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나눔보험·희망적금 그리고 ‘금융포용’

금융위기 이후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전 세계 25억명 이상의 인구가 기본적인 금융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취약한 담보능력, 추락한 신용등급 때문에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이 늘고 있다. 금융접근성의 제한은 빈곤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는 저소득층에게 절망의 벽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 및 금융소외(financial exclusion)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포용이란 제도권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과 이용을 쉽게 해 저소득층이 정상적인 금융, 경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과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금융소외란 제도권 금융상품 및 서비스로부터 금융소비자가 배제된 상태를 일컫는다. 금융소외는 과다채무, 약탈적 대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제적 악순환 구조를 낳는다.

우본이 최근 소외계층을 위해 출시한 보험과 적금을 홍보하는 포스터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제도권 금융서비스로부터 배제된 계층은 결국 대부업체 등 사금융으로 내몰린다. 금융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의 저신용층(7~10등급) 대출비중은 크게 감소한(2010년 20.5%에서 12년 10월 18.4%로) 반면 대부업체 잔액은 크게 늘었다.(2010년 말 7조6000억에서 지난해 말 10조원으로) 서민들이 제1금융기관이 아닌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악순환을 해소해보려고 지난 2008년부터 서민금융상품을 내놓고 신용회복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이 그런 제도들이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지원기준, 담당기관의 인력 부족 및 홍보 부족, 까다로운 신청절차 등 여러 이유로 겉돌고 있다.

서민금융을 포함해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가 부각되면서 우체국금융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우체국네트워크야말로 금융포용에 매우 효과적인 채널’이라고 강조한다. 우체국이 서민금융전문기관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전국적인 네트워크 때문이다. 2758개 금융영업망(2013년 말 기준)은 국내 금융기관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우체국은 절반 이상이 읍·면 지역에 위치해 민간금융기관으로부터 소외된 지역을 중심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서민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참고로 은행들의 읍·면지역 점포수는 6.8%에 불과하다. 우체국은 금융 업무에 풍부한 경험과 역량도 갖췄다. 이미 많은 자금을 서민예금으로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금을 다시 서민금융으로 공급한다면 금융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우체국금융은 이처럼 금융포용 역할을 할 수 있는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소외계층을 위해 내놓은 보험과 적금상품도 일종의 금융포용 상품이다. 지난 15일 출시한 ‘나눔의 행복보험’은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입만 하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사망보험금을 준다. 우체국 공익재원 10억원으로 보험료 전액을 지원하는데, 위험보장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본은 이보다 앞서 시중은행 서민금융상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상품을 통폐합해 ‘우체국 행복가득 희망적금’도 내놨다. 기초수급자,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을 위한 ‘희망패키지’와 헌혈자, 장기기증자, 다자녀가정, 협동조합 조합원, 부모 봉양자 등 사랑 나눔 실천자를 위한 ‘행복패키지’ 두 종류다. 3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면 희망패키지는 기본 이율 2.9%에 희망금리 5%를 더해 최대 7.9%를, 행복패키지는 기본 이율에 행복금리 0.3%를 얹어 3.2%의 이자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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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우편저금 및 우편환으로 시작한 우체국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예금 수신액만 61조원이 넘고, 보험은 총자산 4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우체국금융은 국영금융기관으로서 서민금융과 보편적 금융서비스를 더욱 강화해야 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 “우리는 어떤 은행과도 다른 보편성, 근접성, 접근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민간기관과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자신만의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한다.” 자신들만의 확고한 목표와 지향점을 가진 프랑스 우체국은행의 금융포용 역할을 눈여겨볼 만하다.

<장정현 편집위원 jsal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