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인터넷 확산과 언론자유, 그리고 규제·검열

최근 미국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상장이다. 알리바바는 현재 기업공개 규모가 250억 달러로 확대됐는데, 이는 뉴욕 증권시장 거래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규모와 확장세, 그리고 알리바바의 중국 시장 내에서 독보적 위치를 생각하면 이마저도 저평가일 수 있고, 알리바바의 잠재력은 더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 자본주의의 화려한 발전에 비해 민주주의 발전은 더디다. 게다가 중국 인터넷 시장의 상업화에 비해 중국의 인터넷 확산이 민주화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도 아직 미지수다. 1990년대만 해도 인터넷이 중국을 바꿀 것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이었지만 현재 중국의 인터넷 인구가 5억을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관련된 대표적인 연구가 미국 하버드대 게리 킹 교수팀의 연구와 UC버클리 피터 로렌츤 교수의 연구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게리 킹 교수팀은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대한 논문에서 1400개에 달하는 중국의 소셜 미디어를 일정 기간 동안 전수 조사해 주제별로 중국 정부가 어떻게 검열을 하는지를 분석했다. 대량의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 중국 정부는 개인의 인터넷 표현에 대해서는 대체로 허용하면서도 이런 개인들이 집단행동으로 나설 조짐이 보일 때는 검열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9월 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건물 정면에 알리바바의 상장을 알리는 현수막 위로 미국과 중국의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UC버클리 정치학과의 피터 로렌츤 교수는 이와 같은 중국 인터넷 검열의 논리를 더 상세하게 밝히는 데 집중했다. 통계 분석을 주요하게 사용한 킹 교수팀의 연구에 비해 로렌츤 교수의 연구는 게임이론을 통해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 모델을 구축하고 그를 통해 현상을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넷이 확산됨에 따라서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미디어의 언론자유는 위축됐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통해 반정부적인 콘텐츠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좀 더 통제하기 쉬운 전통 미디어를 통제할 유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의 도입, 특히 인터넷의 등장으로 중국에서 미디어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확산될 것이라고 보는 건 논리적인 비약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인터넷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필요한 건 중국만이 아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빨리 인터넷을 도입한 국가로 2012년에 인터넷 도입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는 일본 등 동아시아 이웃 국가와 비교해 봐도 10년이 빠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인터넷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바꿨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를 자랑스럽게 볼 수만은 없다.

오픈넷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민주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터넷 규제와 검열을 행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한국과 비슷한 정치·경제 수준으로 평가받는 대만을 봐도 인터넷 규제와 검열 모두 한국보다 수위가 훨씬 낮다. 어떻게 한국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과 전 세계 민주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인터넷 규제·검열이 공존할 수 있을까? 두 현상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기제가 작용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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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한 가설은 여러 가지를 세워볼 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문제일 수도 있고, 정부 주도의 일방적 규제가 문제일 수도 있고, 아직도 대립과 갈등과 반목이 심한 남북관계가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가설은 입증되지 않는 한 가설일 뿐이다. 실증적인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서 정확한 현상의 파악이 필요하고, 엄밀한 논리를 통해서 실제로 작동하는 기제를 파악해야 한다. 이젠 인터넷에 대한 막연한 긍정과 부정을 넘어서 제대로 된 사회과학적 연구에 기초한 정책 대안이 등장해야 할 때다.

<김재연 대학사용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