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경기도의 딸, 멘붕한 까닭

키썸이라고 기억하는지. ‘언더그라운드.넷’ 코너에서 래퍼 키썸의 정체를 추적한 게 지난해 11월이다. 그녀의 실명이 조혜령이며, 1994년생이라는 게 최초로 밝혀진 것도 이 코너였다. 대표적인 듣보잡 캐릭터였던 그녀, 지금은 꽤 유명해졌다. 최근 만난 사촌동생도 ‘래퍼 키썸’을 알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최근 케이블TV에서 방영 중인 래퍼 배틀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에도 출연한 모양. 그녀가 유명해지게 된 건 G버스, 즉 경기권역에서 운영되는 버스에서 틀어주는 G버스TV에 장수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를 알린 ‘청기백기’ 게임에 이어 한때 ‘바디랭퀴즈’라는 게임에 일반 출연자와 함께 나섰고, 요즘은 다시 ‘인간청기백기’ 게임에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기도의 딸’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기사를 쓸 당시에는 포털 인물정보에도 등재되지 않은 ‘듣보잡’ 캐릭터였는데, 이제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43만건의 관련 글이 나온다.

저작권자의 요청에 의해 차단되었다고 공지되어 있는 네이버 동영상 화면. 래퍼 키썸이 올린 자신의 노래 영상이 네이버에 의해 필터링된 것이다.

누리꾼들이 올린 ‘다른 사례’를 보면 키썸을 제외하고도 그런 일이 꽤 되는 듯하다. 가수 본인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영상을 등록했는데, ‘저작권자의 요청으로’ 삭제가 되는 경우다. 그렇다면 누가 한 일? 우선 추측할 수 있는 건 소속사. 지난번 취재한 소속사 대표에게 물어봤다. “글쎄요… 확인해보고 2~3분 내에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전화가 온 것은 래퍼 키썸 담당 부장이었다. 부장의 설명을 정리해보면 노래 ‘Liar’의 저작권자는 래퍼 키썸과 노래를 같이 부른 세아, 그리고 프로듀싱과 작곡을 한 ‘c-no’ 3인이다. 래퍼 키썸이 저작권자인 것은 맞다. 그렇다면 소속사 측이? “아, 우리는 아니에요. 소속사 말고 유통사가 있는데, 혹시 그쪽에서 요청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개인계정으로 올라왔으니까 네이버 측에서 자동으로 필터링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네이버가?

언더그라운드. 넷

네이버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네이버가 필터링한 것은 맞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번 키썸의 경우처럼 특정 가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저작물을 올리는 경우, 저작권자의 보호를 위한 행위임을 말씀드리고, 본임임을 확인한 후에 해당 블로그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필터링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가수 키썸양이 푸념 글을 올린 것은 8월 7일. 네이버 관계자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예외적 필터링 중단조치는 하루가 지나도록 실행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네이버 블로그/동영상 담당자에게 래퍼 키썸은 아직도 ‘듣보잡’인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