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덤 앤 더머 투-20년 만에 돌아온 바보콤비

(주)에이블엔터테인먼트

제목 덤 앤 더머 투

원제 Dumb and Dumber To

감독 바비 패럴리, 피터 패럴리

주연 로이드 크리스마스Ι짐 캐리,해리 던Ι제프 다니엘스

개봉 2014년 11월 27일

상영시간 108분

등급 15세 관람가

시사회가 끝난 뒤 영화홍보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떻게 보셨어요? ㅋ 20자평 소감 부탁^^ 드려도 될까요?” 많은 상념이 스쳐 지나간다. 완곡하게 거절했다.

작품의 전작 <덤 앤 더머>는 기자가 막 이쪽 세계에 몸담은 시절 한국에서 개봉했다. 1994년 개봉했으니 20년 전이다. 시사회가 열렸던 장소는 남산에 있던 영화진흥공사 시사실로 기억한다. 집구석 어딘가 박스 안에 그때 받은 보도자료가 있을 것이다. 그 후 확실히 ‘덤 앤 더머’라는 말은 전 세계적으로 바보 콤비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덤 앤 더머>가 개봉했던 1994년은 영화 배우 짐 캐리의 가능성이 발견된 해다. 그가 주연한 <에이스 벤츄라>, <마스크>가 모두 그해에 개봉됐다. 그런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배우 경력으로 정점을 찍은 영화 <라이어 라이어>나 <트루먼 쇼> 모두 지난 세기에 나온 작품이다. 또 다른 히트작이 나올 때가 됐는데? 그렇다면 20년 전 짐 캐리의 상대역이었던 제프 다니엘스는?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이미지는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주인공 앵커 윌 맥어보이다. <덤 앤 더머>에서 바보연기 이후 정극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제프 다니엘스의 연기경력에서 정점은 아마 지금이라고 사람들은 답할 것이다.

20년 만에 속편이 나왔다는 것에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왜 하필이면 이제야? 20년 전 감독, 각본, 제작을 담당했던 페럴리 형제가 그대로 슬레이트를 잡았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로이드 크리스마스(짐 캐리 분). 절친 해리던(제프 다니엘스 분)이 매일 병원을 방문해 기저귀를 갈아준다. 꽉 차 있는 오줌주머니를 굳이(!) 입에 물고 낑낑거리며 갈고 있던 그에게 로이드가 갑자기 말을 건다. 의역해보면 이렇다. “속았지~롱!” 20년 동안 그 드립을 치기 위해 정신이 나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능청스럽다. 역시 20년 만에 자신의 집을 찾아간 해리던은 1991년 하룻밤을 보낸 장례식장 여성으로부터 온 ‘나 임신했다’는 엽서를 발견한다. 이번에는 딸을 찾기 위한 좌충우돌 로드무비다.

영화는 성인용 블랙유머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어딘가 올드 스타일이다. 전성기가 지난 원로 코미디언들의 몸개그를 보는 느낌이랄까.

짐 캐리는 이 코너에서도 리뷰했지만 블랙코미디 영화 <킥 애스2>(2013)를 찍다가 출연배우들과 불화를 일으켰다. “폭력을 묘사하는 영화의 수위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짐 캐리가 발표한 개인 성명이었다. 영화의 주연이었던 ‘힛걸’ 클로이 모레츠가 반박했다. 클로이 모레츠는 1997년생이다. 짐 캐리의 코미디 성공작 <덤 앤 더머>가 만들어졌을 때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번에 만들어진 <덤 앤 더머 to>는 <킥 애스2> 당시 논란의 연장선에서 뭔가의 고집이 느껴진다. ‘블랙코미디란 이런 것’이라고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것인가. 똥이나 방귀 이야기만으로도 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의지 같은 것 말이다. 혼신을 다한 바보연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21세기의 관객들이 이 바보 콤비의 리바이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터치스크린

자막이 올라간 뒤 2034년, 그러니까 20년 뒤 다시 ‘<덤 앤 더머 4>로 돌아오겠다’는 광고가 나온다. 왜 4편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to와 같은 이유일 수도 있고, 지난 2003년 토니 밀러가 감독한 프리큐얼 <덤앤 더머: 해리가 로이드를 만났을 때>를 카운트해서일 수도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