으로 추가 배송비를 더 부과하지 않는 배송업체를 찾을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매트리스를 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대형 배송업체들이 매트리스에 한해 고정 배송비만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최씨도 해당 업체에 배송을 맡겼다. 반면 주방용품은 이전부터 자주 이용해 와서 우수고객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업체를 선택했다. 배송업체까지 정하고 나면 물건이 1차로 배송될 배송업체의 현지 물류창고 주소를 구매 사이트 배송란에 기입한다. 같은 배송업체라도 배송받는 물류창고의 위치에 따라 미국 각 주별로 다른 세금이 적용될 수 있으니 배송업체의 안내문을 확인한다. 이어서 해외 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우선 구매단계는 끝나는 셈이다. 아마존 등 일부 사이트의 경우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맞아 국내 카드사와 연계된 이벤트를 하고 있어 한국으로의 직배송도 무료로 가능한 만큼 자신의 카드 혜택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최씨는 신용카드 번호까지 입력한 뒤 최종 결제 버튼을 클릭하기 전 마지막 확인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는 해당 구매품목에 대한 추가 할인 쿠폰이 있는지 찾는 일도 포함된다. “미국 쇼핑몰은 ‘프로모션 코드’라고 주로 글자 몇 개를 입력하는 식으로 추가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밖에도 이미 결제한 물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서 가격이 할인되면 그만큼 차액을 보상해주는 경우도 많고요. 모든 사이트마다 그런 건 아니지만 결제한 뒤에도 한동안 가격을 지켜보다 운 좋게 차액을 돌려받으면 공돈 같아서 기분 좋죠.” 국내 업체들의 이름뿐인 최저가 보상제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항공으로든 해상으로든 배송업체를 거쳐 국내 세관으로 반입된 물품에 대해선 구매액수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 이 경우는 배송업체에 맡길 경우 대행수수료를 3~5% 지불해야 하니 본인이 직접 세금을 내는 것이 저렴하다. 결제를 마친 시점에서 최씨의 계산에 따르면 매트리스는 예상 관세와 부가세를 합해 약 110만원, 프랑스제 주물 주방용품 세트는 약 35만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에서 구매했을 때에 비해 매트리스는 30%, 주방용품은 60%에 불과한 액수다.

“물론 문제도 있죠. 한참을 애타게 기다려서 받았는데 불량이 있거나 파손이 됐으면 그만큼의 노력과 비용이 사실상 완전히 날아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싼 가격에 사는 만큼 리스크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죠.” 배송업체마다 인력과 배송편에 만반의 준비를 거쳤다고 내세우지만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엔 무한정으로 길어지는 초조함 역시 구매자의 심리적 비용이 될 수 있다. ‘득템’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