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밤의 극장’ 개봉, 이번 시즌은 빅5다

이번 시즌 EPL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리버풀 등 ‘빅5’의 뜨겨운 경쟁 구도를 예고하고 있다.

애타게 기다려온 ‘밤의 극장’이 열렸다. 2014~2015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8월 16일 개막해 내년 5월 16일까지 20개 팀이 38라운드 380경기를 치르는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이번 시즌 EPL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가 버티는 가운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아스널, 리버풀 등 강호들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경쟁구도를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빅5’의 우승 경쟁이다.

사령탑 바꾼 맨유, 명예 회복할까
EPL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활 여부가 이번 시즌 흥행의 핵심이다. 맨유는 1992년 EPL 출범 후 한 번도 3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하고 데이빗 모예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7위로 고꾸라졌다. “시끄러운 이웃”이라고 폄하했던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만 봤다. EPL 최다 우승팀(20회)이라는 명성도 빛이 바랬다.

와신상담한 맨유는 부활의 열쇠를 찾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모국 네덜란드를 3위로 이끈 명장 루이스 판 할 감독(63)을 데려온 것이다. 판 할 감독은 맨유에 연착륙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스리백을 이식했고, 선수단에 대거 변화를 주면서 전력을 끌어올렸다. 이벤트 대회이긴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열린 2014 기네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에서 AS로마(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리버풀(잉글랜드) 등 강호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판 할 감독이 부임한 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판 할의 스리백은 윙백을 적극 활용하는 공격적인 축구다. 전력 보강에 따라 우승에 도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맨유는 8월 31일로 닫히는 이적시장을 앞두고 아약스 수비수 달레이 블린트와 유벤투스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 레알 마드리드 측면 공격수 앙헬 디마리아 등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맨유가 옛 모습을 되찾는다면 빅4가 아닌 빅5의 우승 경쟁이 점쳐진다. 빅5의 선두주자는 맨체스터 시티다. 지난 시즌 화끈한 득점포(156골)를 앞세워 EPL과 캐피털원컵 2관왕에 올랐다. 올 여름 재정적 페어플레이(FFP·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써서는 안 된다는 규정) 제한에 묶였으나 페르난도, 카바예로, 바카리 사냐, 엘리아큄 망갈라 등을 데려오며 약점인 수비까지 다졌다. 첼시의 살아 있는 전설인 프랭크 램퍼드를 미국 뉴욕시티 이적 후 재임대 형식으로 데려온 것도 반갑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8월 14일 맨시티가 이번 시즌 베스트11을 구축하는 데 쓴 이적료가 2억4150만 파운드(약 4119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맨시티는 EPL을 넘어 유럽챔피언스리그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주제 무리뉴 감독(51)이 이끄는 첼시는 빅5 중에서도 돌풍의 눈이다.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디에구 코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필리페 루이스 등 검증된 스타를 대거 영입했다. 이들을 영입하는 데 쓴 돈만 7000만 파운드(약 1192억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임대로 뛰며 세계적 골키퍼로 성장한 티보 쿠르투아도 복귀시켰다. 무리뉴 감독과 함께 EPL을 호령했던 드로그바도 돌아왔다. 네덜란드의 전설이자 전 첼시 감독이었던 루드 굴리트는 “첼시야말로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릴 팀”이라고 호평했다. 무엇보다 무리뉴 감독은 부임 2년차에 우승을 놓친 적이 거의 없다.

아스널도 굳게 닫혔던 지갑을 열면서 2003~2004시즌 무패 우승(26승12무) 이후 11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1996년 부임 이후 18년째 아스널을 지휘하고 있는 아르센 벵거 감독(65)은 드뷔시, 오스피나, 챔버스 등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특히 칠레 간판 골잡이인 알렉시스 산체스를 3500만 파운드(약 603억원)에 데려왔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인 아스널은 지난 10일 맨시티와의 커뮤니티실드에서 3-0으로 완승해 자신감을 더했다.

리버풀도 준우승에 머문 지난 시즌 한을 푸는 게 목표다. 다니엘 스터리지가 건재하고 브라질 월드컵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벨기에 출신 19살 골잡이 디보크 오리지를 데려왔다. 여기에 리키 램버트와 아담 랄라나, 데얀 로브렌 등을 데려오는 데 이적료 1억1370만 파운드(약 1937억원) 이상을 퍼부었다. 지난 시즌 EPL 득점왕(31골)인 루이스 수아레스를 바르셀로나(스페인)로 보낸 공백을 메울 수 있느냐가 우승 도전의 관건이다.

감독 신뢰 높은 기성용, 입지 불안한 윤석영
이번 시즌 EPL 득점왕 경쟁도 흥미롭다. 가끔 사람을 깨물지만 골을 넣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수아레스가 떠나면서 다시 한 번 득점왕 춘추전국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수아레스 대신 물을 건너온 골잡이들이 유력한 득점왕 후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소속으로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 3위(27골)에 올랐던 디에구 코스타(첼시)와 바르셀로나에서 아스널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알렉시스 산체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코스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버티는 ‘신계’에 도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골잡이 중의 한 명이다. 무리뉴 감독 스타일에 딱 맞아 첼시 전술에 녹아들 경우 지난 시즌 이상으로 골 사냥이 가능할 수도 있다.

산체스는 메시와 비교해 이름값에 뒤졌을 뿐 기량은 못지않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산체스는 지난 시즌 52경기를 뛰면서 21골·14도움을 올렸다. 맨유 골잡이 듀오도 빼놓을 수 없다. 2012~2013시즌까지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로빈 판 페르시는 같은 네덜란드 출신의 판 할 감독을 만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부상만 아니라면 최소한 20골 이상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판 페르시와 투톱으로 호흡을 맞출 웨인 루니도 10개월 뒤의 대관식을 꿈꾸고 있다. 루니는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은 지켰지만 득점왕 경험은 없는 선수다. 27골로 2골차 2위였던 2009~2010 시즌이 득점왕에 가장 가까웠던 시즌이다. 지난 시즌에는 17골에 그쳤다. 그러나 이는 루니의 역할이 골잡이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한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 판 할 감독은 판 페르시와 루니의 투톱을 고려하고 있어 득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난 시즌 득점 2위(21골)인 리버풀 골잡이 스터리지와 맨시티 2연패의 선봉장 세르히오 아구에로(17골), 에딘 제코(16골) 등도 득점왕에 도전하는 후보군으로 뽑힌다.

<황민국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