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소액주주운동, 법정투쟁 기록

개미들의 변호사, 배짱기업과 맞장뜨다
김주영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한국 경제를 확신합니다!” “이 나라를 일으키는 펀드” “우리나라 경제회복의 결실을 고객들에게 돌려줍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서서히 회복기에 접어들 무렵 저돌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판매된 펀드가 있었다. 바이코리아펀드다. 이익치 회장이 이끄는 현대증권에서 1999년 3월부터 판매했다. 바이코리아펀드의 설정액은 한때 12조원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이 217조원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당시 이 회장은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펀드 투자설명회에서 강남 부유층 주부들을 모아놓고 “어려운 시절 나라를 구한 것은 여성입니다. 바이코리아펀드에 투자해 기업을 구합시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금융인이라면 도저히 감행할 수 없는 그의 공격적인 마케팅이었다. 건설회사 출신다웠다.

1997년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을 해왔던 지은이는 바이코리아펀드 열풍을 보고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펀드에 가입한 후, 펀드 가입으로 얻을 수익을 따지기보다는 펀드 가입 절차, 펀드 가입 시 제시하는 약관과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챙겼다. 펀드에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99년 12월 24일 금융감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추상적이었다.

‘재벌의 제2금융권 사금고화’를 지적하고 있었는데 보도자료의 배포시점, 보도자료의 추상성 등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감독기관이 시장에 가져올 충격 등을 우려해 문제점을 축소하는 모습이었다. 이 보도자료가 바이코리아펀드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 지은이는 2개월간의 장부 열람 요청 등을 통해 바이코리아펀드의 불법운용을 밝혀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참여는 매우 저조했다. 최종적으로 모인 피해자의 수는 총 17명이고, 이들의 피해액은 약 5000만원가량이었지만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손해배상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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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개미투자자들을 위한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다. 바이코리아펀드 외에도 대우전자 분식회계 소송에서 8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승소했다. 김앤장, 태평양, 바른 등의 대형로펌들을 동원한 재벌계 금융사에 맞서 1500명의 원고들과 함께 200억원의 배상액을 돌려받기도 했다. 지은이 또한 대형로펌 김앤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연히 맡은 장애인복지단체 사건을 계기로 김앤장을 떠난 후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을 주로 해왔다. 소액주주운동을 중심으로 승패와 무관하게 지은이가 담당했던 10개의 소송을 기록한 책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