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싱어 송 라이터 캐롤 킹 일대기

왕년의 인기 대중음악을 무대용 뮤지컬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맘마 미아!>가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흥행을 기록한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우후죽순처럼 앞다퉈 등장하며 생긴 현상이다. 포 시즌스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저지 보이스>도 영화로 만들어지며 조만간 글로벌 흥행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측된다. 복고와 향수의 인기가 얼마나 바람을 일으켜줄지가 관건이다.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 제시 뮬러가 2014년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인의 관심을 모은 뮤지컬 <뷰티풀-더 캐롤 킹 뮤지컬>도 대표적인 사례다. 제목에서 나타난 것처럼 16살에 데뷔해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킨 전설적인 여가수 캐롤 킹의 젊은 시절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혼한 남편이자 초창기 그녀가 만든 수많은 흥행곡의 작사가로 활약했던 제리 고핀과의 만남과 사랑, 이별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뮤지컬 <뷰티풀-더 캐롤 킹 뮤지컬>

우리나라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은 바 있는 그녀의 노래 ‘유브 갓 어 프렌드’의 탄생 비화는 이 작품의 가장 재미있는 볼거리 중 하나다. 음악적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였지만, 사실 그녀의 남편이었던 고핀은 결코 가정적인 남자는 아니었다. 결혼생활 속의 수많은 불협화음과 외도, 여성 편력은 결국 두 사람을 남남으로 갈라놓게 만든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캐롤 킹은 두 가지 결심을 한다. 하나는 태어나서 자랐고 또 인기를 누렸던 뉴욕을 떠나 LA로 이주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더 이상 남의 노래를 쓰는 작곡가가 아닌 스스로 노래를 하는 싱어 송 라이터로 데뷔하는 일이었다.

서부로 떠나는 이별의 날, 오랜 친구이자 음악적 경쟁자였던 작사가 신시아 와일과 작곡자 베리 만즈, 그리고 제작자였던 돈 커쉬너에게 캐롤 킹은 마지막 선물을 노래로 만들어 들려주는데, 그 곡이 바로 ‘유브 갓 어 프렌드’이다. “우울하고 힘들 때 그리고 누구도 또 무엇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눈을 감고 나를 떠올려 내가 네 곁에 나타날게”라는 노랫말은 힘든 결혼생활과 이별의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응원해줬던 친구들에 대한 캐롤 킹의 마음이자 감사였던 셈이다.

뮤지컬 <뷰티풀-더 캐롤 킹 뮤지컬>

LA로 둥지를 옮겨간 캐롤 킹은 전설적인 음반 <태피스트리>를 발표하기에 이르고, 결국 미국 최고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가 되어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콘서트를 열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대기실로 찾아온 고핀은 뒤늦은 사과의 말을 건네는데, 그녀는 전남편에게 쓸쓸히 말한다. “당신은 어떻게 우리가 만든 보물들, 우리의 음악과 두 아이를 배신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뮤지컬에는 캐롤 킹과 제리 고핀, 그리고 전술한 음악적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신시아 와일과 베리 만즈의 수많은 히트곡들이 등장한다. 노래가 등장할 때마다 “저 노래도 저들이 만든 작품이었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경이로움이 시종일관 흥미롭게 펼쳐진다. ‘내추럴 우먼’, ‘로코모션’, ‘아이 필 더 어스 무브’ 등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흥겨움을 준다.

문화내시경

<뷰티풀-더 캐롤 킹 뮤지컬>은 화려한 볼거리나 과장된 이야기 없이도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재미난 흥행작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물론 우리의 대중음악을 활용한 무대를 꿈꾸는 국내 제작자들도 적극적으로 참고해 볼 만한 도전이자 실험이기도 하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