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진짜 경찰이 된다는 것은

교장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김선영 옮김·비채·1만3000원

탐정보다 형사의 역할과 권위가 막강한 현대 사회에서 범죄소설의 주인공은 형사가 다수일 수밖에 없다. 권력의 유무를 넘어, 형사는 사건 수사 이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경찰이라는 완고한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대중의 알 권리와 비밀을 지켜야 할 정보들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형사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면 대체로 경찰소설이라 부를 수는 있지만, 일본에서는 ‘경찰’이라는 직업과 조직에 대해 파고든 소설을 특별히 ‘경찰소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경찰소설의 대가로는 <64>와 <그늘의 계절>의 요코야마 히데오를 첫손으로 꼽을 수 있고, <은폐수사>의 곤노 빈, <경찰의 피>의 사사키 죠 등이 뒤를 잇는다. 다카무라 카오루의 <마크스의 산>과 혼다 테쓰야의 <스트로베리 나이트> 등 히메카와 시리즈, 오사카 고의 <모즈가 울부짖는 밤> 등도 ‘경찰’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다루고 있다. 경찰소설은 수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충돌, 캐리어와 논캐리어, 형사부와 홍보부 등 경찰 조직 내의 갈등, 일선에서 거리를 둔 관리직과 고위직 경찰의 고뇌까지 다양하게 그려낸다.

나가오카 히로키의 <교장>(敎場)도 경찰을 주인공으로, 범죄 수사가 아니라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런데 아직 최전선에 투입되지 않은, 경찰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누구나 경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동경을 해서, 누군가는 증오해서, 누군가는 단지 직업이 필요해서 경찰을 지원한다. 악한 사람도, 이기적인 사람도, 소심한 사람도 경찰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자신의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일을 해야만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위급한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인가. 백발의 가자마 교관은 부적격자들을 엄중하게 가려내고 거른다. 체력이 제일 좋아도, 가장 영리해도, 빠르고 결단력이 있어도 경찰에 부적합할 수 있다. 경찰학교는 부적격자들을 걸러내는 체이고, <교장>은 그들이 과연 어떤 인간인지를 예리하게 보여준다.

권투를 하다가 가족의 미래를 위해 경찰에 들어온 구사카베, 움직이는 소리만 듣고도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도바, 사고에서 자신을 구해준 경찰을 동경하여 지원한 미야사카 등은 저마다의 목적을 위하여 성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한다. 경찰학교도 사회와 마찬가지다. 질투와 배신은 언제나 존재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밟아버리는 행위도 있다.

북리뷰

하지만 복마전 속에서 그들은 하나씩 배우게 된다. ‘사람을 상처 입힌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사람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도, ‘한계 상황에서 싸워보지 않은 사람은 배짱이 없기 때문에 제일선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도.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진리를 배우게 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변하기를 갈망한다면 변화한다. 경찰학교는 변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변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가자마는 단지 방아쇠일 뿐, 모든 동력은 그들 자신에게 있다. 그러니까 <교장>은 성장의 이야기다. 경찰이라는, 사람을 지키는 사람들로 성장하게 만드는 ‘공간’의 이야기.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