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더 알뜰해진 우체국알뜰폰

착한 기본료로 인기를 얻고 있는 우체국알뜰폰이 더욱 알뜰해졌다.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김준호)가 알뜰폰 판매 1주년을 맞아 ‘0원’ 요금제를 내놨다. 지난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0원 요금제는 월 기본료가 없고, 약정기간과 위약금도 없다. 6개월 이상 이용고객은 가입비까지 면제해준다.

알뜰폰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온 우체국알뜰폰의 차별화된 상품에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출시된 상품 중에는 음성통화 단가가 1초당 1.2원인 요금제도 있는데 일반적인 단가보다 초당 0.6원이 싸다. 또 음성통화를 한 달에 50분만 할 경우 기존 통신사보다 1만3700원(83.5%)가량 절감되는 요금제, 이통사의 3G LTE 스마트폰 정액상품보다 최대 50%까지 저렴한 정액상품 5종 등도 출시되었다.

우체국알뜰폰의 다양한 요금제는 장년층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젊은 층도 솔깃하겠다. 14만명을 넘어선 우체국알뜰폰 가입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아직까진 60대가 21.8%로 가장 많다. 하지만 주고객층의 연령대가 1년 새에 몰라보게 젊어졌다. 40대 가입자가 21.1%로 50대(20.6%)를 제치고 60대의 뒤를 이었고, 30대 가입자가 10%를 넘었다. 이번에 상품 선택폭이 한층 넓어진 만큼 주변에서 3040세대 알뜰폰족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본이 우체국알뜰폰 판매 1주년을 맞아 ‘기본료 0원 요금제’ 상품을 내놓았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최근 400만명을 넘었다. 2011년 사업이 시작됐으니 3년 만의 일이다. 400만명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6%를 차지하는 규모다. 일본과 미국이 10%, 영국이 15%, 독일이 25% 수준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에선 지금 같은 성장세라면 연말에 8%, 내년 상반기에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폰 시장이 커질수록 골리앗 통신사들의 독과점 구조에 금이 가고, 무엇보다 가계 통신비를 줄일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알뜰폰 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다. 일부에서 ‘4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전망이지만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경고로 들린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한데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홍보역량은 거대 통신사들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열악하다. 게다가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신규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어떻게 가입자 수를 계속 늘릴 것인가, 어려운 숙제다. 시장의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진화도 고민거리다. 거대 통신사 독과점체제, 보조금 경쟁 등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가입자가 1400만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전체 사용자 중 48%가 데이터망 가입자다. 한국 알뜰폰시장이 음성전용 요금제나 저가의 음성ㆍ데이터 요금제에 주력하는 것과 대비된다. 알뜰폰 시장의 질적 성장이 필요한 대목이다.

마침 지난 1일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돼 알뜰폰 업계에 호재가 생겼다. 단통법의 골자는 통신 단말기 보조금의 투명한 지급, 다시 말해 보조금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앞으로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은 최대 34만5000원이다. 보조금의 평준화로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호갱님’(호구와 고객님 합성어) 소리를 듣는 일은 없어지겠지만 단말기 구입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통사와 달리 보조금 경쟁을 할 수 없는 알뜰폰 업체들로서는 싼 요금제를 앞세워 이통사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우체국알뜰폰은 다양한 요금제 출시로 겹호재를 만났다.

우체국알뜰폰은 접근성도 좋아졌다. 우본은 판매우체국을 이달에만 24곳 늘려 총 651국의 유통망을 갖췄다. 알뜰폰 사업자도 5곳 추가 선정을 앞두고 있어 내년 1월부터는 총 11개로 늘어난다. 그만큼 다채로운 상품 출시가 기대된다. 우본은 우체국보험과 알뜰폰을 함께 가입하면 통신비를 지원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이달 말까지 우체국암보험 등 4개 보험 중 하나에 가입하면 통신비 2만원을 할인해주고 단말기까지 구입하면 최대 3만원을 깎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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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알뜰폰의 기본료 0원 요금제를 계기로 알뜰폰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띠고, 가계 통신비를 줄이는 상품이 쏟아지길 기대한다.

<장정현 편집위원 jsal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