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시대변화 맞춰 고쳐야 할 것들

권력구조 말고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조항도 시급히 고쳐야

전문가들은 개헌을 한다면 현재 정치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다른 조항들도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헌법이 개정된 1987년 이후 25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바뀐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간경향>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은 헌법 제2장에 있는 국민의 기본권 조항이다. 제2장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같은 기본적 인권을 필두로 국민의 평등, 신체·주거·종교·양심의 자유와 통신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까지 각종 기본권이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추가돼야 할 기본권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기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최근 사법당국의 포털과 카카오톡에 대한 사이버 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한 시민단체가 10월 13일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내용 및 이용자 정보를 공권력에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공권력의 사이버 검열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면서 “현재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사생활보호권에 근거해서 인정되고 있지만 정식으로 기본권 조항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 독립 등 개정할 조항 수두룩
감사원을 독립기구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편재돼 있기 때문에 독립성과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든지, 별도의 독립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감찰업무를 담당하는 감사원에 대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상황”이라며 “헌법 개정 시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가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장의 대법관 추천제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행 헌법에서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12명에 대한 임명과 관련해 제청권을 갖고 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추천하면 사법부에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법관 추천은 국회의 통제를 받는 별도의 인사위원회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대법관이 모자라기 때문에 국민들은 상고심 심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법관 추천제 개정과 함께 대법관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영토조항(제4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변 사법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상태이고 남북교류협력법이 있는 상황에서 영토조항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헌법의 각 조항에 있는 주어는 ‘모든 국민’이다. 예를 들면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상 우리나라 국적자만 보호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사는 외국인들도 많이 있다.

이에 따라 시대가 바뀐 만큼 ‘모든 국민’이라는 용어는 다른 말로 대체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모든 국민’을 대신해 ‘누구라도’ 또는 ‘누구든지’, ‘어떤 사람도’라는 용어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선영 동국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외국인 며느리도 있고, 탈북자 수용시설에 있는 북한이탈주민들도 있다”며 “21세기는 인권의 시대인 만큼 국적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용어도 신중하게 선택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철·백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