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키즈를 잡는 자, 시장을 지배하리라

최근 ‘키즈’가 가계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자녀가 있는 가구의 소비에서 보육과 교육을 위한 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엔젤지수’(Angel Index)는 17.7%로 2000년에 비해 2.3%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2013년 식료품 지출 비중을 의미하는 엥겔지수가 13%인 점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키즈가 가계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가 2012년 9.6명에서 2013년 8.6명으로 감소하며 역대 최저수치를 기록하는 등 어린이 수는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출산연령이 점점 고령화되어 부모의 경제력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의 지출이 1명의 자녀에게 집중되는 것을 일컫는 ‘식스포켓’(six pocket) 현상이나 조카를 돕는 능력 있는 이모, 고모를 통칭하는 ‘골드앤트’(Gold Aunt) 같은 현상도 사회 트렌드가 되고 있다.

정보통신업계에서도 키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어린이들의 태블릿 PC 및 스마트폰 접근 시기가 빨라지고 활용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유료TV 업계에서는 어린이들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2013년 5월 미국의 비디오 대여 및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가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던 비아콤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는데,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자녀를 둔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으며 주가가 5%나 떨어졌다. 넷플릭스는 이를 계기로 키즈 전용 콘텐츠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ICT시장에서 어린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린이용 애플리케이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 구글 플레이

아마존, 유튜브 등 주요 글로벌 사업자들도 키즈 전용 채널을 제공하며 어린이들의 마음 잡기에 나서고 있다. 리서치 전문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동안 미국의 어린이 채널인 디즈니와 닉켈로디언의 하루 평균 시청자는 170만명으로 CNN의 하루 평균 시청자가 약 50만명인 것을 감안할 때 콘텐츠 소비에 있어 어린이들의 선택이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IPTV업계 역시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 폴리> 등의 키즈 콘텐츠를 독점 계약하거나 키즈 콘텐츠 전용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어린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키즈 전용 콘텐츠는 부모들의 교육 니즈와 결합되어 향후 엔터테인먼트에 교육적 특성을 가미한 에듀테인먼트 산업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교육용 게임 앱 퍼블리셔 타이니피스, 블루베어 등이 게임로프트, 이에이, 킹 등 기존의 게임업계 강자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또한 주요 앱스토어에서 제공되고 있는 영유아 교육용 앱은 2013년 4700여개에서 2년 후인 2015년에는 9500개로 100% 이상 증가할 전망인데, 이는 지난 2년간 영유아 대상 앱이 약 20% 증가한 데 비하면 증가속도가 무척 빠른 것이다.

그밖에도 키즈를 타깃으로 한 다양한 ICT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린이 대상 범죄가 증가하면서 최근에 위치추적, SOS 기능 등 어린이 안전관리 서비스가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어린이 안전관리 서비스는 간단한 기능만으로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어 틈새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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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업계는 지금 키즈 서비스에 촉각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다. 키즈를 타깃으로 한 ICT 서비스들은 그 자체의 성장가능성도 높지만 가족 연계 서비스 가입 유도, 오프라인 상품과의 연계 등으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나아가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해당 서비스의 유료 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차세대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앞으로 어떤 새로운 키즈 전용 서비스가 등장해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그리고 그 결과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