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생체정보인식과 스마트폰 ‘잘된 만남’

요즘 ICT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애플페이’(Apple pay)다. 애플페이는 애플의 새로운 간편결제 서비스로 단말기 홈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른 채 결제 단말기에 가까이 가져가면 미리 등록해둔 카드로 결제가 되는 서비스인데, 결제 완료까지 5초도 안 걸린다. 어떻게 이렇게 간편한 결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지문인식 기능인 ‘터치ID’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본인인증 수단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생체정보인 지문이 사용되면서 보다 쉽고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문과 같은 생체정보가 본인인증 수단으로 주목받은 것은 꽤 오래 전부터다. 한국 정부는 1975년부터 모든 국민의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생체정보 인식기술은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출입관리용으로 활용되면서 B2B시장을 중심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2004년 팬택에서 세계 최초로 지문인식 기능을 휴대전화에 적용하면서 B2C시장의 문도 열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체정보 인식기술은 여전히 SF소설에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애플의 CEO 팀 쿡이 새로운 결제방식인 애플페이를 소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왜 그동안 생체정보 인식기술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을까? 물론 기술적인 한계도 문제였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가 생체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추가 비용을 들여 단말기에 집어넣은 지문인식 기능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단말기 잠금 해제가 전부였는데, 이는 소비자들에게는 단발성 오락요소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치ID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주며 생체정보 인식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었다. 2013년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파인드바이오메트릭스는 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0%가 터치ID를 생체정보 인식 시장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꼽았을 정도다. 아마존, 이베이, 알리안츠 등은 이미 모바일 금융, 상거래 서비스에 터치ID를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OS에 생체인식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잠금 해제용으로만 쓰였던 지문인식 기능은 이제 ‘혁신’에 목마른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생체정보 인식기술을 경쟁사와 차별화 요소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서비스 업체들은 개인의 생체정보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쉽고 간편하고 다양한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결제서비스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미 상점에 들어오는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맞춤형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서비스도 실시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생체인식 시장은 연평균 14% 이상 성장해 2019년에는 150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정도로 시장 전망도 밝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도 여럿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보안’이다. 생체정보를 수집, 저장, 전달, 폐기하는 과정에서 정보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다른 것과 대체불가능한 생체정보 특성상 ‘보안’은 더욱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규제’도 문제다. 애플페이가 미국 외 다른 지역 소비자들에게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국가마다 다른 ‘규제’ 탓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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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정보 인식 시장과 스마트폰의 만남은 서로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주었다. 앞서 몇 차례 시행착오는 겪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다. 생체정보 인식기술과 ICT기술의 만남, 그리고 그 둘의 융합이 가져올 혁신이 조만간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