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족구왕-‘이상예찬’ 소박한 코미디

제목 족구왕 (The King of Jokgu)

제작연도 2013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04분

장르 코미디

감독 우문기

출연 안재홍, 황승언, 강봉성

개봉 2014년 8월 21일

등급 12세 관람가

대다수 대중관객들에겐 관심 밖이지만 한국 독립영화계의 선전은 계속되고 있다.

‘광화문 시네마’는 독립영화 제작사 중 하나다. 규모적인 독립영화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거대 상업영화 시장에 당당히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겠노라 작정한 젊은 영화인들의 그룹이다. 첫 번째 영화 <1999, 면회>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 <족구왕> 역시 작지만 작은 규모 이상의 가능성을 충분히 담고 있는 재기발랄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막 군대를 제대한 홍만섭(안재홍 분)은 바로 복학을 한다. 이래저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치워야 할 일들도 많지만 몇 년 사이 달라진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부터가 녹록지 않다. 더구나 그렇게 좋아하는 족구를 할 수 있는 족구장이 없어진 것은 무엇보다 충격적인 현실. 학자금 마련도, 첫눈에 반해버린 후배 서안나(황승언 분)에게 호감을 사는 일도 버겁지만 그에겐 족구장을 되찾겠다는 결심이 최우선 지상과제가 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한다. 아니 실상은 언제나 그 이야기뿐이다. “꿈을 잃지 마라!”, “현실에 굴복하지 말라!” 영화, 음악, 문학의 형태를 불문하고 무수히 넘치는 창작물들 상당수는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다. <족구왕>은 다시 한 번 반복되는 노골적 이상 예찬 영화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반가운 진짜 이유는 형태적으로 한국영화에서 한동안 맥이 끊겼던 순수 학원청춘물의 맥을 모처럼 잇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실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충만한 영화적 재치로 재창조된 대학이란 무대 안에 모여 그들만의 축제를 펼친다. 그 속에는 달콤 쌉쌀한 연애담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 몽환적 SF 판타지의 가능성(?)까지 실로 다양한 재미가 골고루 용해되어 있다. 얼마나 넉넉한 재미를 찾아내서 즐기는가는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관객의 몫이다. 기왕 상업영화의 영역을 넘보는 재미를 추구했더라면 좀 더 과감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 정도면 그리 나쁜 결과물은 아니다.

작품 안에는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이 담겨 있다. 그 중엔 대중들에게 아직 낯선 출연진들의 면모도 있는데 주인공 만섭 역을 맡은 안재홍의 존재감은 단연 눈에 띈다. 요즘 인기 있는 연예인들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고 수수한 외모를 지닌 그는 사실상 영화 전체를 혼자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인으로서는 녹록한 일이 아니었겠지만 이런 부담을 거뜬히 이겨낸 그의 안정적 연기는 독보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앞으로의 활약을 눈여겨 지켜볼 만한 기대주의 등장이라 하겠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작품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 안주하는 것은 그리도 비겁한 것일까?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타협하고 묵묵히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꿈만 먹고 살기에 세상은 각박하고 경쟁은 숨이 차지 않던가.

터치스크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바로 현실”이라고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말했다. 맞는 이야기다. 어떤 수단과 목적으로 살아가든 내가 맞닥뜨리는 세상이란 이미 나의 상상이나 이상과 전혀 별개의 것은 아니다. 역으로 아무리 현실을 외면하려 해도 결국 극단적으로 순수한 이상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이런 괴리는 영화 <족구왕>이 지닌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