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부동산 거래, 발품 대신 ‘손품’

무덥던 여름이 다 지나가고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이사철이 도래한 것이다. 사람들은 평소처럼 집을 찾아 나서지만 집 찾는 방식은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열심히 발품을 팔았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열어 클릭클릭 하면서 자신이 살 곳을 찾는다. 길을 거닐다 문득 살고 싶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면, 스마트폰을 켜고 주변 매물을 검색해서 시세를 확인하고, 동시에 집 상태까지도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한다. 그리고 집이 마음에 들면 부동산 앱에 등재되어 있는 중개업소나 집주인과 실시간으로 연락한다. 바야흐로 발품을 팔던 시절은 가고, 손품을 파는 시대가 온 것이다.

스마트폰의 이동성을 부동산에 잘 접목시킨 덕분일까, 최근 부동산 앱의 성장이 눈부시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앱은 이용자 기준으로 2014년 상반기 92%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카드 앱은 17%, 증권사 앱은 8%, 은행 앱은 6% 성장했으니, 부동산 앱이 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앱들에 비해 최소 5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앱의 성장을 반영하듯 구글 마켓에는 현재 250여개의 부동산 앱이 등재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동산 앱은 ‘직방’으로, ‘직방’ 서비스의 6월 이용자 수는 1월 이용자 수 대비 90만명 증가한 1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월 이용자 수 100만명이면 전체 앱 중 300위 이내다. 부동산 앱이 우리들의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온 것이다.

부동산 앱의 어떤 점이 열심히 발품을 팔던 소비자들을 스마트폰의 조그만 화면 앞으로 이끌었을까? 부동산 앱의 이용자 분포를 보면 그 답이 보인다. 부동산 앱 이용자의 90%가 20~30대이며, 이 중 60%가 여성이다. 또 부동산 앱 이용자의 65%가 미혼이다. 즉, 직접 발품을 팔거나 PC 앞에 앉아 부동산 정보를 검색할 시간이 없는 바쁜 소비자인 것이다. ‘직방’, ‘다방’ 등 대표 부동산 앱들은 한창 일하기 바쁜 젊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원투룸, 오피스텔의 전월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부동산 거래의 틀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생생한 실제 내부사진은 물론 360도로 주변 환경을 보여주어 소비자가 직접 집을 방문하지 않고도 마치 방문한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해 주니,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부동산 중개 앱 ‘직방’의 구동화면. | 직방

‘직방’과 ‘다방’ 등 부동산 앱 서비스에 매물을 등재하는 중개업소 숫자는 7월 기준으로 많게는 2500개에 달한다. 임차인들이야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만족시켜서 모았다지만, 중개업소와 임대인들에겐 어떻게 매물을 등재하도록 유혹했을까? 부동산 앱 서비스는 매물정보DB를 자체적으로 먼저 구축했는데, 이게 마중물 역할을 했다. 매물정보DB를 이용하려고 소비자들이 모여들었고, 사람들이 모이자 중개업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선순환이 진행된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앱은 월 6만원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매물을 올릴 수 있게 함으로써 직거래를 통해 중개 수수료를 절약하고 싶은 집주인들의 니즈도 제대로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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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동산 앱은 바쁜 싱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여 전월세에 집중하고, 저렴한 광고비용으로 중개업소와 임대인들을 유입함으로써 부동산 거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는 다만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앱 서비스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원투룸, 오피스텔에서 아파트 등으로 매물범위를 확장할 수 있고, 전월세에서 매매로 거래방식도 확장할 수 있다. 또한 포장이사, 이사청소, 인테리어 등 부동산 매매 전후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부동산 거래 시스템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지 자못 궁금하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